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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436)... ‘메르스’가고 ‘홍콩毒感’오나?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홍콩 독감(毒感)
우리나라에서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의 기세는 한풀 꺾였으나, 아직 역학적(疫學的)으로 완전히 종식(終熄)되지는 않았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메르스 종식 시점 기준을 문의한 상태이며, 종식 시기에 대하여 전문가들과 협의 중이다.
한편 메르스 감염 사망자 유가족과 격리자들이 지난 7월 9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즉, 건양대병원에서 사망한 45번 환자의 유족 9명은 국가와 대전시, 건양학원(건양대병원)을 상대로 3억원을,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자가 격리된 3명은 국가와 경기도 시흥시, 경희학원(강동경희대병원)을 상대로 모두 67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訴狀)을 냈다.
소송을 낸 원고들은 헌법 34조에 규정된 ‘국가는 재해(災害)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과, 감염병 환자 등의 진료와 보호를 규정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제시하며, “메르스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련 정보를 막아 피해를 키웠으므로 그에 따른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메르스 초등 대응 실패 책임론이 제기된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을 교체키로 하고 후임 인선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8월 초쯤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예정이므로, 이르면 7월 말 교체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도 교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의 현황 발표(7월 12일)에 따르면 지난 7월 4일 메르스 186번째 환자 확진 이후 일주일째 새로운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누적 확진자 186명 중 36명이 사망하여 메르스 치사율(致死率)은 19.35%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7월 6일 메르스를 제4군 감염병(感染病)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메르스는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지 않아 의료기관의 신고의무가 없어 논란이 됐었다. 법정감염병(法定感染病, legal infectious disease)이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으며,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법률로써 이의 예방 및 확산을 방지하는 감염병을 말한다. 우리나라 법정감염병은 현재 제1-5군 및 지정감염병까지 모두 70여종이 있다. 일본은 2014년에 메르스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제4군 감염병은 국내에서 새로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행 감염병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감염병을 말한다. 황열(黃熱), 뎅기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신종 인플루엔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이 제4군에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2014 감염병 감시 연보’에 따르면 2009년까지 200명을 밑돌던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여 2013년에는 494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400명이 신고했으며, 질병별로 보면 뎅기열(164명), 말라리아(80), 세균성이질(38), 장티푸스(22명), A형간염(21), 파라티푸스(7),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5), 기타(63)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중 관리 중인 감염병에는 코로나바이러스(메르스, 사스 등), 에볼라, 조류독감, 뎅기열, 말라리아, 황열, 페스트, 결핵, 소아마비, 두창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갈수록 해외여행과 국제교류가 늘면서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해외 감염병의 국내 차단은 질병관련 정보전에서 승패가 갈린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새로운 감염병 발생 지역이나 유행 국가에 역학(疫學)조사관을 파견하여 환자 검체를 수집하고 전파 경로를 분석한다. 이는 감염병 발생 지역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유입을 막는 전략(strategy)이다.
세계 각국에서 올라오는 감염병 정보는 2005년부터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CDC 위기대응센터’로 모인다. 이에 우리나라도 역학조사관을 미국 CDC에 파견하여 해외 감염병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협력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최신 정보가 없으면 전염병과 싸워 이길 수 없다.
메르스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들어갔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홍콩(Hong Kong) 독감(毒感) 유행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7월 9일 홍콩독감 유행으로 홍콩 전역에 대해 여행경보단계 남색경보(여행유의)를 발령하였으며, 홍콩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조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여행경보는 총 4단계로 구분되며 ‘남색(여행유의)’ ‘황색(여행자제)’ ‘적색(철수권고)’ ‘흑색(여행금지)’ 순으로 통제가 강화된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홍콩 독감 바이러스는 주로 A형(H3N2)이며,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그해 유행할 인플루엔자 유형을 예측해 독감 백신을 만드는데, 지난겨울에 나온 백신에는 H3N2 타입이 빠져 있다. 또한 독감 백신의 면역 효과는 대개 6개월이므로 지난겨울에 맞은 백신 효과는 금년 4월쯤 끝났다.
홍콩 독감 치사율(致死率)은 1% 이하로 낮지만, 메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 홍콩에서 워낙 환자가 많이 발생하여 올해만 579명이 사망했다. 이는 2003년 홍콩을 뒤흔든 호흡기 전염병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의한 사망자 302명보다 훨씬 많다.
특히 홍콩(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에서 약 64km 거리에 위치한 마카오(Macau)에서 홍콩 독감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해 독감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마카오 정부(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특별행정구)는 세 살 난 남자 아이가 독감으로 사망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언론이 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 20일 인천공항 입국 검역에서 홍콩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고열증상을 보여 진단 결과 홍콩 독감으로 판정돼 격리 조치하여 치료를 하였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7월 10일부터 홍콩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發熱) 체크를 강화하고, 감염 증세가 있을 경우 즉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며, 양성이 확인되면 행동요령을 제공하고 가까운 의료기관에 조기 치료 및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독감은 메르스에 비해 1000배 이상의 전파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고열, 설사,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 응급초치를 받는 것이 좋다. 정부는 홍콩독감이 유행할 경우를 대비해 타미플루 비축분(1200만명분)을 비상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항(抗)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Tamiflu)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약이 아니다.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 세포에 들어가 세포를 깨고 다른 세포에 들어가서 또 깨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호흡기 세포를 48시간 이내에 대부분 망가뜨린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다른 세포를 못 찾아서 다른 세포를 보존할 수 있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이에 독감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48시간 내에 빨리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질병의 인큐베이터(incubator)’라고 칭하는 홍콩(香港)은 ‘홍콩 독감’의 진원지(震源地)다. 1968년 세계에서 80만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독감이 시작된 곳이다. 홍콩에서 유달리 독감이 빈번하게 유행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좁은 공간에서 주민들이 닭, 돼지 등과 뒤섞여 있는 홍콩 시장(市場)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즉 인간, 돼지, 닭이 각자의 독감 바이러스를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가 생겨난다. 1968년 홍콩 독감도 인간 독감 바이러스(H2N2형)에 조류 바이러스(H3)가 결합하여 나온 새로운 바이러스(H3N2형)으로 인해 발생했다. 또한 세계 4위인 높은 인구밀도는 신종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홍콩의 독감 시즌이 지구 북반구의 다른 지역보다 늦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즉 미국은 독감 시즌이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이지만, 홍콩은 1월 이후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홍콩에 들어오는 독감 바이러스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인간의 면역체계와 약제 등을 견딘 이후이기 때문에 더 강력하다. 또 지리상으로 홍콩은 미국 및 유럽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환승지로 국제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특성도 홍콩이 독감에 취약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감(influenza)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며, 감기(cold)와는 전혀 다른 질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상부 호흡기계(코, 목)와 하부 호흡기계(폐)를 침범하여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 등 증상을 동반한다.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며 노인, 어린이,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걸리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독감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인플루엔자(influenza)’는 1743년 이태리어로부터 유입되었으며,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모르던 시대에는 별의 영향으로 독감에 걸린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로 구성된 8개의 분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RNA는 많은 수의 핵단백질과 효소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독감은 고대와 중세에도 존재하였으나, 공식적인 최초 발생의 기록은 1387년 중세 유럽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變異)가 심해 매년 유행 기조가 바뀌게 되는데 이러한 변이를 큰 변이와 작은 변이로 구분한다. 대개 큰 변이는 10-15년에, 그리고 작은 변이는 3-4년에 한 번씩 일어나고 있다.
전세계를 공포로 몰고 간 스페인독감과 신종플루는 유전자 재조합을 거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전세계에 대유행이 일어났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발병하여 불과 6개월간 유행하면서 2,5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 1957년 아시아 독감으로 100만명, 1968년 홍콩 독감으로 80만명이 사망하였다. 전문가들은 금번 홍콩독감은 홍콩 지역에서 바이러스 작은 변이에서 조금 심한 독감 유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독감 바이러스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 A, B, C형 세 가지가 존재하지만,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이다. A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하며, 병을 일으키는 항원은 H1, H2, H3와 N1, N2이다. 한편 B형은 증상이 약하고 한 가지 종류만 존재한다.
호흡기 관련 병의 전파 경로는 크게 접촉, 비말, 공기 감염 등 세 가지가 있다. 접촉(接觸)감염은 직접 접촉에 의해서 감염이 되는 것이면, 비말감염(飛沫感染, droplet infection)은 환자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할 때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호흡기 분비물에 바이러스가 감겨서 반경 2미터 안에서 주로 감염이 일어난다. 공기(空氣)감염은 5마이크로 미만의 작은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매우 멀리까지 전파된다. 메르스와 독감은 모두 직접 접촉하고 비말 감염의 경로를 갖고 있으며, 공기 감염은 일어나지 않는다.
독감 증상은 두통과 오한과 함께 고열이 나면서 근육통, 관절통, 식욕부진 등 전신증세가 나타난다. 기침, 가래, 콧물 등 호흡기 증세가 뒤따른다. 열은 5일 정도 계속되지만, 대개 2-3일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여 어떤 환자는 감기와 비슷하게 발열이 없는 호흡기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화학요법제가 개발되어 있으나, 임상효과가 높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에 안정과 보온에 유의하면서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진해제(鎭咳劑) 등에 의한 대증요법(對症療法)을 실시한다. 합병증은 노인, 심폐질환, 당뇨병, 만성신장병 환자들에서 많이 발생한다. 폐렴(肺炎)이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으마 이차적으로 세균에 감염되어 세균성 폐렴이 생길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예방효과는 접종자의 연령, 기저질환, 백신주와 유행주의 항원일치도(抗原一致度) 등에 따라 달라진다. 건강한 성인이 불활성화 백신을 접종 받은 후 백신주와 유행 바이러스주의 항원성이 맞을 때 예방효과는 70-90%로 본다.
항공편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와 홍콩을 오가는 사람이 한 달에 30만명 정도이므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 이에 홍콩 독감 환자가 발생하면 전국 병ㆍ의원에 경보를 발령하고 국민에게 주의를 촉구해야 한다. 국민 각자는 예방접종,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생활화하여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436). 2015.7.15. mypark193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