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사, 노년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비결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를 읽고
〇 나의 꿈, 그리고 준비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이 있었다. 은퇴 후 공기 좋은 곳에서, 너무 화려하지 않은 집에서,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아내가 산속까지 따라와 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늙어서까지 "나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내에게 자유를 주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먼저 혼자 사는 법을 연습했다. 양말과 속옷을 스스로 빨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혼자 밥을 해 먹고,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능력"을 차근차근 길렀다. 이것은 외로움을 피하기 위한 연습이 아니었다. 외로움 앞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한 준비였다.
〇 살아 있는 것들과의 관계
한옥 본체를 짓고 난 뒤, 집을 채우기보다 삶을 채우는 일을 시작했다. 돌로 쌓은 축대에 꽃과 나무를 심고, 집 안에는 화초를 들였다. 사람이 항상 곁에 있지 않아도 살아 있는 것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또 하나의 노년을 지탱해 줄 기둥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오디오 시스템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정성껏 준비했다. 텔레비전에 사운드바를 추가하자 유튜브 음악의 결이 달라졌다. 노래방 기기를 들이고 스피커 4개를 달아 공간 전체가 소리를 품게 했다. 하나로 모두 작동할 수 있었지만, 각각의 쓰임새에 맞게 별도로 준비했다. 블루투스는 JBL 전용 스피커로, CD는 오래 방치했던 음반을 찾아 Britz 진공관 앰프로, 라디오 방송은 또 다른 Britz 시스템으로 연결했다.
기기를 정리하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행복한 노년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분야의 고전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펼쳤다.
〇 책이 전하는 메시지
저자 아툴 가완디는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다 죽을 것인가를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해서 과거라면 끝이었을 병도 이제는 수년을 더 살게 해 준다. 그러나 저자는 한 걸음 멈춰 서서 질문한다. "그 연장된 시간은, 정말 인간다운 시간인가?"
노화의 본질은 통제력 상실이다
가완디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지적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노화는 병이 아니며, 진짜 문제는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혼자 걷기 어려워지고, 씻고 먹는 일이 힘들어지고, 기억이 흐려질 때 사람은 단지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도권을 잃는다. 그래서 노인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다. "내가 더 이상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 "누군가의 짐이 되는 상태"—이 존재론적 공포가 노년의 고통을 만든다.
안전한 감옥에서 벗어나기
가완디는 전통적인 요양시설을 "안전한 감옥"이라고 부른다. 넘어지지 않게 하고, 혼자 나가지 못하게 하고, 약을 시간표대로 먹게 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선택할 자유, 위험을 감수할 권리, 의미 있는 활동이 사라진다. 노인은 살아 있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잃는다.
가완디는 말한다. "인간은 위험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에서 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노년에도 인간에게는 선택할 권리, 실패할 자유, 관계를 맺을 기회가 필요하다.
에덴 대안: 관계의 주체로 살기
저자는 대안으로 '에덴 대안'을 제시한다. 아이들이 있고, 동물이 있고, 식물이 있는 공간. 노인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주체가 된다. 그 결과는 놀랍다. 우울증이 줄고, 약이 줄고,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 심지어 사망률까지 낮아진다. 여기서 가완디는 분명히 말한다. 삶의 의미는 생존보다 강하다.
진짜 중요한 질문들
의사였던 그는 암에 걸린 아버지 앞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무엇을 원하십니까?"
"어디까지 치료를 원하십니까?"
치료는 계속됐고, 고통도 길어졌다. 뒤늦게 완화치료로 방향을 틀었을 때, 그는 깨달았다.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사는 삶의 연장이라는 것을.
〇 내가 배운 것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가르치는 교훈은 분명하다. 이 책은 죽음을 준비하자는 책이 아니라, 노년에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존엄의 기술을 가르친다.
혼자 사는 연습은 외로움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의존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저자가 제시한 에덴 대안은 내가 준비해온 삶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기도, 찬양, 읽기, 꽃과 나무, 음악, 명상, 글쓰기, 걷기, 노래부르기, 나눔등 이것들이 내가 살아가야 할 구체적인 이유이다.
관계를 끊은 것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는 거리를 배웠다.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되 혼자서도 즐기는 삶의 방법을 찾는 탐구를 계속해야겠다. 무엇보다 짧게 살더라도 연명치료와 요양시설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만약 도시가 아니라 한옥에서 긴급상황을 만나면 대처해주는 로봇이나 복지 서비스도 찾아보기로 했다.
비가 올 때는 바람 소리가 시끄러운데, 지난밤에 내린 눈은 조용히 내려서 온 누리를 덮어 주었다. 눈 때문에 내려가는 것이 어렵게 되었지만 내가 할 일은 너무도 많다. 해결할 문제는 많이 있지만 속 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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