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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일은 섭생의 근본이므로 중요하다.
섭생을 잘못하여 삶을 망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먹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잠은 아무데서나 잘지언정 음식은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한다고 옛날부터 그러지 않았는가.
수입먹거리가 시중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신토불이(身土不二)란 말이 유행했다.
몸과 땅이 하나라는 뜻인데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이 좋다고 풀이하여 회자되었다.
미국의 인디언들은 본래 비만과 그로부터 생기는 대사증후군이 없었다.
그들이 이민족의 생활에 동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그 주요 원인이 식생활의 변화에서 왔다고 한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만 해도 인디언들은 고유의 먹거리에 의존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 먹거리 중에 대표적인 것이 알로에와 선인장이었다.
알로에와 선인장은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끈끈한 점액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체 소화기관에 들어가면 소화와 당분 흡수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칼로리는 낮은 반면 베타카로틴, 철, 비타민B, C, 칼슘 등이 풍부해서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먹거리가 차츰 서구화 되면서 풍족해지자 그들은 맛없는 선인장이나 알로에를 먹을 필요가 없었다.
이후 그들에게는 비만이 찾아왔고 그로 인해 대사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알라스카의 에스키모인도 인디언의 경우와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예전 먹거리는 순록과 물고기 바다사자 물개 등 대체로 지방이 많은 것들 일색인데 인디언
들과는 달리 비만해도 대사증후군은 없었다고 한다.
그 까닭은 먹거리에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가 풍부해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데 있었다고
한다.
그러데 힘든 수렵과 어업을 포기하고 맛 좋고 칼로리가 풍부한 서구식 먹거리를 편하게 섭취한
이후로 그들의 비만은 곧바로 대사증후군 발병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어느 식당의 육고기가 맛있다는 소문은 잘 무시해도 나물반찬을 맛있게 잘 만들어 낸다는
식당의 소문은 잊지 않는다.
육고기값이 오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채소값이 오르는 걸 걱정한다.
어릴 땐 생선을 참 좋아했다.
고등어, 전갱이, 꽁치, 조기, 칼치로 조림이나 구이를 만들어 밥상에 내놓으면 고봉밥이 부족했다.
그러던 것이 나이 들어 비린내를 의식하면서 생선반찬은 자연히 멀어졌다.
그러나 생선은 채소와 더불어 건강식의 귀한 식재료다.
속초의 소문난 생선구이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화진포에서 조깅하려던 계획까지 포기해야
했다.
전날 저녁에 먹었더라면 아침식사는 아야진 포구에서 물곰탕으로 할 참이었는데 아쉬웠다.
중앙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장을 통과하여 갯배 선착장 골목의 생선구이집을 먼저 찾았다.
주차장 맞은 편이 시장의 북쪽 입구다.
시장을 지나서 갯배 선착장으로 통하는 골목을 들여다 보면 끄트머리에 식당이 빤히 보인다.
골목이 통째로 생선구이집 전용으로 변했다.
생선을 구울 때 사용하는 숯을 피우고 있는데 참숯이 아니라 성형숯이어서 실망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왔는데도 30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입장을 할 때 내 뒤에 열댓명이 줄지어 있었다.
일인분 12,000원.
모듬으로 나온 생선이 조금 싱싱할 뿐 줄 서서 기다려 먹을 정도로 별난 맛은 없었다.
서울이든 시골이든 시장만큼 사람 사는 맛이 나는 장소도 없다.
그래서 장 구경 나온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 때때로 시장을 찾기도 하는데 그러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하루쯤 말려서 파는 반 건조 생선가게다.
포항에서는 그렇게 말린 것을 피대기라고 했다.
오징어 피대기가 대표적인 것으로 쫄깃한 맛이 매력이다.
술안주 하려면 이틀 정도 바짝 말린 것이 좋고 조림용으로는 약간 마른 게 좋다고 한다.
"물곰도 있고 삼숙이도 있고, 에헤이 ~ 도루묵이 지천으로 깔렸네, 저거 소금 쳐서 바짝 구으면
소주 안주로 쥑이는데... 거 참! "
장 구경 나온 어떤 중년 신사가 입맛을 다시며 떠든다.
내륙 사람들이 바닷가 사람들을 가장 부럽게 여기는 점은 비린내가 없는 싱싱한 생선을 늘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 또렷한 눈동자를 보시라, 얼마나 싱싱한지.
인터넷에서 퍼진 소문으로 전국에 알려진 중앙시장 내의 닭강정 파는 가게.
빠르게 만들어도 감당을 못할 정도로 사갈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그야말로 깔꾸리로 돈을 끌어다 가마니에 쓸어 담고 있는 현장.
사진에서 보는 규모의 튀김시설이 좌측에도 있어서 양쪽에서 계속 만들고 있었다.
현금 줄서기 따로, 카드 줄서기 따로, 새벽에 눈 뜨는 순간부터 돈타작이다.
만석집의 닭강정은 식어도 맛있다길래 닭튀김부터 먼저 맛 보았더니 어느 통닭집 것이나 별 다른
맛이 없었고 닭강정도 마찬가지였다.
속초사람들은 줄 서서 기다렸다가 사가는 관광객들이 우습다고 했다.
줄 서서 기다리기 지루하여 부근의 노점에서 녹두전과 메밀전병을 먹었다.
메밀전병 한 개 1,000원, 손바닥 크기의 녹두전 한 개 2,000원.
이것이 제대로 된 강원도 토속음식이고 웰빙식이 아닌가.
강원도의 토속음식 트리오는 감자옹심이, 메밀막국수, 오징어순대라고 한다.
그러나 속초에서는 한 가지 더 유명한 별미가 있으니 바로 아바이순대다.
함경도 아바이순대를 먹어보지 않고서는 속초 구경을 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중앙시장에서
순대를 만들던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물 좋기로 소문난 삼봉약수터로 가기 위해 양양에서 56번 국도를 타고 구룡령으로 향했다.
강원도의 힘이 무엇인지 속살을 헤집는다.
고갯길을 구불구불 돌며 오르다 갑자기 귀가 멍해져서 높은 곳에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고개
마루가 해발 1,000m가 넘을 줄은 몰랐다.
아마 내가 차로 오른 고개로서는 가장 높은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저 멀리 설악 준령이 잘 가라며 인사를 한다.
대청, 중청, 소청, 귀때기청봉 .....
구룡령의 조망이 이번 여행에서 압권이었다.
가볼 곳은 널렸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구룡령 푸른 하늘 한가로운 흰 구름아
나그네 발길 잡아 언제 보내 주려는고
머물다 정붙으면 너만 갈 수 있겠느냐
아서라 너나 나나 갈 길 너무 멀구나.
구룡령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이다.
대간을 훼손시킨 고갯마루를 산림청에서 터널화하였다.
현재 백두대간을 끊고 지나는 모든 고개를 연차적으로 터널화 할 예정이라 한다.
마루금 백두대간 종주팀은 내년 10월 12일과 26일에 구룡령으로 갈 일정이 잡혀있다.
구룡령 남쪽으로 오대산 줄기가 호젓하다.
설악산이 남성이라면 오대산은 여성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설악산은 키도 크고 능선이 거친 반면 오대산은 완만해서 포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오대산의 주봉인 비로봉(1563m)도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1614m)처럼 백두대간 종주로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서 아쉬움을 준다.
삼봉약수는 명개를 지나자 56번 국도에서 북쪽으로 4km 들어간 가칠봉 산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차료 3,000원과 두 사람 입장료 2,000원을 지불하고 약숫물을 마시러 갔다.
약숫물을 장기간 마시며 요양할 사람들을 위하여 약수탕 인근에 숙박시설을 짓고 있었다.
태고의 신비한 약숫물 가칠봉 삼봉약수
위치 - 홍천군 내면 광원리
조선시대 실론약수(實論藥水)라 불렸으며 주위에 가칠봉 사삼봉 응복산의 세 봉우리 가운데 위치
한다하여 삼봉약수라 불린다.
전국에서도 드물게 수질이 우수하여 한국 명수로 선정되었으며 15가지 약수 성분이 포함되어 빈혈
당뇨병 신경통 위장병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하여 전국 각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는 곳이다.
‘92년에 산림청에서 이 일대를 휴양지역으로 개발하여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였으며 풍광이 수려
하고 숲이 울창하여 요양하기에도 적합하며 여름엔 약수터옆 키 큰 이깔나무 숲 그늘이 시원하고
가을엔 주위의 깊은 숲에 오색 단풍이 운치를 더한다.
이 약숫물을 통에 담아와 백숙도 해 먹고 밥을 지어 먹었더니 맛이 아주 그만이었다.
해는 뉘엿뉘엿 져가는데 갈 길은 멀고 경치는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고난 후 강원도 찾기가 훨씬 쉬워졌다.
특히 휴전선 부근의 군부대에 면회가기가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서울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당일로 다녀오기란 불가능하지 않았던가.
이 가을에 여유가 있다면 웰빙식의 고장 강원도를 한번쯤 찾아보심이 어떠하리.
< 끝 >
첫댓글 ㅎ~ 참 살기좋은 세상이다.
사람들 삶이 여유에 넘친다. 별난 맛집을 찾아 전국방방곡곡을 헤메며,
몇시간씩 줄서서 별미를 맛본다. 얼마나 풍유로운 생활인가,
덕분에 좋은 여행 공짜로 잘 했네~~ 생~유~~^*^;
well eating. well being. well dieing................
날 잡아서 가자! 강원도 오징어 순대 먹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