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 하늘에 새벽달이 떠있네.
선명한 달 뒤에 옅은 구름이 펼쳐진 듯.
박목월 시인이 ' 구름에 달 가듯이 '라고 말했듯이 서늘하고 신선한 아침 바람결을 따라 혼자 걸어보면 세상사 작고 큰일이 모두 다 새롭게 눈에 들어오며 때에 따라 깊이와 형상을 달리하는 관찰을 하게 되기도 한다.
가장 자주 되풀이 하던 과수원 철책 옆길을 뒤로하고 큰 찻길 건너 개울가를 돌아 주유소를 거치는 오래 전의 옛길을 다시 둘러보기로 한다.
지팡이와 함께하는 팔순 할비의 다리로 긴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출근 차량들의 주행을 멈추게 하고 두 번이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두 다리를 조금 허둥대며 재촉하게 될 것이기도 하지.
사골 도시의 외곽을 흐르는 개울물을 따라 반 시간쯤 걷는 길에는 3층 짜리 아파트와 틈틈이 황량한 들판이
펼쳐 저 있고 소유지 경계를 표시하는 <No Trespassing>의 작은 표지가 눈에 띄기도 한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은 낙산 시절 유기천 교수의 형법 시간에 이 간판의 예를 들어 무언가 설명하던 알 수 없는 한마디와 긴급피난이라는 용어가 떠올라 신기하고 의문스럽기도 하다.
무엇을 가르쳐 주려 하셨을까.
60년이 넘는 까마득한 기억.
요통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잠시 쉴 곳이 필요한 때에 기다리던 두 개의 벤치와 들판의 철책 옆 흑백의 재미있는 사진이 전시된 외진 장소를 지나치게 된다.
1930년대 그곳의 옛 시골 모습을 몇 장의 사진과 해설로 회고할 수 있게 한 참 기특하고 반가운 자리.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인적도 매우 드문 들판의 한 구석에 쉴 자리를 마련하고 옛 모습을 환기시키는 사진 몇 장을 防水 처리하여 걸어 놓았다?.
여유 있는 어느 시골 村民의 낭만과 정서가
참 반갑다.
집까지 이르려면 20여분?.
노처와 매미 딸아이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빈 속 탓일까, 무슨 까닭인지 머리가 맑지 않고 좀 혼미해져 온다.
이제 지팡이 산보길도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날은 더 밝아져 있네.
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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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강의 엣세이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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