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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창고극장에서 만난 "돌아온 빨간 피터" |
차홍규 한중 미술협회 회장
노안이 와서 오전에 일찍이 서둘러 예약된 백내장 수술을 받았지만, 충무로에 소재한 창고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삼일로 창고극장은 우리 연극사에 큰 획을 그은 장소로 원래는 가정집이라 천장이 너무 낮기에 1년의 공사를 거쳐 1975년 5월에 최초 개관했다.
이 곳 창고극장은 중구와 종로 주변의 공연장 중 실험적인 공연을 가장 많이 하였던 소극장으로 70~80년대 우리나라 ‘모노드라마’(monodrama)의 유행을 선도하였다 하여도 과장이 아닌 뿌리 깊은 곳이다. 유명한 세실극장과 함께 쌍벽을 이루었으나, 2015년 경영난으로 인해 나란히 폐관하였고, 2017년 서울문화재단과의 협약을 통해 2018년 민간위탁 형태로 재개관한 곳이다.
과거 충무로 창고극장의 자랑스러운 공연은 단연 ‘빨간 피터의 고백’이다. 이 공연은 우리나라 연극사에서 모노드라마 유행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연출가 오태석의 ‘고도를 기다리며’ ‘티타임의 정사’ ‘유리동물원’ 등 당시에 화제를 낳은 유명 연극들의 처음 무대 역시 충무로 창고극장이었다.
사진: ‘빨간 피터의 고백’ 홍보용 이미지 포스터
이번에 공연한 ‘돌아온 빨간 피터’ 역시 1977년에 개봉한 모노극 ‘빨간 피터의 고백’의 후신으로 장두이 선생보다 10년 선배인 배우 추상미의 부친인 고 ‘추송웅표 모노드라마’로 개봉 4개월 만에 6만여 관객을 동원 할 정도로 장안에서 인구의 회자된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젊은 나이인 44세에 갑자기 세상을 등져 많은 이들의 슬픔을 자아내기도 한 사연도 깊은 연극으로 이 뿌리 깊은 연극을 다시 보러 가려니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것은 아직 마음이 어려서 일 것이다.
장두이 표 ‘돌아온 빨간 피터’는 본인 스스로 각색과 연출까지 도맡은, 그야말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까지 친 모노드라마이다. 관람 후 장선생과 함께 있는 단톡 방에 필자가 관람한 인증 샷을 올리니 장선생이 ‘와주어 고맙다’ 하기에 ‘너무 노고가 많았다.’고 화답을 하였다. 이 화답의 뜻은 이번 공연이 장선생의 연극 인생 55년차의 작품으로 나이 70이면 고희(古稀)로 중국 시인 두보(杜甫)는 '곡 강시(曲江詩)'에서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라 하여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라 하였다.
사진: 공연 관람후 장두이 배우와 한 컷. (좌: 장두이 연극배우, 우: 한중미술협회 차횽규 회장)
짐작컨대 고희를 넘긴 장선생이 혼자서 우리 노래도 하고 서양노래도 하고, 우리 춤도 추고 서양 춤도 추는 등, 그 나이에 높은 곳에서 원숭이처럼 뛰어내리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하는 등 1시간 공연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분주하게 온갖 재간도 부리며 몸을 움직여 혼신을 다해 극을 진행하는 모습은 마치 신들린 무당이 무아지경 속에서 스스로 도취되어 노니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청년 장두이를 만나는 것 같았다.
필자가 그 와중에 가장 감동 한 것은 (나이든 사람은 느끼겠지만) 움직이는 것이야 체력만 받쳐 주면은 뛰고 구르는 것은 어느 정도 할 수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춤사위 표현에서 가장 어렵다는 정지된 장면을 그 나이에 오래 지속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함에도 장선생은 그 어려운 난관도 가뿐하게 유지하기에 맨 앞자리에서 구경하던 필자는 나이를 의심 할 수밖에 없을 지경이었다. 필자 역시 미술을 전공으로 하는 문화인으로 예술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기초로 현란한 기교보다도 당연히 우선시 되는 요소이다. 탄탄한 기본기로 무장된 장선생의 열정적인 공연에 누구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필자가 영화나 연극 평론가가 아니니 프란츠 카프카를 논하거나 학술원 보고, 인간세계의 부조리, 소외, 불안과 좌절, 억압된 현실, 자유 등을 논한다면 그야말로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 자제하더라도 연극인 장두이의 마지막 독백은 비록 작은 목소리였지만 아직도 필자의 뇌리 속에는 크고 깊게 맴돌고 있다.
‘인간들은 정글이 무섭다지만, 실제 무서운 것은 인간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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