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행복한 오리와 미꾸라지로
최근 나에게 살짝 실망감을 준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장기하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그가 얼마 전 ‘부럽지가 않어’라는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가사가 이렇습니다.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하나도 부럽지가 않어!’ 가사 내용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종종 불행해지는 이유가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장기하가 서울대 나온 건 알았지만 그 집이 꽤 부잣집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탄탄한 국내 굴지의 밸브 제조회사 대표라는 겁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의사요, 그의 할아버지는 그 유명한 ‘종로서적’의 사장이었다는 겁니다. 아, 종로서적! 우리 청년 시절에는, 강남 사거리가 아니라 종로서적이 모든 젊은 이들의 만남의 장소였죠! 장기하는 물질적으로도 부잣집, 정신적으로도 뼈대있는 가문 출신이고, 본인도 서울대를 나왔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누가, 무엇이 부러울 게 있습니까! 아니, 자기도 좋은 머리 물려받아 공부도 잘하고, 또 히트 가수가 되어 돈과 인기를 얻어 요즘 최고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으로서도 성공했죠. 게다가 한국 최고의 인기 여가수 아이유와도 한때 열애에 빠졌다고 합니다.
뭐 외모도 그 정도면 괜찮게 생겼고, 키도 작은 키는 아닌 것 같고, 하다 못해(?) 남성적 매력을 돋보일 수 있는 수염도 있어 길렀다 깎았다 폼 잡을 수도 있고요. 아니... 이 정도면, 그가 오히려 모든 젊은 남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가요? 그런 사람이 ‘나는 네가 하나도 부럽지 않아’라고 노래하는 건, 그의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졌고 해봤기 때문에 부러울 게 없어, 라고 팔자 좋게 들릴 수 있다는 거죠. 이걸 그는 정말 몰랐을까요? 이런 노래는 흙수저가 불러야 제맛이지(?) 그 같은 금수저가 부를 노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감입니다.
최근에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상을 탔다고 떠들썩했던 허준이 교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그가 수포자(수학 포기자)였다는 기사를 보고, 역시 수포자였던 나는 ‘세상에 이럴 수가’하면서 감동했지만 그의 부모가 둘 다 대학교수라는 내용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 실망을 했더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 그는 수포자가 아니었다는 기사들이 뜨더군요.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난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어떻게 합니까? 용을 부러워하지 않고, 개천에서 오리로, 미꾸라지로,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면 돼죠. 용이 되려는 욕심으로, 용을 부러워하다가 그만 이무기가 되버리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2022년 7월 24일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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