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오늘은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이 시를 정한 이유는 윤동주 시인의 시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이기 때문이다. 이 시를 알게 된 것은 검정고시를 공부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한번 본 후로부터 마음에 되게 와닿아서 이 시를 고르게 되었다. 또 시 내용이 자신을 성찰하는 내용이어서 더 눈에 잘 들어왔던 것 같다. 검정고시를 공부하면서 이 시에 대한 해석도 많이 읽었었다. 이 시는 우물 속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르게, 식민지인 현실 속에서 안주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성찰하는 시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내 상황 속에서 바라보는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는, 어쩌면 지금 나의 상황이랑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와 처해있는 상황은 다르겠지만, 왠지 저 시가 깊이 공감된다. 우물을 들여다보이는 사나이가 밉다고 표현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지고, 다시 미워지고, 그리워진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지금 나의 모습을 우물에 비춰보았을 때, 나는 부끄러운 모습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지금 나의 상황으로는 나도 내가 조금은 밉다.
희망이 가득했던 나의 글들 속에서 어쩌다 이런 부정적인 글이 나왔나 하면, 요즘 따라 나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해서이다. 검정고시가 끝난 후로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많이 나태해지고 게을러졌다. 가끔은 다시 일어나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며칠 가지 못했다. 지금 보니 이런 나를 나 스스로 미워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친구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굉장히 찔림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꼭 이 시를 가져오면서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 시인은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안주하며 살아가려던 모습을 성찰했다. 나도 오늘 이 시를 통해 우물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성찰하려고 한다. 우물 속에 비친 풍경은 정말 이뻤다.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요즘 날씨가 참 좋은데, 어쩜 나의 상황과 이리 비슷한가 싶다.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생각하니 참 밉고, 한편으로는 가엾기도 하다. 어쩌면 열심히 살던 나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이 너무 편해져서 나도 이 상황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된다. 오늘 밤은 생각이 많은 밤이 될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다시 읽으면서 읽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솔직한 심정을 글로 적으며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이번 한주가 끝나가면서 다시 다짐하며,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하겠다. 성찰한 결과가 좋기를 기대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