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술 인공지능의 역습
10년 안에 18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역설적이게도 인류의 미래를 밝혀 줄 꿈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3월4일 국내 인공지능 및 로봇 전문가 21명을 설문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취업자 2천560만 명 중 70%가 넘는 사람들이 10년 안에 일자리에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저소득층의 타격이 컸다. 전문가들은 청소원이나 주방보조원, 상점판매원 등을 사라질 직종 1순위에 꼽혔다. 반면 기업 고위임원, 회계사, 대학교수, 자산운용가 등 전문직은 대체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및 로봇기술이 발전할수록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저소득층의 발밑이 빠르게 무너져 내리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둘러보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 느낌이다. 미국에서는 대형마트에 무인판매 시스템이 도입됐고, 일본은 택시를 무인시스템으로 바꿀 계획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발달이 전문직이라고 피해갈 것 같지는 않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났다. 벌써 인공지능 로봇이 글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도 그리고 있다. 증권거래도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들은 이를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며 반기고 있다. 경제적 효과 또한 460조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과연 누구를 위한 경제적 효과일지는 의문이다.
‘벽암록’에 “살인검(殺人劍) 활인검(活人劍)”이라는 구절이 있다. 칼은 쓰는 사람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되기도 하고 죽이는 칼이 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그런데 설상가상 첨단기술을 통한 일자리 빼앗기가 이미 시작됐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기술 자체는 선악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논란에 대한 검증이나 논의도 없이 칼은 숫돌 위에서 시퍼렇게 벼려지고 있다. 만약 그 칼이 몇몇 소수에 독점돼 이윤추구의 도구로 악용된다면 그야말로 살인검이 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17.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