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45. 지겨운 비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우리가 아주 즐겁게 골프를 쳤던 그 날, 파아란 하늘과 뭉게구름의 그 청명햇던 날이 꿈인 것 같다.
그 날, 잠결에 밤새도록 비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말로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우리는 빗속에 갇혀 지냈다.
장대비라 했던가? 진짜 무섭도록 퍼붓는 장대비가 한동안 내리고나서 잠시 멈추는가 싶으면 자오록한 안개비가 이어지고 다시 조용조용 비가 오다가 또 사정없이 퍼붓는다.
낮에도 비, 밤에도 비.
잠시 그쳐도 하늘은 여전히 검은 구름이고 햇살은 본 적이 언제인가 싶을만큼 기억조차 없다.
너무나 음울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비. 그리고 또 비. 하루 종일, 이틀, 사흘,...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비가 그친 시간은 정말 잠시 뿐, 비는 오고 또 온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주일씩이나 계속될 줄은 몰랐다.
설마 내일은 날이 들겠지, 설마 내일은 해가 나겠지. 이렇게 바라면서 한 주가 지난다.
처음엔 무슨 태풍이 지난다고 들었다. 사흘 정도면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마 뒤이어 또 다른 태풍이 지나갔나보다.
우리는 특별히 돈을 내고 라우터를 달아 한국 TV를 시청하기때문에 현지의 뉴스에는 어둡다.
그러니 이 비가 언제쯤 어찌괴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날이 들기만을 기다려왔다.
비가 계속될수록 할 일도 없고 우울해지고 짜증스럽다.
너무 습해서 모든 게 눅눅하고 특히 밤에 침대에 누우면 젖은 자리에 누운 것처럼 축축하다.
초반엔 바람도 불고 번개도 요란해서 우리집 맞은편쪽에 서 있는 백년 넘은 안티폴로 나무에 번개가 치기도 했다.
나무 위에서 아래로 불이 번쩍하더니 윗가지가 찢어지고 순식간에 나무 밑동에 상처가 나며 뿌리 근처 땅에서 연기가 솟았다.
그 다음부터는 내내 비만 연일 엄청 쏟아진다. 어서 해가 나야만 살 것 같다.
첫댓글 주로 야외에서 즐기는 게 전부인데
장기간 비가 내리면
정말 답답하죠.
열대지방의 우기 ….
온대 지방의 엄동설한과 맞먹는 …
기후의 변화 같구먼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