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때 마침 방송되는
우리말 달인 시간을 보며 지인이 말했습니다.
- 국어는 우리말이니까 말만 잘 하면 되는데~~
학창시절 왜 어렵게 문법이나 수사법 같은 걸 배웠는지 모르겠어요.-
이구동성으로 공감한다는 지인들이 많았습니다.
말을 잘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어떤 자리에서 상대방과 대중을 사로잡고 제압하며 거침없이 말을 하면
말을 잘 하는 것이 될까요?
아나운서처럼 높고 낮음을 정확히 또박또박 하면 잘 하는 것일까요?
물론 그런 사람을 보고도 말을 잘한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말입니다.
진정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상대를 웃게 하고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말에도 분명 기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몇 년 전 갔던 대구 어느 곳인지 잊었지만 식당의 안내문 글씨가 생각납니다.
그곳에는 누구도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글맛이 느껴지는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손님은 왕입니다. 하지만 임금님께서도 물은 셀프로 드셨다지요. 부탁드립니다.”
이런 문구를 본다면 아무도 물을 직접 가져다 먹어야 하는 수고로움에 불만을
나타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알아듣기 좋은 표준말이나 달콤한
목소리만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서 써 놓은 식당의 글귀와 더불어
“뭣이 중한디” 라는 말처럼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되새겨 봅니다.
비 그친 날이라 후텁지근하네요.
하지만 해님이 아니면 이 눅눅함을 누가 있어 말려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