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 연옥은 진짜 존재할까요? : 3/3
[가톨릭 교리]
연옥이란 어떤 곳일까요?
중세 이탈리아의 대표적 작가인 단테(Dante)는 그가 쓴 서사시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에서 지옥, 연옥, 천국으로 구분하면서, 연옥은 남반구에 있는 유일한 육지인 산에 있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이는 당시 세상의 중심이라 여겨진 예루살렘에서 정확히 반대 방향을 상정한 것입니다. 연옥의 제일 아래층부터 위층까지 칠죄종, 즉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참회하면서 한 층씩 위로 올라가는 구조를 묘사합니다. 연옥 영혼들이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꼭대기, 즉 에덴동산에 이르게 됩니다. 모든 죄의 보속을 마치고, 정화된 영혼들은 지상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잠시 대기한 후에 하느님 나라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연옥은 소설의 비유나 인간의 상상처럼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는 어떤 장소가 아닙니다. 장소나 시간이란 개념은 지극히 인간적인 상상입니다. 죽은 다음에 시간이나 장소 등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연옥은 장소가 아니라, 일종의 ‘존재 상태’라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칩니다. 동시에 연옥은 대피소나 뜨거운 불의 벌을 받는 곳도 아닙니다. 연옥은 ‘정화소’(淨化所, Purgatorium)입니다. 연옥의 불은 지옥의 불과 같은 것이 아니고, 깨끗하게 해 주고 따뜻하게 해 주는 하느님 사랑의 불입니다. 정화하는 하느님 사랑의 불을 통해 더 깨끗해져야 인간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연옥에 있는 영혼은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고, 지상에 있는 우리의 기도와 희생이 있어야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맞는 말인가요?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중요한 점은 연옥 영혼 역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고,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과 결합된 사람들은 각각 지상교회(투쟁교회, 순례교회), 연옥교회(정화교회), 천상교회(개선교회, 승리교회)에 속해 있습니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성인들의 통공’(communio sanctorum)이란 바로 세 교회에 속한 사람들의 기도와 공로는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 하느님 교회의 구성원이고, 이들의 기도와 희생과 선행은 서로 관계를 맺고 결합된다는 것입니다. 연옥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구원을 보장받은 인간이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정화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연옥에 있는 영혼들의 정화를 돕기 위해서 지상교회에서 순례 중인 그리스도인들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 희생, 자선, 보속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입장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9월호,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