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自繩自縛)
자기의 줄로 자기 몸을 옭아 묶는다.
自 : 스스로 자(自/0)
繩 : 노끈 승(糸/13)
自 : 스스로 자(自/0)
縛 : 얽을 박(糸/10)
영리한 사람이 제 잘못을 덮으려다 걸려들 짓만 한다. 꾀를 내어 남을 속이려다 그 꾀에 도로 제가 피해를 입는 경우는 숱하다. 그만큼 속담과 성어가 많은 것은 어리석음을 깨치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기가 잘못하여 손해를 입는 ‘제가 제 뺨을 친다’거나 자신을 망치는 ‘제가 제 무덤을 판다’는 속담이 가장 많이 쓰인다.
‘하늘을 쳐다보고 침을 뱉으면 자기 얼굴을 더럽힐 뿐이다(仰天而唾 徒汚其面)’는 비유는 정약용(丁若鏞)의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나오는 속담의 한역이다. 자기가 꼬아 만든 밧줄(自繩)로 자기 몸을 옭아 묶는다(自縛)는 말은 더 쉽게 비유했다.
이 말이 후한(後漢) 역사가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에 처음 나올 때는 자박(自縛)으로 되어 있고 뜻도 약간 다르다. 항복이나 사죄의 의미로 상의의 어깨를 드러내는 육단(肉袒)과 같이 썼다.
유협전(遊俠傳)에 나오는 원섭(原涉)이란 사람의 이야기다. 어느 때 원섭의 노비가 시장 바닥에서 푸줏간 주인과 말다툼을 하다 살인을 하게 됐다.
무릉(茂陵) 지역의 태수 윤공(尹公)이 그 주인을 잡아 죄를 물으려 했다. 이에 같이 어울리던 협객들이 원섭에게 부덕한 탓으로 종이 법을 어겼다며 제안한다.
그에게 웃옷을 벗기고 스스로 옭아 묶어(使肉袒自縛), 화살로 귀를 뚫고 끌고 가 사죄하게 하자(箭貫耳 詣廷門謝罪). 태수가 이를 받아들여 원섭의 위엄도 살렸다.
원섭이 자기 집 종의 잘못으로 궁지에 몰리긴 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관용을 구한 것이 더 강조되었다. 웃옷을 벗은 채 가시나무 회초리를 등에 지고 용서를 구한 육단부형(肉袒負荊)과 가깝다.
여기에 자기가 엮은 노끈이 더해지면서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신이 구속되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으로 변했다.
조선 전기 탁월한 문장가 김시습(金時習)의 시구에 자탄하면서 이 말을 사용한 것이 있다. ‘머리 가에 세월이 새마냥 지나가니(頭邊歲月一鳥過), 제 몸 제가 얽은 누에나방과 같은 신세(自繩自縛如蠶蛾).’
신세 한탄을 넘어 법가(法家)를 대표 상앙(商鞅)이 자기가 만든 법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는 작법자폐(作法自斃)는 제 눈을 찌른 결과다.
자기가 한 행위는 그대로 결과로 돌아온다. 콩 심은데 콩 나는 종두득두(種豆得豆)는 물론 종교에서 더 심오하게 깨우친다. 자신의 소행으로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불교서 말하는 업(業)인데 여기서 자업자득(自業自得)이 나왔다.
지혜의 왕 솔로몬(Solomon)은 잠언(箴言)에서 꾸짖는다. ‘네 입의 말로 네가 얽혔으며 네 입의 말로 인하여 잡히게 되었느니라.’
이런 가르침에도 자신은 예외라 생각하는지 이전에 한 말로 책잡히고, 제가 한 행동에 의해 꼼짝달싹 못하는 일이 잦다. 이런 사람일수록 기막힌 변명으로 속을 더 뒤집는다.
▶️ 自(스스로 자)는 ❶상형문자로 사람의 코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사람은 코를 가리켜 자기를 나타내므로 스스로란 뜻으로 삼고 또 혼자서 ~로 부터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나중에 코의 뜻에는 鼻(비)란 글자가 생겼다. ❷상형문자로 自자는 '스스로'나 '몸소',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自자는 사람의 코를 정면에서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서는 코와 콧구멍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래서 自자의 본래 의미는 '코'였다. 코는 사람 얼굴의 중심이자 자신을 가리키는 위치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나 자신을 가리킬 때는 손가락이 얼굴을 향하게끔 한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되면서 自자는 점차 '자기'나 '스스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自자가 이렇게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畀(줄 비)자를 더한 鼻(코 비)자가 '코'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自(자)는 어떤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부터, ~에서(~서)와 같은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 시간이나 공간에 관한 낱말 앞에 쓰임의 뜻으로 ①스스로, 몸소, 자기(自己) ②저절로, 자연히 ③~서 부터 ④써 ⑤진실로 ⑥본연(本然) ⑦처음, 시초(始初) ⑧출처(出處) ⑨코(비鼻의 고자古字) ⑩말미암다, ~부터 하다 ⑪좇다, 따르다 ⑫인하다(어떤 사실로 말미암다) ⑬사용하다, 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몸 기(己), 몸 신(身),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이다. 용례로는 제 몸을 자신(自身),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함을 자유(自由), 제 몸 또는 그 자신을 자체(自體), 저절로 그렇게 되는 모양을 자연(自然), 제 몸이나 제 자신을 자기(自己),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스스로 자기의 감정과 욕심을 억누름을 자제(自制), 스스로 그러한 결과가 오게 함을 자초(自招), 스스로 움직임을 자동(自動), 제 스스로 배워서 익힘을 자습(自習), 자기 일을 자기 스스로 다스림을 자치(自治),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함을 자립(自立), 자기의 능력이나 가치를 확신함을 자신(自信),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기 몸이나 마음을 스스로 높이는 마음을 자존심(自尊心), 어떤 일에 대하여 뜻한 대로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 굳센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신감(自信感), 스스로 나서서 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자발적(自發的), 자기의 언행이 전후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가당착(自家撞着),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버린다는 뜻으로 몸가짐이나 행동을 되는 대로 취한다는 말을 자포자기(自暴自棄), 스스로 힘을 쓰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한다는 말을 자강불식(自强不息),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자랑함을 이르는 말을 자화자찬(自畫自讚), 자기가 일을 해놓고 그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격지심(自激之心),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가를 이룸 곧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이룩하거나 큰 일을 이룸을 일컫는 말을 자수성가(自手成家), 자기의 줄로 자기를 묶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망치게 한다는 말이다. 즉 자기의 언행으로 인하여 자신이 꼼짝 못하게 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승자박(自繩自縛), 잘못을 뉘우쳐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도록 함을 이르는 말을 자원자애(自怨自艾), 처음부터 끝까지 이르는 동안 또는 그 사실을 일컫는 말을 자초지종(自初至終),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한다는 뜻으로 마음속으로 대화함을 이르는 말을 자문자답(自問自答), 제 뜻이 항상 옳은 줄로만 믿는 버릇이라는 뜻으로 편벽된 소견을 고집하는 버릇을 이르는 말을 자시지벽(自是之癖) 등에 쓰인다.
▶️ 繩(노끈 승)은 형성문자로 縄(승)의 본자(本字), 绳(승)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따라붙어 떨어지지 않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蠅(승)의 생략형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繩(승)은 실로 꼰 노끈, 새끼의 뜻으로, ①노끈(실, 삼, 종이 따위를 가늘게 비비거나 꼬아서 만든 끈) ②줄(무엇을 묶거나 동이는 데에 쓸 수 있는 가늘고 긴 물건) ③먹줄(나무나 돌에 곧은 줄을 긋는데 쓰는 도구) ④법(法) ⑤바로잡다 ⑥통제하다 ⑦제재하다 ⑧잇다 ⑨계승(繼承)하다 ⑩계속(繼續)하다 ⑪기리다 ⑫재다 ⑬판단(判斷)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새끼를 꼬는 기계를 승거(繩車), 측량함을 승량(繩量), 노끈으로 얽어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의자를 승상(繩床), 노끈으로 엮음을 승편(繩編), 규칙이나 법도 또는 험한 길을 밧줄에 의지하여 건너감을 승도(繩度), 먹줄과 자로 일정한 규율이나 규칙을 승척(繩尺), 먹통에 딸린 실줄을 승묵(繩墨), 먹줄처럼 똑바름을 승직(繩直), 대가 끊어지지 아니함을 승승(繩繩), 빨랫줄을 쇄승(晒繩), 죄인을 잡아 묶는 노끈을 포승(捕繩), 올가미로 쓰이는 끈을 투승(套繩), 붉은 빛깔의 노끈을 홍승(紅繩), 가는 노끈이나 가는 새끼를 세승(細繩), 종이를 비벼 꼬아서 만든 끈을 지승(紙繩), 노나 새끼 따위를 비비어 꼼을 뇌승(挼繩), 옛적에 글자가 없었던 시대에 노끈으로 매듭을 맺어서 기억의 편리를 꾀하고 또 서로 뜻을 통하던 것을 결승(結繩), 한쪽 끝만을 매어 드리워 놓고 손으로 잡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운동하는 제구로서의 줄을 조승(弔繩), 거리나 수평 방향 등을 살피기 위하여 줄을 띄움을 범승(汎繩), 논밭을 측량하는 데 쓰는 노끈이나 새끼로 만든 긴 자를 양승(量繩), 모종을 하거나 씨를 뿌릴 때에 심는 간격을 일정하게 하는데에 쓰는 새끼나 노끈 따위를 간승(間繩), 인연을 맺는 끈으로 부부의 인연을 적승(赤繩), 올가미를 던지는 일 또는 그 올가미를 투승(投繩),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을 규승(糾繩), 썩은 새끼로 단단치 못한 물건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부승(腐繩), 새끼줄을 걸어 잡아당겨 뿌리째 뽑아 버린다는 뜻으로 둘이 한 패가 되어 다른 사람을 배척한다는 말을 인승비근(引繩批根), 자기의 줄로 자기를 묶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망치게 한다는 말을 자승자박(自繩自縛), 깨진 항아리의 주둥이로 창을 하고 새끼로 문을 단다는 뜻으로 가난한 집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옹유승추(甕牖繩樞), 긴 줄로 해를 붙들어 맨다는 뜻으로 시간의 흐름을 매어 멈추게 하려는 것 즉 불가능한 일을 이르는 말을 장승계일(長繩繫日) 등에 쓰인다.
▶️ 縛(얽을 박)은 형성문자로 缚는 간체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尃(부→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縛(박)은 ①얽다 ②동이다(끈이나 실 따위로 감거나 둘러 묶다) ③묶다, 포박하다(捕縛--) ④매이다 ⑤구속되다(拘束--) ⑥포승(捕繩) ⑦복토(伏兔: 차여(車輿)와 차축을 연결 고정하는 나무)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束(묶을 속/약속할 속), 構(얽을 구/닥나무 구), 綢(얽을 주, 쌀 도), 繆(얽을 무, 사당치레 목, 틀릴 류/유), 목맬 규, 꿈틀거릴 료/요), 繫(맬 계), 纏(얽을 전) 등이다. 용례로는 접을 붙인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겉으로 싸 주는 볏짚 따위를 박초(縛草), 못 박기가 어려운 곳에 못 대신에 검쳐 대는 쇳조각을 박철(縛鐵), 울퉁불퉁하게 뭉치어 붙은 살을 박육(縛肉), 죄인을 묶어 놓고 고문함을 박고(縛栲), 남의 집 과부를 자루에 넣어 데려가서 아내로 삼는 일을 박취(縛娶), 몸을 자유롭지 못하게 얽어맴 또는 어떤 행위를 자유로이 못하도록 얽어매거나 제한을 더함을 속박(束縛),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두 팔이나 다리를 묶음을 결박(結縛), 붙잡아 묶음을 수박(囚縛), 잡아 묶음을 포박(捕縛), 꼼짝 못하게 바싹 얽어 동여맴을 긴박(緊縛), 제재를 가하여 자유를 속박함을 제박(制縛), 제 스스로를 옭아 묶음 또는 제 언행에 스스로 구속되어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일을 자박(自縛),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묶고 앞을 보게 함을 면박(面縛), 협박하여 포박함을 겁박(劫縛), 번뇌는 중생의 몸과 마음을 얽어 묶어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뜻으로 번뇌를 달리 이르는 말을 전박(纏縛), 죄인의 옷을 벗기고 알몸뚱이 상태로 묶음을 육박(肉縛), 번뇌를 갖추고 있어 생사에 속박됨을 구박(具縛), 사로잡아 묶음을 생박(生縛), 손이나 몸을 동이어 묶음을 전박(拴縛), 출입하지 못하게 새끼나 동아줄 같은 것으로 그물코와 같이 얽어 만든 시설을 망박(網縛), 손을 뒤로 젖히고 결박함을 전박(殿縛), 죄인을 붙잡아 결박함을 구박(拘縛), 자기의 줄로 자기를 묶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망치게 한다는 말로 자기의 언행으로 인하여 자신이 꼼짝 못하게 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승자박(自繩自縛), 몸을 묶어 놓고 마구 때림을 일컫는 말을 박지타지(縛之打之), 배를 빨리 달리게 하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음력 5월에 부는 바람을 이르는 말을 박초풍(縛草風), 스스로 손을 뒤로 묶고 관을 짊어지고 사과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면박여츤(面縛輿櫬)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