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에 있으며 작업하다 문득 유명산이 가고 싶어졌다.
VTR1000F를 떠나 보낸 후 바로 장만한 VTR250의 실력도 보고 복잡한 마음도 다스릴겸...
일단 간단히 몸단장을 한 후 깔끔한 제트헬맷에 진한 선그라스를 끼고 문을 나섰다.
커버에 덮혀져 있는 녀석을 깨웠다.
도동동도도동....
귀여운 음색에 2기통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배기음..
지금의 내 VTR250은 올 순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쉬호스만 장착되어 있는 상태..
타이어도 순정, 헤드라이트, 시트, 스텝, 머플러,,,모두 순정이다.
게다가 2000년식이라 외장도 그리 깔끔한 상태가 아니다.
오너마저 빈티나는 사람인데 바이크마저 완전 빈티지 스탈이다.-ㅛ-;
내가 녀석을 인수받았을때의 적산거리는 7720/KM!
아직 엔진 하나는 단물 그대로인 상태.
자 이제 출발을 해 볼까.
1단을 넣자 톡 하고 가볍게 클러치가 맞물리는 소리를 내고 유압식 클러치가 아닌 와이어 클러치를 가볍게 놓아주자 슥 나간다.
VTR250의 순정 메터기에는 RPM게이지가 생략되어 있는 상태다.
그냥 감으로 기어체인지 해 주는건데 어느정도 알피엠으로 달리고 있는지 가끔 궁금할 때 빼고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어느 덧 구리를 지나 양평으로 향하는 국도.
차들이 보통 100키로정도로 달리는데 나는 그 속도보다 약간 높은 속도로 차들을 제치고 지나고 있다.
속도는 120-130정도.
말했다시피 알피엠게이지는 없다보니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5단 탑기어에 5천알피엠정도??
거기서 맘만 먹고 스로틀을 비틀면 금새 속도바늘은 140을 넘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 탄력만 받는다면 금새 160KM가 새겨진 속도계를 가리킬만큼의 가능성은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다.
국산 250을 타보지 않은 상태에서 단언하기엔 뭣하지만, 아마도 코멧250보다 훨씬 가속력이 좋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양평을 지나 유명산 와인딩 초입.
유명산 지름길로 가기 위한 신호등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옆에 라이더가 와서 같이 대기하게 되었다.
코멧인가??
흘끔 쳐다볼 뿐 말 없이 그저 신호등만 바라보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자 그 라이더가 먼저 앞서 갔다.
로드윈이었다.
아마 초보인 듯,,,
기차길고가 밑 코너에서 움찔하더니 코너 바깥으로 부풀어 나가더니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그 때부터 뒤통수가 가려웠던지 서행하는 그 라이더를 제치고 나갔다.
유명산 초입에 있는 주유소에 들러 혹시나 해서 만원어치를 주유하고 다시 출발,,
아까 그 로드윈 라이더가 유명산 첫 코너를 조심스레 돌고 있었다.
널찍한 도로라서 위험스레 추월하지 않아도 되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1차선에 붙어 2차선에서 달리는 로드윈을 추월,,
이윽고 나타나는 코너에서 가벼운 몸짓과 시선처리만으로
3단 7-8000알피엠으로 돌아나갔다.
역시,,,예전에 태백서킷에서 어렵게 달릴수 있는 기회를 함께 했던 그 VTR250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약간 물렁한 서스가 좀 걸리긴 했지만 그리고 대 배기량이었을때의 그 여유로운 코너는 기대하긴 힘들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만족감을 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머플러를 튜닝하고 스텝도 바꾸면 좀 더 자세가 나오지 않을까??
원래 네이키드의 특성상 스텝의 위치도 스파르타한 맛이 없고 그저 밋밋한,,
딱 편안한 위치지만 코너를 돌아나갈땐 좀 더 빡센 위치가 그리워 졌다.
금새 스텝이 닿아버릴 정도의 뱅크각이 형성되고 속도도 80-110까지는 무난히 나오는 녀석이었다.
몇번의 기어 조작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손놀림도 필요하지만 그런 것쯤은 각오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조작하는 맛도 느낄 수 있으니 단점이라고 하기엔 모호한 점이 있다.
아니..오히려,,,좋다고 할까? 재밌다,,,내가 이녀석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고 할까?
솔직히 말한다면 VTR1000F를 탔을때는 가끔 드는 생각이었지만 등줄기가 오싹할 만큼의 휘둘림을 당한 적이 있었다. -ㅛ-;
그런데 이녀석은 내가 맘 껏 조종하고 있다는게 실감이 난다.
몇개의 코너를 돌았지만 청바지에 그냥 편한 신발을 신고 온 상태라 그냥 설렁설렁
돌아야만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녀석의 진 면모를 다시금 느끼고 싶다.
수트와 풀페이스를 착용하고 니 슬라이더를 박박 긁으면서 이녀석의 한계를 실험해 보고 싶어졌다.
정상에서 국수 한사발 꿀꺽하고 청평쪽으로 향했다.
내리막길의 몇개 코너를 돌아나가자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VTR1000F였으면 움찔했을 테지만 이 녀석은 그냥 편하게 지나왔다.
부드러운 서스가 울퉁불퉁한 노면의 충격을 모두 흡수해 버린 상태라 내 엉덩이에 전해지는 충격은 극히 미미한 수준,,
여기서 일어서서 달리면 그야말로 오프로드 뺨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ㅛ-;;
충분히 달려준다.
다시 아스팔트가 나오고 청평의 고속 코너들이 나타났다.
5단 탑기어에서 120-130까지의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도 듬직한 모습,,
이녀석 배기량만 250이지 실력은 400급 정도..
예전에 잠깐 타 봤던 XJR1300처럼 묵직하고 쑥쑥 밀고 나가는 맛은 없지만
그래도 250이라는 배기량을 감안한다면 씩씩하게 잘 달려준다.
편안한 자세라 눈이 부실정도의 녹음을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
제트헬맷의 실드를 위로 들고 맞바람을 맞으며 휘파람을 불어본다.
여유롭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해주는 VTR250.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가벼운 마음의 한 장면을 연출해 주고 있었다.
청평을 지나 양수리를 거쳐 "라이더의 밤"으로 가는 길과 합류.
그 길로 서울로 복귀하는 길다면 긴 여정이었지만 엉덩이만 살짝 베길뿐..(조금 불만사항이다.)
시트의 형상문제인지 딱딱한 설정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VTR1000F 탈때엔 느껴보지 못한 불만이었다.
일어서서 운전을 해보기도 했는데 이것도 재미난다.
핸들이 널찍한 스타일에 위로 올려져 있는 전형적인 네이키드 형이라 일어서도 허리를 그렇게 많이 구부리지 않아도 되고 가벼운 차체 때문에 스텝으로만 조종해도 되니
가끔 궁댕이 아플땐 이런 식으로 놀아도 좋을 듯 싶다.
서울에 도착하자 러시아워라 차들이 많이 밀렸다.
커다란 조향각 때문에 차들 사이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건 우습기만 했다.
허벅지가 엔진 열때문에 좀 뜨거운 것만 빼면 즐거운 투어링이라고 해도 좋았던 만큼
새로운 애마인 VTR250에게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나중에 내가 꼭 한번 내꺼로 만들고 싶은 DUCATI MONSTER S4R을 본따 만든 트러스 프레임에 수랭 엔진, 간소한 만듦새로 부담없이 탈 수 있는 VTR250
이 녀석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금새 머릿속에는 예쁘게 꾸며 나가는 청사진이 펼쳐지고 만다.
꾸미는 맛도 다른 바이크보다는 배가 될 정도.
이녀석에게 절대 250이라고 우습게 보이지 않게 멋지게 꾸며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 하나,,,,
나같이 헝그리 라이더에게는 절대적인 연비.
서울에 도착해서 연료통을 보니 유명산에서 채웠던 기름이 아직도 찰랑찰랑 보였다.
왠지,,,,돈 벌었다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지금까지 8200여 키로를 가리킬때까지 총 세번의 주유가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세컨애마,,,혹은 입문용 바이크로는 손색이 없는 모든 조건을 갖춘 팔방미인이다.
어쩌면 내 여자친구보다 이녀석을 더 사랑하게 되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농담이다.^^;;
여보게들...기름값이 걱정인가?
VTR250을 타 보게나.
와인딩에서 느릴 것 같다고?
달려보게나.
왠지 허접해 보인다고?
꾸미기 나름일세.
한가지 슬픈 소식은 VTR250의 신차 가격의 압박이 조금 있다는 것.(국산의 같은 배기량에 비해서..절대 국산의 같은 배기량에 비해서지 VTR250의 가격대비 성능이 발군이기 때문에 그 가격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VTR250을 샀던 오너들이 팔방미인임을 깨닫고 중고로 내놓지 않는다는 점..
바마에서 VTR250 찾기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다.
겁나게 긴 시승기....
재밌었을래나?
참고가 됐을래나??
아무튼,,,수고가 많았어요.
그럼 이만,,,
첫댓글 형 잘봤어여~ 쵝오에여~! ㅋ
잼나게봔내여~~~~~~~ 바이크에 상당히 만족하시는군여 타실때마다 행복하시겟군요~~
에이..쓸데없이 넘 길어 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다녀오셨나봐요~~^^ 이번 세컨드 이쁘게+조심해서 타세요^0^//
축하해 오빠~ 안전운전 하구 잼나게 즐기길 바래^^
오~~형 드뎌 장만하셨네요^^ 사진도 보고싶어용..멋있는 라이딩 하시길..
오홍.. 형 축하드리구요~ 팔방미인 잘 데리고 사세요~ ^^;; 흐흐~
잘 보았습니다....놀라움의 극치;;;;8200km에 3번의 주유,,,,후홀
뱀술님 잘못 이해 하셨군요. 7720km에서 8200km까지 달릴 동안 주유했던 횟숩니다. 정말 8200km를 달릴때까지 3번의 주유라면 휘발류 냄새만 맡아도 가는 엔진을 발명했다고 노벨상 타게요? ^^
왜 오바형 사이드카를달아서 몽땅기름통으로 개조한다면 가능할지도 몰러유
기름통 크기하고 연비하고는 상관없단다. 오히려 연비가 더 안 좋아질 것 같은데...무게가 많이 나갈테니까..넌 아직 멀었다.
저두 VTR250 타봤는데.. 정말 앙증맞더라구용.. 음하핫.. 축하드려용~!
저도 250타는데..연비 졿아요..시승기 쓰시는 실력 좋으시네여..
시승기 잘보았습니다.^^ VTR250에 대해 알아보고있는데..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