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욱은 개인의 서사와 감정, 즉 ‘이야기’를 물리적인 장치로 실체화한다. 머릿속에서만 머물던 이야기들을 나무와 모터, 금속과 실 등 실재하는 재료의 조합으로 눈앞에 소환한다. 무형의 생각은 색과 질감과 소리와 무게를 얻어 현실의 공간에 출연함으로써 마침내 그 존재를 증명한다.
- 각 작품의 제목은 이야기가 축약, 완결된 문장 형태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고, 진동이 느껴지는 눈앞의 덩어리와 조우한다.
- 텍스트와 실물의 병치는 어딘가 익숙하여 ‘시화(詩畵)’와 같은 형식을 떠올리게 한다. 매우 밀접한 둘의 조합은 단지 텍스트만 제시하는 경우에 비해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 이상의 무언가의 접점에서 피어나는 동반 상승, 이른바 시너지이다. 시너지는 깊게도, 혹은 넓게도 일어난다. 주제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일수도, 새로운 감상이나 아이디어의 시작일수도 있다.
○ 특히 이번 전시는 <<은퇴한 맹인 안마사 A씨는 이제 안마기기를 판다>>란 제목 아래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다양한 구체적 상황을 대입해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이야기 전개를 위해 작가가 택한 중심 소재는 ‘안마’이다. 은퇴하게 된 맹인 안마사를 대신할 각양각색의 안마기기가 전시장에 등장한다.
- 단골손님의 성격과 직업병을 줄줄이 꿰고 있는 안마사의 섬세함을 단지 한 대의 기계로 온전히 대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위별, 직업별, 상황별로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기기들을 고안했다.
- 이를테면 ‘허리 안마기’, ‘어깨 안마기’, ‘수술을 앞둔 어느 가장을 다독이는 그것’, ‘집에 며칠 제대로 연락도 못한 통신 기사를 어루만져 줄 무엇’과 같은 것들이다. 맹인 안마사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얽힌 이야기를 섬세하고 기발한 조형으로 풀어낸다.
○ 조형물은 저마다 서로 역학관계를 이루는 복수의 부분들로 엮여 특정한 동작을 수행한다. 노출된 물리적 구조는 동작 원리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동작과 함께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은 촉각과 청각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 자극은 작품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주변으로 뻗어나간다. 핀조명의 강렬한 빛은 물체의 구조를 대변하는 크고 또렷한 그림자를 사방으로 뿌려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로써 작품은 물리적 치수를 극복하고 보다 큰 공간을 자기 권역으로 머금는다.
- 평면작업에 견주어, 공간을 채우고 소리 내어 작동하는 입체의 이 같은 강렬한 직관성은, 작가의 생각을 현실로 소환하는 가장 생생한 통로가 된다. ‘병치된 둘 사이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는 효과의 생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파트 사이의 역학관계는 동작, 동작과 시간의 조합은 진동과 소음과 리듬, 물리구조와 빛의 교차는 그림자의 확장을 통한 공간 장악이라는 효과를 낳는다.
○ 전시기간 중 참여 작가와 함께하는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 2015년 6월 20일에 OCI미술관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OCI미술관 홈페이지(www.ocimuseum.org) 또는 02-734-0440~1에서 얻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midahm.co.kr/?sd=1&sc=1_1_view&gnum=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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