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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우편함에서 마주한 열아홉 살 아들의 답장
햇살 가득한 향기로운 뜨락 고향 마을
평안함과 아늑함이 은혜와 감사가 넘친다
앞산 봉우리로 떠오르는 해가 밝고 맑다
먼 산은 봉우리 봉우리 문필봉이요.
생명의 젖줄 샛강이 유유히 흐른다.
바람 맑고 달빛 고운 마을에 비단천이 흐른다.
신장로 길은 도시로 향한다
고즈넉한 멋을 품는 삶이 익어간다
고상하고 품격있는 삶으로 초대 받은 마을 사람들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태어나서 옳지 곧 못하면
마소를 갓 고깔 씌워 밥 먹이나 다르랴 정철
마을 사람들아 사람답게 참되고 진실하게 살자
답게 아름답게 살자
옳은 일을 하자고 진실의 노래를 부른다
복과 낙이 넘치는 마을 사람들을 사랑으로 초대한다
아름다운 고향의 향수를 그리움으로 꽃처럼 쥐고 산다
고향의 그리움 이동훈
햇살 논두렁에 앉아
풍년을 파종하고
산들바람 밭두렁 휘돌며
농심을 심는다
사라지고 변하는 것은
세월의 마술 이지만
그 어찌 꿈엔들
잊을 수가 있을까?
사는 것은
'곤란하지만 의롭게 살아간다.' 원주시 호저면 고산리, '곤의골’
사람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仁義禮智의 본심을 지킨다 서재, 서원, 교촌,
서당, 서원, 향교
爲善被禍 吾所甘心 선을 행하다가 화를 입더라도 달게 여긴다 엄흥도, 광천골
바른 사람으로 옳은 일을 한다 義在正我 금천동
앞마당에는 커다란 노거수 느티나무가 두 그루 마을의 이야기를 천년간 간직하고 있다
한 그루는 동사나무로 소원지가 달려 있다
다른 한 나무는 정자의 지키는 기다림의 공원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놀이 하는 곳이
단오날에는 커다란 그네가 걸려
동네 아낙네, 처녀들이 하얀 속치마를 바람에 휘나리며
분내를 내며 나비처럼 바람을 타고 오른다
커다란 느티나무 옆 정자는 마을의 정보 센타이다
정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담소를 나눈다
명절이 되면 할매 할배가 하루종일 자식을 기다린다
학같이 목을 길게 빼들고
눈길은 신작로로 향한다
고향 뒷동산 도리솔봉에 진달래꽃봉우리가 분홍빛 꽃망울을 터트리면
호미에 바구니들고 들녘밭에 냉이(나생이) 캐는 아낙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구니에는 냉이, 달래(달롱)등 봄나물 향기가 가득하다.
그날 저녁 밥상에는 달래뽀글장, 냉이국, 냉이무침이 밥상 반찬으로 오른다.
달래뽀글장에 보리밥을 비벼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옛날 우리 아버지는 모자리를 만들기 위해 새로나온 풀잎을 베어
거름을 만들고 못자리를 만든다
볍씨를 소독물에 담그고 건져 싹이 트면 못자리에 뿌려 모내기 준비를 하셨다.
요즘은 플라스틱 모판에 볍씨를 뿌려 비닐하우스에서 싹을 틔어 모내기때가 되면
이양기로 모를 낸다.
편리함이 있고, 인력은 덜었지만 모내기 정취가 그립다.
이양기가 보편화 되기 전에는 손모내기가 전부였다.
모내기는 품앗이로 이집 저집 돌아가며 모내기 일정을 잡았다.
모내기 날에는 아침일찍 일꾼들이 모 팔으러 나아가 작은 모판 의자에 앉아
여럿이 어울려 모를 찌기 시작한다.
손발은 이른 아침 차가운 물에 오리발이됐다.
모춤을(모 묶음) 만들어 내어놓으면 지게에 얹어 모내기 논으로 향한다.
논에 도착하면 모춤을 논 여기저기 던져놓아 모내기에 편리하게 배분한다.
일꾼들이 논에 도착하면 못줄꾼 두 사람은 논뚝 이쪽 저쪽 못줄을 늘린다.
일꾼들이 못줄앞에 늘어서면 앞뒤 좌우에 있는 모춤을 잡아 손에
한 움큼씩 빼어 들고 모내기를 시작한다.
이제 논 반어귀쯤 모를 내면 아낙네들이 머리에 새참을 지고 나온다.
들에서는 밥상이 논뚝, 밭뚝이다.
“모두 나오세요” 주인네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모두 모춤을 놓고 논뚝으로 나온다.
물에서 나오면 한 두 사람은 종아리에 거머리가 붙어있어 손으로 떼어내곤 했다.
보릿고개 끝자락에 새참 반찬은 꽁치조림이 인기였다.
그 당시에 밥은 공깃밥이 아니라 사발밥이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면 허리가 무너지 것처럼 아프다
물찬 논에 들어가 모를 옮기고 심는 일은 고된 노동이다.
하지만 그 고단함 속에서도 웃음과 흥을 잃지 않게 해준 것이 있었다
모내기 노래를 부르며 고단함을 잊게 하였다
“허이허이”, “에헤야디야” 모내기 동작과 박자를 자연스럽게 맞추는 신호였고,
가사에는 사랑 이야기부터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
마을 소식까지 소박하게 담겨 있었다.
이때면 ‘서마직이 이 논베기’ 모내기 노래가 울러 퍼진다
‘이배미 저배미 다 심어 놓으니
또한 배미가 남았구나
지가야 무슨 반달이냐 초승달이 반달되지
능청능청 저비 끝에 시누 올케 마주 앉아
나도야 어서 시집가서/우리 낭군 섬길라네
고초 당초 맵다해도 시집살이만 못하더라
나도야 죽어 추세 가서/시집살이 안할라네
이 물꼬 저 물꼬 다 헐어놓고 / 쥔네양반 어디갔나
장터안에 첩을 두고 / 첩네방을 놀러갔소
모시야 적삼에 반쯤나온 / 연적같은 젖좀 보소
많아야 보면 병이난다 / 담배씨 만큼만 보고 가소
이베미 저베미 다 심어놓고 / 또 한 베미가 남았구나
지가야 무슨 반달이냐 / 초생달이 반달이지
문오야 대전목 손에 들고 친구집으로 놀러가니
친구야 벗님은 간곳없고 공달패만 놓였구나
저기가는 저 처자야 고추이나 잡아다오
고추농살 내가 놓게 새참이나 내다주소
싸립문 대청문 열어놓고 손님내는 어딜갔소
무산일이 그리많아 내 올줄을 몰랐던가
못줄잡는 솜씨따라 금년농사 달렸다네
모심기는 농사치곤 칸좀맞춰 심어주소
이고생 저고생 갖은 고생 모질게도 사는 목숨
한도 많은 이내팔자 어느때나 면해볼꼬
붕어야 대전봉 손에 들고 친구집으로 놀러가세
친구야 벗님 간 곳 없고 조각배만 놀아난다
능청능청 저 벼랑 끝에 시누 올케 마주앉아
나두야 죽어 후생 가면 낭군 먼저 섬길라네
이 노래는 단순한 노동요를 넘어 공동체를 잇는 매개였다.
선창이 가락을 이끌면 뒤따르는 사람들이 일제히 화답했고,
논바닥에는 힘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녘을 가득 채운 노랫소리는 멀리서도 모내기가 한창임을 알리는 신호이자,
함께 일하고 함께 웃던 사람들의 연대감을 상징했다.
모심기 노래는 경쾌한 장단과 힘찬 목청이 특징으로,
넓은 들판에서도 소리가 멀리 퍼지도록 구성돼 있다.
“올해 농사 잘 되게 해주소”
“내 사랑이 모 심으러 왔네”
노동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했다.
온 동네 모내기가 끝나고 논에 모가 뿌리를 내리고 모살이가 끝나면
온 동네 풍악이 울린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깃대를 앞세우고 꾕과리, 징, 피리를 불며
온동네를 한바퀴 돌며 한 해 농사 풍년을 기원하고
모내기에 힘들었던 모두를 위로하며 축제를 열었다.
봄의 햇볕을 받으면서 피는 꽃
잔칫상 차리듯 꽃이 핀다.
봄은 정겨운 해방이자 솟구치는 열락이다.
목숨붙이들의 배냇짓이 움트고,
붓은 뒤질세라 신명을 낸다.
버들 허리에 동여맨 치마 말기 고름,
외씨버선과 신발이 이 봄날의 행장에 산드러지게 어울린다.
아! 아! 아름다운 봄날이다
옛 문인이 일찍이 귀띔했다.
행락이 유쾌하려면 네가지가 겹쳐야 한단다.
‘좋은 날’(良辰·양신)과 ‘아름다운 경치’(美景·미경)와
‘즐기는 마음’(賞心·상심)과 ‘기쁜 일’(樂事·낙사)이 그것이다.
그 좋은 날의 으뜸이 어느 날인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오늘, 봄날!
담청하기 좋은 날이다
화전놀이로 즐겨보자
동하는 봄에 취해보자
햇살 한 줌 주세요/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술에/산목련향은 두 방울만/
수줍은 아랫마을 인숙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봄 처녀 인숙이 분내가 가슴으로 파고드는 그리움
꽃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허연 허벅지를 배게 삼아 담청을 즐긴다.
논에 개구리알의 올챙이가 깨어 나오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커지면
동네 공터에 이동식 가설극장이 찾아오곤했다.
60년대 초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 변사 신출씨의 음성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일부 친구들은 돈 몇푼이 없어 천막을 들추고 숨어 입장하다
감시원에게 발각되어 혼쭐이 나곤했다.
80이 넘은 필자로서는 다시한번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싶은 옛 추억이다.
어느덧 뒷동산 뻐꾸기 울고 밤이면 소쪽새 밤을 지새우면
뒷동산 진달래는 서서히 시들어가고 철쭉꽃이 만개한다.
양지녁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는 할미꽃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채 피어난다.
고향의 봄은 언제나 아련하고 애틋하다.
고향생각 /김용수
뒷동산 언저리에
하얀 속살 피어내던
살구나무 가지에도
시린 손 호호 불며
발 동동 고기 잡던
야틈한 실개천에도
보리피리 불면서
푸른 꿈이 뛰놀고
달래, 냉이 누나 얼굴
양지마을 들녘에도
봄은 왔겠지
깊은 밤 쓸쓸히
봄비가 내리면
고향생각 납니다.
노을이 지는 저녁
서산에 뉘엿뉘엿
해는 저물고
시리고 차가운
계곡 물소리
산새 소리 들리는
저 언덕 너머
부모 형제들
붉은 흙집 초가집
오손도손 살았는데
지금은 다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 가고
아무도 없는
텅 빈 고향 집
오늘도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 고향 생각 /書娥 서현숙
어메 마음이 숨쉬는 고향
풀먹인 적삼입고
대구서 일반 버스타고
덜커덩 덜커덩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미루나무 신작로 흙먼지 날리며
굽이 굽이 돌고 돌아
고개 넘고 재넘어
그통에도, 한숨 자고 또 한숨 자고,
지겹도록 흔들리다보면,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한 공기
어린 시절 수없이 오르내리던
금계포란의 양지바른 기슭.
사시청청 푸른 숲 맑은 비단샘물 퐁퐁 솟고
새벽 이슬처럼 청초하고 해맑은 그윽한 골짜기.
바람도 길을 잃고 쉬어 넘는 아득한 골짜기
속세의 시름일랑 아스라한 탑리에 두고
병풍처럼 둘러친 푸른 산자락 품에
포근히 안겨 있는 양지바른 곳.
앞산 뱀미산을 감고 도는 푸른물 굽이치는 냇가엔
거울처럼 맑은 물결 돌 자갈 간질이고
한가한 놈, 분주한 놈, 앙증맞은 피리, 먹주, 뿌구리는
제 그림자 쫓아 바쁘게 은빛 물살 가르네.
뒤산은 금성산과 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고
고고하게 봉이 날개 짓한다
툇마루에 쏟아지는 따사로운 볕,
눈 감으면 들려오는 투명한 물소리.
속세의 메마른 가슴을 잠시 내려놓고
사르시 눈 감기는 평온하고 푸근한,
고향이라,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意味가 되고 싶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풀숲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 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 거리는 곳
가을날 고향 생각 /정약용
우리 집 동녘에 있는 물과 구름 마을인데
가만히 생각하니 가을이면 즐거운 일 많았었지
밤 밭에 바람 불면 붉은 밤알 떨어지고
어촌에 달이 뜰 때 자줏빛 게맛 향긋했지.
마을길 잠시 걸어도 모두가 시(詩)의 소재
돈 들이지 않아도 주안상은 있다네.
객지 생활 여러 해에 돌아가지 못하니
고향 편지 볼 때마다 남몰래 마음 다치네.
(다산 정약용·조선 말기 학자, 1762-1836 )
고향의 그리움/이동훈
햇살 논두렁에 앉아
풍년을 파종하고
산들바람 밭두렁 휘돌며
농심을 심는다
사라지고 변하는 것은
세월의 마술 이지만
그 어찌 꿈엔들
잊을 수가 있을까?
남은 날이 얼마인가?
늙지 말고 아름답게 살자
스스로의 삶을 위로하며 격려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고향의 봄을 흥얼거린다.
과수원길 노래를 허밍 한다.
아름다운 하루를 따사로운 햇살이 지켜보고 있다.
모두모두 건강을 빈다.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오빠 생각/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이파리/ 눈송이처럼 나알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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