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웜(Blueworm)-24 ​

[제임스안]

블루웜(Blueworm)-24

​“저는 아직 싸이마도씨(Cymodocea)에 기생하고 있다는 미생물도 본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싸이마도씨라는 해초를 본 적이 없어요!  이런 식으로는 백신을 만들 수 없어요!”

화가 난 지영이 돌아서서 나가려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지영은 멈췄다. 잠깐 자기의 현재 처한 상황을 잊어버렸다. 그런 김지영 박사를 회장과 쿠르타이스 박사는 제지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우리는 쿠르타이스 박사가 말하는 KE363과 KE373에 대한 자세한 생성과 발견 과정에는 관심이없오. 우리는 당신들에게 지금 당장 연구하여 백신을 개발하도록 1일 즉 하루를 주겠오.  이 연구실과 건물 안에서 무슨 방법을 다 사용하여도 좋오. 쿠르타이스 박사가 당신을 도울 것이요. 다만, 당신이 탈출을 기도한다거나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했다가는 그 댓가를 죽음으로 받을 것임을 확신시켜주겠오.”

아무젠 장군은 말을 마치자 경호원을 향하여 손을 반쯤 들었다 놓았다. 그들은 출입문 뒤에 있는 잠겨져 있지 않은 빨간색 프라스틱 박스를 열고 흰색 원피스 작업복을  꺼냈다.  실험실의 방균복 같이 원피스로 되었으며 추운 실내온도를 겨우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김지영 박사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매고있던  빽쌕을 벗기고 입고 있던 옷 모두를 벗겼다. 수치심을 느낄 마음의 여유도 공포에 짖눌려 버렸다. 그들은 원피스작업복을 입히고 지영의 벗긴 옷과 빽쌕을 다시 그 프라스틱 박스에 넣었다.  지영은 양말과 신발을 신었다. 그러는 사이 그 경호원은 그 빨간박스를 문 옆에 세워져 있는 낡은 철제 케비넷에 넣고 문을 닫았다. 자물쇠는 없는 것 같았다. 그 이상 소리는 나지 않았다. 지영은 다른사람이 알수없는 안심의 숨을 내쉬었다.

“자! 두 박사님들.”

연맹회장은 앞으로 나서며 웃지도 않고 말했다.

“내일 오후에는 백신에 대한 반가운 소식을 주시길바랍니다. 아시겠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경호원들과 문 밖으로 나갔다.

44.

제임스는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지영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불안하였다. 그들이 그냥 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희미한 시야를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집중하여 살폈다. 시계를 보니 출발한지 40분이 지났다. 휴대폰의 GPS는 포트 죠지(Fort George)가 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차는빨리 달릴 수 없어서 더욱 조급해졌다. 길 따라 서있는 전신주가 없었다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했을 것이다. 우측은 강이었다.  아마도 제임스 베이 강 일 것이다. 말이 강이지 하얀 눈으로 덮힌 띠가 서쪽으로 펼쳐져 있었다. 좌측은 벌판이었다.  여름에는 습지였을 것이다. 언덕을 suv가 미끌어지며 올라서자 눈아래 작은 마을이 보였다. 몰아치는 눈 때문에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희미한 불빛이 마을임을 말하고 있었다. 포트죠지 타운이였다. 길은 두 갈래로 보였다. 하나는 계속 강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고 끝에는 허드슨 베이와 만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좌측으로 가는 길이었다. 제임스는 탈취한 휴대폰에서 컴파스를 찾았다. 짐작이 맞았다. 좌측길은 전신주가 없었다. 그는 타운의 삼거리에서 핸들을 좌측으로 꺽었다. 커브를 돌자 양쪽으로 높게 자란 캐네디언 파인트리가 양 옆으로 늘어서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들이 왕래할 때는결코 스몰타운을 지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그들은 은밀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므로.

그는 파인트리가 준비한 길을 따라 눈을 헤치며 다시 20분간 달렸다. 판단은 옳았다. 멀리 광활한 눈벌판위에 검은 건물이 보였다. 그 건물은 서쪽으로 다시 광활한 눈덮힌 들판을 두고 있었다. 아마도 헤드슨 베이일 것이라 짐작하였다.  그 건물은  진입로인 입구만 비워두고 좌우 양옆으로 파인트리가 둘러싸고 있었다. 제임스는 경사진 길에서 부터 헷트라잇을 껏다. 다행히 이 suv는 상시 오픈라잇트에서 더 나아가 그것을 조정할 수가 있게 되어 있었다. 그는 입구 100여 미터 쯤의 숲 속에 차를 돌려 세우고 시동을 껏다. 누가 타고가든 좀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하였다. 오랜 내공적 습관이었다. 쏫아지는 눈과 이미 쌓인 눈으로 시야는 훤하였다. 눈은 무릅까지 빠지도록 쌓였지만 더 깊은 곳도 있을 것 같았다. 건물은 1층이었지만 꽤 넓었다. 따로 담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파인트리 뒷편에 앞에서는 잘 알아 볼 수 없도록 기둥을 세우고 위로 폭이 30cm되게 하여 6줄로 철조망을쳐서 짐승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 펜스는 차량이 드나드는 정문을 제외하고 좌우로 건물을 반원형으로감싸도록 하였다. 정문은 나무 프레임과 철조망으로 만들어 양쪽으로 열리고 닫게 하였다. 현재는 닫혀 있었다. 정문 앞과 안쪽으로 차량의 바뀌자국은 없었다. 이곳이 과연 리쎗펀의 본부이자 연구실인지 판단할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다. 그때 건물 뒷문을 열고 검은옷을 입고 어깨에 총을 맨 한사람이 나왔다. 그는 눈보라에 주춤하다가 휘적거리며 걸어 정문으로 오고 있었다. 분명 어깨에 맨 것은 아까보 소총이었다. 저 놈을 잡아야 했다. 이미 해는 졌지만 눈 빛에 의하여 사방이 환하였다. 다행이 제임스는 흰색 스키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철조망사이를 빠져 재빠르게 가까이 있는 눈덮힌 숲 덤불뒤로 몸을 숨겼다. 엄폐가 잘되었다. 운 좋게도 그 놈은 제임스가 엄폐하고 있는 숲덤불로 가까이와서 소변을 보았다. 없는듯 숨을 죽였다. 그가 마치고 돌아서자 용수철같이 튀어나가 한손으로 목을 감고 등에 무릅을 대고 뒤로 꺽으며 목을 조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넋나간듯 그 놈은 숨만 헥헥거렸다.

"쿠르타이스 박사 알아?"

제임스는 목소리를 깔고 무겁게 물었다. 그는 영어를 알아들었다.

"으아아. 안다. 알아. 넌 누구야?"

그는 허리가 젓혀져서 고통스러워 하였다. 그가 몸을 움직이자 뒷 무릅을 차서 눈바닥에 꿇게하였다.

"지금 어디에 있어?"

제임스는 그가 소리치지 못하게 왼손 엄지와 검지로 그의 목 뒤를 눌렀다. 그는 소리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하였다.

"연구실에 있오."

"여자. 김지영 박사도 같이 있지?"

그가 고개를 숙였다.

"지금 어디에 있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제임스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같이 연구실에 있오."

그 말이 끝나자 다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는 고통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다시 힘을 주려하자 그는 간신히 말했다.

"건물안 우측 제5미생물연구실에 있오."

제임스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는 눈을 크게 떳다가 감았다. 제임스는 그를 끌어 엄폐했던 곳에 두고 눈으로 묻었다. 제임스의 허리에는 suv트럭에서 어리 버리한 놈에게 뺏은 콜트권총이 있었다. 일층건물 옥상에는 경비가 있을 수 없었다. 눈이오고 지독하게 추웠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SUV트럭안의 그들에게서 얻은 M16을 왼손에 들고 재빨리 그가 나왔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은 광장같이 넓었다. 그는 우측 코너 벽에 드럼통이 쌓여있는 곳으로 가서 몸을 숨겼다. 광장같은 곳 좌측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8개나 있었고 그 모니터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화면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지영이와 헤어진지 5시간이 지났다. 지영이의 생사가 걱정되었다. 그들이 지영이를 해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광장 둘레에는 출입문을 가진 연구실이 여관방같이 붙어 이어져 있었고 출입문 중간에 A4용지 크기의 유리창이 있었다.

광장을 둘러싸듯 각 연구실이 벽에 붙어 있었다는 말이다. 구조가 특이 하였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그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곳은 잊혀진 곳이었다. 여러 개의 문 중에서 지영이가 있을 것 같은 방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다른옆 작은 건물일 것 같기도 하였다.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서 봤을 때 부속건물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본 건물로 들어왔기에 다시 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 한 방에서 문이 열리며 벨리스와 다리를 절뚝이며 키스가 나왔다. 제임스가 반가워하기도  전에 그들 뒤로 3명의 총을 든 경비병이 따라 나왔다. 제임스는 재빨리 드럼통뒤로 몸을 숨겼다. 두 사람 모두 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저 두 놈을 제3연구실에 가두어."

뒤 따라 나온 놈이 명령했다. 그러자 곧 그 옆의 놈이 말했다.

"위험한 놈들이니 방에 가두지 말고 광장 중간의 기둥에 일단 묶자. 그리고 장군님의 지시를 기다리자."

"내 말대로 해! 제3연구실은 비어있어. 어차피 죽일 놈들이야."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들은 두 사람을 오른쪽 벽에 붙은 방을 열어 밀어 넣고는 나와서 문을 채웠다. 미제 스미스락이었다. 그 두 놈은 제임스가 들어 온 문을 열고 나갔다. 곧 철조망에 처 박힌 놈을 찾거나 발견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모든 연구실 방문은 밖으로 열게 되어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바깥 눈오는 주변이 번갈아 나타났다가는 바뀌고 하였다. 감시모니터였다. 그 자리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모니터 화면의 감시원은 철조망 옆 눈 속에서 쉬고 있었다. 제임스는 빠르게 그러나 소리를 죽여 돌아다니며 각 창문을 통하여 안을 들여다 봤다. 놀라운 광경들이 그 안에 있었다. 이름모를 동물들이 액체가 가득 담긴 유리탱크 안에 있었다. 임상 실험용이었다.

그는 이렇게 조용한 침묵으로 일관 될 수가 없음을 느꼈다. 곧 모니터요원이 없어졌음을 알것이고 그들은 수색과 경비강화를 할 것이다. 벨리스와 키스가 있는 제3연구실로 갔다. 제임스는 방한복 속에 입은 진바지 아랫주머니에서 스위스아미 칼을 꺼내 잡고 탄창에서 꺼낸 실탄한발의 쟈켓을 분리시켯다. 그리고 그 안의 화약을 스미스락의 밑부분 구멍에 부어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혔다. 열쇠뭉치 안에서 퍽 하는 소리가 나고 열쇠가 떨어져 나가며 문이 열렸다.

45.

"제임스! 당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그들은 제임스가 나타나자 전혀 생각지 못했으므로 무척 놀랐다. 제임스에게는 그들과 긴 인사를할 상황이 아니었다.

"김지영 박사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알고있오?"

"아마도 제5미생물연구실에 있을 것이오. 쿠르타이스 박사와 함께 있을거요. 별관으로 가는 복도를 통하여 갈 수가 있오."

그들 두사람은 묶여있지는 않았지만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그 수갑은 RCMP가 사용하는 수갑이었다. 제임스에게는 쉬웠다. 두 사람은 놀랐다.

"제임스! 어떻게 수갑을 열 수가 있었오?"

"긴 이야기 할 시간이 없오. 내가 캐네디언이오. 공인 사립탐정이고. 자. 시간이 없오. 나는 김지영 박사를 구해야 하오. 당신들은 어떻게 할거요?"

벨리스가 말했다. 그는 그리스 현직 정보요원이었다.

"나는 이곳을 폭파할거요. 그들이 나에게 수갑을 채우기 전에 이곳을 이미 돌아보았오. 우리가 수집한 정보 중 핵심인 것이 이곳이요. 폭약과 폭팔물이 있는곳도 확인해 두었오. 나는 폭파전문가이니 내가 할 것이오."

그의 목소리는 비장하였다. 벨리스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키스가 말했다.

"좋오. 그럼 나는 벨리스가 그 일을 제대로 하도록 그를 커버하겠오."

"필요한 것이 있오?"

제임스가 안심을 하며 물었다.

"우리를 이 방에서 나가게 해 주시오."

"좋오. 갑시다."

"잠깐, 제임스. 이 휴대폰을 가지고 가시오. 그들의 사무실에서 훔쳤오. 내가 그 번호를 확인했오. 30분 후 전화해서 번호를 알려주겠오. 받는 즉시 그 번호로 다시 전화하시오. 모두 다시 만나길 바라오."

그는 빨간색 티 유니버스 휴대폰을 제임스에게 주었다. 그것은 지영이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다시 전화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묻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지영을 구하는 것이다. 제임스가 먼저 문을 열었을 때 두 놈이 밖에서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눈더미속의 쓰러진 놈을 부축해서 막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과 제임스의 눈이 마주쳤다. 거리는 30미터 정도였다. 제임스는 M16으로 뒤에서 들어오는 놈의 장딴지를 향해 한발을 조준사격했다. 그는 악 소리와 함께 앞으로 쓰러졌다. 그와 동시 달려나가 앞에서 동료를 잡고 들어오던 놈에게 총을 겨누었다.

"서툰짖 하지마! 죽여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