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카페: http://cafe.daum.net/jo-gi
팬카페 先 연재
쪽팔린 지도 모르고 범생이들만 쓴다는 그 무테안경에 눈을 가릴 만큼 푹 눌린 머리 거기에 작은 키와 힘없이 축 쳐진 어깨 안 그래도 작은데 옷을 자기 등치보다 더 크게 입어서 인지 더 외소해보였다.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더 짧아 보이는 다리로 총총 걸어와 맨 앞자리 구석에 자리 잡고 앉는다. 그가 중학생이었다면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지금은 꼬질꼬질한 왕따 코스프래를 하고 있다면 중학생 때는 소위 말하는 일진놀이를 했었다. 아무도 그를 그렇게 보지 않았지만 싸우고 나서야 얘가 왜 문한중학교에서 일진놀이를 하고 있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학생을 졸업하고 나서 일진놀이를 다 때려치우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원채 머리가 좋았던지라 금세 중학교 고등학교 과목을 다 섭력했다.
또 겁이 없어도 너무 없어 18살이라는 나이에 돈을 벌겠다고 형의 주민등록증을 훔쳐 제 것으로 탈바꿈을 해 과외를 시작했다. 처음엔 생긴 것 때문에 신분 위조 아니냐고 퇴짜도 여러 번 받았지만 의외로 잘 가르쳐 성적도 올려주고 하니까 어느 샌가 그 의심은 풀리고 이곳저곳 어머님들 인맥으로 소개를 받아 부자아이들을 중심으로 겨울방학 내내 과외를 해왔다.
학교 안에서와 학교 밖에서의 외모와 복장의 차이가 심했던지라 아무도 과외선생인 그가 18살 고등학생인 그인지 몰랐다. 개학 한 달 전 과외를 잠깐 해줬던 그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Lovely puppy
한강고등학교에서 예쁘다고 유명한 젊은 여자선생이 눈이 반달지게 웃으며 한 남자애와 함께 교무실을 나온다.
염색했지만 자연갈색처럼 보이는 머리카락에 베이비 펌으로 파마를 해서 그런지 잘 보면 남자다운 상이었지만 귀여워보였다. 키도 다른 고등학생치고는 모델처럼 훤칠했다. 또 교복을 입혀두지 않으면 20대 초, 중반으로 볼 정도로 외모도 잘생긴 편이었다. 분명 자신의 옆에 서서 나란히 걷고 있는 이 남자가, 18살 고등학생이란 걸 알면서도, 여자선생은 귀 끝까지 올라가는 입 꼬리를 내릴 줄 몰랐다.
2-5반 교실 앞에 서서, 여자선생과 전학생이 같이 들어온다.
“오랜만이다, 너희들?”
“우와! 저희 담임선생이 선생님이 맞으십니까? 진정!”
“내가 담임선생이니까 좋지?”
“네!!”
여자애들은 멋있는 남자선생이 담임이 되지 않았다고 짜증을 내는 반면에 남자애들은 학교에서 제일 예쁘고 젊은 여자선생이 담임이 돼서, 기뻐 죽으려고 했다. 그 와중에 단 한명만 전학생을 보고 몸을 움츠렸다. 이런 젠장! 저 놈은 우리 학교에 올 군번도, Lever도 아니란 말이야!
“근데, 선생님!”
“응?”
“옆에 서 있는 애는 누구에요?”
“아! 우리 반 전학생이다. 외국에서 살다가 왔데. 무시하지 말고 잘 해줘.”
“네!!”
담임이 여자라는 것에서 한번 크게 실망했던 여자애들이, 잘생긴 남자전학생이 오자 아까 남자애들이 보였던 반응보다 더 뜨겁게 전학생을 반겼다.
“자기소개를 좀 해볼까?”
“아. 저는 박찬희라고 합니다.”
아주 Simple한 자기소개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애들은 전학생이 인기투표를 받는 것처럼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내질렀다. 그 와중에 단 한사람만 유독 티가 나게 전학생의 시선을 피하며, 책으로 눈 밑까지 가리고 힐끔힐끔 쳐다봤다. 속으로는 제발 다른 애들처럼 자신을 무시하며, 경멸하듯 피해달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만, 전학생은 아이들을 눈으로 쭉 스캔하다 마지막 종착지에서 시선을 멈췄다.
“찬희는 어디 앉을래?”
여자선생의 말에, 찬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기다란 팔로 누군가를 지목했다. 찬희의 손 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여자선생과 반 아이들 전체의 시선이 향했다. 그 시선의 끝은……,
“다민이 옆자리?”
그랬다. 모두 다 무시하며, 경멸하듯 피해 다니던 반 1등에 전교 1등을 밥 먹듯이 하는 해다민의 옆자리였다. 다민의 진짜 성격과 귀여운 강아지 백구 상을 제대로 본적이 없는 아이들은 다민의 겉모습만 보고 찌질이 취급을 하며 거리를 뒀었다. 근데, 그런 다민의 옆자리에 잘생긴 전학생이 앉는단다.
“네.”
찬희의 확고한 말에 다민은 물론이거니와 반 아이들이 패닉에 빠졌다. 남자애들은 저 잘난 놈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기 싫어서 저러나 생각했고, 여자애들은 찬희와의 학교로맨스를 꿈꿨는데, 그 꿈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했다. 그와 반면 다민은, 다른 생각은 하나도 안 들고 딱 한가지의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제발 들키지 않게 해주세요, 하나님이시여……! 들키지 않는다면 이번 주부터 형 따라서 교회도 착실히 다닐게요. 네? 제발…….’
“그럼 찬희는 다민이 옆자리 앉고. 출석 부른다!”
찬희가 그 긴 다리로 휙-휙- 몇 걸음 안 걸어서 다민의 옆에, 의자를 드르륵- 빼서 앉았다. 여자선생이 출석을 부르던 말 던 찬희가 다민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찬희가 쳐다보고 있는 오른쪽 볼이 타버릴 것 같다. 와. 진짜 부담스럽게도 쳐다보네.
다민을 마지막으로 출석을 다 부른 후, 여자선생은 수업 잘 받으라면서 교실을 빠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전학생주위로 많은 인파가 우르르 몰려왔다. 아, 짜증나. 엄청 시끄럽네. 이러면 공부가 되겠어, 안되겠어? 당연히 안 되겠지. 다민이 주머니를 뒤적거려 이어폰을 꺼냈다. 톡- 소리 나게 핸드폰과 이어폰을 연결한 후, 양쪽 귀에 꽂았다. 그리고는 최대한 시끄러운 노래를 고른 후, 볼륨을 저 시끄러운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올렸다. 귀고막이 아프긴 했지만, 저 시끄러운 소리를 들을 바에 차라리 노래 소리를 귀 고막 터질 정도로 듣는 게 나았다.
찬희는 자신을 포위한 아이들을 다 무시한 채 다민을 빤-히 쳐다봤다. 분명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고, 목소리 또한 많이 들어본 목소이었다. 찬희는 한번 마음에 든 것 무엇이든, 잊지 않았다. 그 향기라던가 모습이라던가, 촉감을. 분명 제 촉이 맞는다면, 제 눈앞에 있는 해다민이란 이 사람은 분명 제가 마음에 들었던 그 무언가중 하나이다.
다짜고짜 찬희가, 연필을 쥐고 공부하고 있는 다민의 팔을 잡았다. 깜짝 놀란 다민이 제 팔을 잡고 있는 찬희를 쳐다봤다.
“뭐, 뭐야?”
다민이 평소에 말 더듬는 건 콘셉트였지만, 지금 것은 확실히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
다민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없이, 다민의 손에 쥐어진 연필을 빼 책상위에 두고는 손을 잡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멀뚱히 다민을 포함한, 찬희를 둘러싼 사람들이, 찬희를 쳐다봤다. 찬희가 다민과 눈을 맞추곤 입 꼬리를 씩- 올린다. 순간 다민은 소름이 쫙- 끼쳤다. 뭐랄까……? 뭔가 불길한 예감이 팍- 들었달 까.
“……퍼피다.”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찬희의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길지 않은 말이었기에 입모양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다민의 그 입모양을 읽고는 제발 아니길 바라며, 귀에서 양쪽 이어폰을 뺐다.
“으, 응? 뭐라고?”
“퍼피.”
“……………”
찬희의 말에 다민이 표정을 굳혔다. 하나님. 제가 들키지만 않는다면 이번 주 일요일부터 형이랑 같이 교회 다닌다고 했잖아요…. 근데, 어째서,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데요….
“두, 둘이 얘기하자. 둘이!”
다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찬희의 손을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자기의 콘셉트도 잊은 채, 평소의 해다민처럼 행동했다.
“아. 좀 비켜! 거치적거리잖아!”
“……………”
반 아이들은 다민의 변한 모습에 당황스러운 반면에, 찬희는 여유롭게 웃으며 다민에게 손목을 잡혀 이끄는 대로 이끌려갔다.
Lovely puppy
학구열이 높은 학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바닥을 기는 학교 또한 아니었기에 수업이 시작하기 10분정도 남은 이 시간에 옥상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다민이었기에, 바로 찬희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온 후 문을 잠갔다.
“너……, 너 말이야!”
“안경 벗어봐.”
“싫어! 그리고 너 방금 뭐야? 퍼, 퍼피?”
교실에서 찬희가 다민을 ‘퍼피’라고 부른 그 애칭은, 다민이 신분을 속이고 찬희를 과외 할 때, 귀에 귀지가 쌓일 정도로 정말 많이들은 애칭이었다. 근데, 그 애칭을, 제 신분을 되찾은 지금, 제 앞에 있는 찬희가 부르고 있었다. 이 말의 뜻은……, 찬희가 다민의 정체를 다 안다는 뜻이었다.
찬희가 팔짱을 끼고는 벽에 기댔다. 그리고는 다민을 놀리듯 내려다보며 다민의 사기행적을 줄줄이 읊기 시작했다.
“이름은 해유준, 나이는 스물여덟, 졸업한 대학교는 고리대, 세후네 집에서 월, 수, 금 두 시간씩 영어, 수학을 가르쳤고, 우민이네 집에서는 화, 목 세 시간씩 국어, 수학, 국사를 가르쳤지? 또, 현우네 집에선………”
“그만! 시발…… 됐어. 그만해.”
그만하면 됐어. 네 놈이 내 정체를 알았다는 증거로 충분해. 하……. 나 이제 어떡하지? 이대로 경찰서에 신고당해서 잡혀가려나? 죄 몫은 사기죄가 일단 성립이 되겠지…? 또, 또… 뭐가 있지……? 다민이 자리에 주저앉아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곤 눈을 질금 감았다.
“다른 사람한테 말 안 해.”
응? 이게 무슨 소리지? 다민이, 주저앉아 다리 사이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어 찬희를 쳐다봤다.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지? 다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네 비밀 지켜줄게.”
“지, 진짜…?”
“응. 그 대신.”
이럴 줄 알았어. 빌어먹을 놈. 꼭 약점을 잡은 놈들은 뒷말 없이 지켜주는 법이 없어요. 다민이 표정을 구길 대로 구기고는 찬희한테 되물었다.
“그 대신, 뭐?”
“내 퍼피해라.”
………미친 놈.
Lovely puppy
난… 앞으로 이 학교에서 어떻게 살아야할까? 코스프래 따위 이제 그만 때려치울까? 어차피 망나니로 살아온 인생이고, 이 동네에 그 부자동네 애들이 놀러올 일도 없을 테니까, 그냥 제 모습 다 보이고 막 나갈까? 다민에 책상에 엎드려, 팔로 얼굴을 감쌌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팔 너머로 보이는 찬희를 쳐다봤다.
문뜩 의문이 들었다. 왜 저 잘난 놈은 제 분수에 맞는 학교를 안가고, 여기로 왔을까? 상체를 일으켰다.
“너 말이야.”
“응?”
“왜 이 학교로 왔냐?”
“음……. 퍼피 때문에?”
내가 너한테 무슨 대답을 기대하고 질문을 던졌을까? 어차피 돌아올 말이 뭔지 대충은 알고 있었으면서. 하아…. 다민이 한숨을 내쉬고는 시선을 문제집으로 옮겼다. 어차피 말도 안 통하는 놈이랑 백날 얘기해봤자 내 입만 아프고, 내 시간만 아깝다.
“퍼피.”
“…………”
내가 개도 아니고 왜 퍼피라고 부르는 거야? 엄연히 나도 ‘해다민’이라는 이름이 있는 몸이라고!
다민, 자신만 모르고 주위 사람들은 다 아는 다민의 귀여운 백구 상 때문에 가족들, 친구들, 거기다가 과외 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다민을 이름 대신 백구 또는 강아지라고 불렀다. 물론, 다민에게 배우던 학생들은 다민에게 직접적으로 애칭을 부른 적은 없었으나, 개학하기 한 달 전에 과외를 해주던 박찬희가 유일하게 다민에게 백구도, 강아지도 아닌 퍼피라고 불러왔다.
다민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자신을 개 취급하는 사람들이다.
“퍼피야.”
“……………”
“퍼피야?”
내가 퍼피 소리에 대답을 하면, 박찬희 네놈 개다. 개!
T
안녕하세요 매력시타입니다.
인소닷에서 첫 동성소설인 두부자의연애방식을 완결내고 새로운 소설로 빨리 찾아봽네요 ㅎ
오늘부터 두부연방말고 러블리 퍼피와 함께 해요 ㅋㅋ
8월 8일 날짜로부터 두 부자의 연애방식(나만의 로맨티스트) 전부 내릴생각입니다.
일단 말씀 드리고 내려야할 거 같아서 이렇게 소설과 함께 공지 띄웁니당.
러블리 퍼피 재미있게 봐주세용 ㅎ_ㅎ
첫댓글 잘 읽고 가요.
그 전 소설도 자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왔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발견하다니!!!@
잼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