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부터 감독을 제의 받았을 때, 솔직히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한국이란 나라를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월드컵에서 네덜란드팀을 이끌고,
크게 이겨본 팀이기에 껄끄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한국팀을 맡았고 한국 국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과거 한국축구는, 월드컵에 5번이나 진출하고도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나는, 그러한 좋지 못한 전적에 마침표를 찍기를 원한다.
한국이란, 나라를 세계축구의 강국으로 이끌기 위해 나는 노력할 것이고,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
처음, 마음먹었던 것보다 더 노력하고 있으며, 그 진행은 순조롭게 이어져 왔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내게 질문 한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가장 궁금한 것일 수도 있다.
”과연 월드컵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예스'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결코 없다.
만약, 경기도 하기 전에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다면, 스포츠의 존재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확률로 따지고 싶다.
내가 처음 한국대표팀을 맡았을때, 그 확률은 미미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강력하게 주장할수 있는 것은...
지금 우리 팀은 그 어느 때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며...
그 확률을 서서히 높아져 가고 있고,
지금 시점에는, 16강 진출의 가능성은 매우높다 라는 점이다.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내가 처음와서 본 한국팀의 첫 인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전력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한국 선수들의 열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지시하는 점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노력했으며, 한결같이 착하고 순수했다.
유럽의 톱 클래스 선수들은 스스로의 생각이 강하고 개성이 탁월하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프로라는 의식이 있을 뿐 하나의 팀으로서,
아니, 한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선수로서의 사명감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월드컵이란 무대는,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선수들도 많이 봐 왔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은 월드컵 그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무대에서 뛰기 위해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이러한 한국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든지, 한 수 아래로 떨어지든지,
그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실력이 떨어지면, 남보다 더한 노력으로 이를 보충하면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선수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선수들보다 우월하다.
그러한 한국축구의 기본 잠재력은, 일찍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으며,
내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한국 선수들을 대단히 사랑한다.
그들의 순수함은 나를 들뜨게 한다.
준비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어떠한 비판도, 나는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다.
당신들이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비판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나는 6월을 기다려 왔다.
지금, 세계 유명 축구팀들이 우리를 비웃어도 반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월드컵에서 16강에 가고, 못 가는 일을 떠나서,
우리는 분명 세계를 놀라게 할 강력한 한국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전력을 더욱 갈고 다듬어서, 6월에 있을 본무대에서 모두 폭발시킬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낮은 전력의 팀들을 격파하면서 얻는 값싼 승리가 아니다.
만약, 그러한 길을 택했다면, 그 과정에서 나오는 승리로 인해,
한국 국민들은 열광하겠지만...그것은, 결국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세계 일류의 팀이 되길 원한다면, 더욱 강력한 팀과 싸워 나가야 한다.
질때 지더라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그들과 일대일로 부딪쳐야 한다.
한국 국민들은, 그러한 준비에서 나오는 패배로 인해 실망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러한 패배 뒤에 오는 값진 월드컵에서의 영광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월드컵에서의 승리는
내가 원하고, 또한 그토록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단순히, 나는 이번 월드컵무대만을 위해서, 뛰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궁극적으로 한국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팀으로 가는 길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에, 내가 약간의 보탬이라도 된다면...
내 스스로의 경력에도 플러스가 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다.
과거의 한국축구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변방의 소속팀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속한 나라이며, 내가 이끌고 있는 우리의 나라이다.
비록,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그 문화의 차이가 다르지만,
내가 선택한 나라이며, 또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이다.
남들이 뭐라 떠들던, 나는 내가 생각한 길을 갈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는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수십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생각했던 노하우나 철학들을,
모두 쏟아 붓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분명 강력한 한국팀으로 변모해 있을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16강이, 나의 바램이 아니다.
내게는 그 이상의 더 큰바램이 있다.
만약에, 6월을 끝으로 내가 한국을 떠나게 될지라도...
소중한 추억으로서의 한국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그것이, 영광스러운 이별이 될수도,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나는 한국팀의 감독이고,
앞으로도, 한국팀의 감독이라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우리는 분명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때에 알게 될 것이다."
독일언론기자는 독일축구보다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있고, 폴란드 기자는 폴란드가 한국에 대패할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언론기자나 감독,선수들중에 월드컵에서 한국을 빅4로 뽑기까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단시일내에 이렇게 한국축구가 급성장하게 된것일까?
한국축구가 급성장하게 된 원인을 차근차근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 글을 다 읽는 순간 당신은 한국축구의 놀라운 발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1. 냉철한 분석
우리한국 전문가나 감독,선수,팬들 모두 한국축구는 정신력이 강하지만 개인기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체력과 정신력을 앞세운 무대포 축구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히딩크감독은 작년말에 한국축구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분석자료를 발표했는데 그 자료는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개인기에 8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정신력 부분에서는 낙제점을 준 것이였다.
우리 한국인들이 보는 시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히딩크감독이 한국에 와서 선수들에게 놀란 부분중에 하나가 양발을 다 잘 쓴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유럽선수들을 봐도 한쪽 발 밖에 못쓰는데 반해 한국선수들은 대부분이 양발을 능숙하게 쓰는것에 대해 히딩크감독은 놀랐다.
외국 축구관계자들이 한국의 12-13세정도의 유소년들을 보고 놀란다고 한다.
어린 선수들의 개인기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자질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주입식 교육과 훈련, 성적지상주의에 파묻혀서 정신력과 체력만을 앞세울수 밖에 없게 되고 개인기는 무시되고 마는 것이다.
바로 히딩크감독은 이런점을 냉철하게 분석해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동안 전혀 볼수 없었던 한국축구의 개인기,테크닉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 개인기가 얼마나 일취월장했는지 최근 몇경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스코틀랜드전에서 안정환선수의 첫번째 골을 보면 왼발로 슛을 쏘려다 제끼고 오른발로 슛을 쏴 멋진 골을 성공시켰다.
안정환선수의 슛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다.
어느 방향 어느 자리에서도 슛찬스가 나면 어느발이든지 능히 가공할만한 슛을 터트릴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스코틀랜드전에서 2번째로 터트린 골키파 키를 넘기는 로빙슛은 그동안 한국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슛이었다.
안정환선수 개인기가 뛰어난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히딩크감독을 만나면서야 비로서 빛을 보고 있는것이다.
안정환선수 뿐만이 아니다.
이영표선수가 프랑스전과 잉글랜드전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앞에두고 현란한 발동작으로 상대선수들을 속이는 모습을 기억하는가.
이천수선수가 스코틀랜드전에서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재끼면서 선취골을 넣은 장면을 기억하는가.
박지성선수가 세계적인 수비수인 드사이와 튀랑을 제끼고 바르테즈 골키파도 손도 못쓸 멋진 골을 넣은 것을 기억하는가.
현재 거의 모든 한국선수들의 개인기를 보라.
세계적인 선수들앞에서도 우수한 개인기와 정확한 패스를 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왜 이런 모습이 이제서야 나타난 것인가.
바로 답답한 한국축구의 현실이 이렇게 만든 것이다.
히딩크감독이 오지 않았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모습들이다.
2. 냉철한 분석 (정신력)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정신력부분을 단순히 하나로 보지 않고 많은 부분으로 나누어 평가했다.
예전 한국축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였다.
정신력을 정신력(한국인이 강조하는),동기부여,의사소통,위기관리능력등으로 세분하고 평가했는데, 정신력과 동기부여부분에서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99점과 100점)를 주었으나, 위기관리능력과 의사소통 부분에서는 30점과 20점이라는 낙제점에도 못미치는 형편없는 점수를 주었고,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히딩크감독이 한국에 와서 놀란점중 또 한가지가 바로 선후배사이의 엄격한 서열과 선수들이 공만 잡으면 흥분한다는 사실이었다.
히딩크감독이 평하기를 한국선수들이 고참과 중간, 신참으로 나누어져서 고참과 신참사이에 대화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나이어린 선수들이 자기보다 10살이상 많은 고참선수들에게 어려워하고 말조차 건내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한국축구의 현실인 것이다.
선수들간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팀웍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한 히딩크감독은 전면적인 수술을 했다.
식사를 할때도 고참과 신참이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게 했고, 방도 고참과 신참이 같이 쓰도록 고려했다.
연습때도 선수들간에 형같은 호칭을 빼고 이름만 부르게 한다는것은 이미 언론보도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선후배간에 대화가 이뤄지고 있고 친해지며 선수들간에 서로를 믿고 신뢰하게 되었다.
찬물이 흐르는 살벌한 분위기가 아니라 연습때도 선수들간에 웃음꽃이 피고 화기애애해졌으며 팀분위기가 좋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 자기보다 남을 위하고 팀을 위한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최근 평가전에서 황선홍선수가 공을 빼았기면 김남일이 뺐고, 김남일이 못뺐으면 유상철이 나서고 유상철이 제껴지면 송종국이 나서고 송종국도 안되면 홍명보가 나서고 홍명보마저 뚫린 위급한 상황에서 이영표선수가 몸을 던져 막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로를 신뢰하고 믿고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선후배간에 끈끈한 연대감이 생긴 것이다.
선수들이 예전처럼 무턱대고 뛰는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가지고 확실한 동기유발이 된 상태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수들이 공만 잡으면 흥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히딩크감독은 냉철히 분석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항상 선수들에게 냉정해질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생각하는 축구를 하라며 쉴새없이 선수들에게 말하고 있다.
연습이나 경기때 조금이라도 생각없이 뛰는 선수가 보이면 크게 호통을 치며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 선수들 자신도 팀이 변해가고 있으며 생각하는 축구를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평가전 경기들을 보라.
한국선수들이 냉정침착해지고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상대방 골대앞에서도 아주 냉정해져서 골을 잡아도 예전처럼 홈런볼을 날리지 않고 낮게 깔리는 아주 지능적인 슈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축구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놀라운 발전인 것이다.
공만 잡으면 흥분해서 삽질만 하고 홈런볼만 날리던 한국축구가 히딩크감독을 만나면서 냉정해지고 생각하는 축구를 펼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골결정력도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3. 카리스마
그동안 히딩크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이 성적이 않좋을 경우 언론은 심하게 흔들에 댔다.
한국에 있는 모든 언론들이 히딩크호 침몰이라든지 이대론 안된다, 이제 선수들 테스트는 그만하고 하루빨리 엔트리를 짜라, 골든컵에서 경기전날까지 체력강화훈련을 하자 경기나 잘 하지 무슨 체력훈련이냐는등 거쎈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히딩크감독의 경질설까지 나올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다.
그러나 히딩크감독은 그때마다 모든 초점은 월드컵에 맞춰져 있다고 말하고 한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히딩크감독은 올 5월이면 세계를 깜짝놀라게 만들겠다고 말했으며, 체력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의 결과를 보라.
히딩크감독의 예상대로 세계인들이 한국축구의 눈부신 발전에 놀라고 있다. 아니 경악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