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은 비교 문화·경제적 부담·젠더 갈등·사회 진출 지연"
"경제적 혜택 확대·육아휴직 제도 보완·부정적 출산 인식 개선 등 필요"
이병훈 교수 "'보여주기식' 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인식 개선까지 이어져야"
↑ 합계출산율 추이. / 사진=오서연 인턴 기자 |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저출생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합니다. 한국은 2018년을 기점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뒤, 매년 감소하다 지난해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년째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16년간 약 2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 가운데, 일각에선 저출생 문제가 심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MBN 취재진은 지난 3월 27일 20대 미혼 남녀 8명을 만나 저출생 문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Q.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다영(24·여·서울 서초구)
“결혼을 한다면 딩크족을 선호합니다. 육아휴직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자녀가 있으면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 것 같아요.”
▶김모 씨(27·여·경기도)
“10대 때는 결혼이 무조건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돌싱글즈, 결혼 지옥 등의 프로그램을 보며 결혼에 대한 현실을 자각하게 된 것 같아요.”
▶박혜림(23·여·서울 서대문구)
“결혼은 무조건 하고 싶어요. 경제적 조건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성격과 가치관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을 보며 그런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백지선(26·여·영국 스코틀랜드)
“오랫동안 교제 중인 외국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부모님께 허락받는 것이 하나의 고민거리입니다. 출산의 경우, 이 사람을 만나고 ‘남자와 여자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변모 씨(26·남·서울 동작구)
“결혼은 기회가 되면 하고 싶어요. 경제적인 부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마땅한 상대를 마땅한 시기에 만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출산은 결혼과는 달리 경제적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준혁(24·남·서울 마포구)
“현실적으로 집값이나 육아 비용을 고려하면 지금은 결혼을 상상하기 힘든 것 같아요. 출산 면에선 ‘경력 단절’ 등의 이유로 아내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를 것 같아요.”
▶조모 씨(23·여·서울 도봉구)
“가정 자체가 주는 행복이 크다고 생각해요. 혼자 나이를 먹는 것도 너무 외로울 것 같고요. 경제력은 전세 자금 정도만 준비되어 있으면 결혼 이후에 갖춰 나가는 것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천용민(23·남·서울 강서구)
“결혼하고 아이를 2명 정도 낳고 싶지만, 아내의 의견에 따를 것 같아요. 대신 아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경제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한국의 저출생 원인을 꼽아보자면?
▶김다영
“살인적인 집값, 비교 문화, ‘맘충’이나 ‘노키즈존’ 같은 단어에서 엿볼 수 있는 부모나 아이에 대한 존중 부족 문제,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 등 다양하게 생각납니다.”
▶김모 씨
“경제도 어려워졌고, 개인주의가 심해지면서 비혼, 이혼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혜림
“‘이 나라에서 아이가 잘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사회에 대한 신뢰 문제를 꼽고 싶습니다.”
▶백지선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선 혼외 출산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잖아요. 정부의 정책도 법적으로 혼인을 한 부부에게만 맞춰져 있는 경향이 있고요. 또 한국이 11년째 OECD 유리천장지수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만큼 성역할 분리 문제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변모 씨
“경제적 요인도 크지만, 젠더 갈등 등 둘로 나뉘어 싸우는 현상이 심화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기득권층의 책임 회피도 원인으로 꼽고 싶습니다.”
▶조준혁
“아이는 최소 25년은 보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집값, 양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커서 젊은 부부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모 씨
“한국은 교육, 취업 등 경쟁이 심해서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여유가 부족한 것 같아요.”
▶천용민
“대학 진학률과 사회 진출 시기요. 최근에는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전반적인 사회 진출 시기가 느려지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또 결혼이 늦어지니 출산에 대한 부담도 함께 증가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모 씨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 해결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 다자녀인 경우 부동산 보유세 감세 등 경제적 혜택을 많이 주는 것도 방안이 될 것 같아요.”
▶박혜림
“적어도 아이를 이 사회에서 잘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학교 폭력, 아동 학대, 성추행 등의 사회적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백지선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 사용을 촉진해야 합니다. 한국은 회사에서 육아휴직 사용을 위해 눈치를 보는 상황이 많은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제도의 문제지 남성이 가해자인 사회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변모 씨
“정부가 저출생에 대한 단발적인 대책보다 장기적인 정책을 펼치면 좋겠습니다.”
▶조준혁
“경제는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니, 유모차·장난감 대여 시스템, 어린아이 돌봄 시설 등 실질적인 사회적 기반이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육아휴직 제도도 재택근무 등을 활용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보완이 이루어지면 좋겠네요.”
▶조모 씨
“가정 파탄, 복수극, 불륜 등 미디어상에서 그려지는 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도 결혼과 출생에 대한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가정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홍보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생 정책, 출산에 대한 인식과 선택의 변화까지 이어져야”
↑ 지난 14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오서연, 이연수 인턴 기자 |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생 원인에 대해 “현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발전한 수준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취업 등 미래 기회 측면에서 암울하다”며 “교육 경쟁, 사회경제적 불평등 등 다양한 문제가 맞물려 자녀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는 ‘가사는 여성의 몫이고 남성은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성 역할 고정 관념에 유교적 인식이 더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 정책 방향에 대해 “성과 없었던 과거 정책에 머물러 있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출산에 대한 인식과 선택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선 “있는 법이라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만, 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이 생기더라도 기업에 타격이 없도록 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지난 3월 2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023년 제1차 회의를 열어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5개 분야를 핵심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과제와 추진 방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의 정책 방향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마
련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을 재검토하고, 올해 안에 세부적인 대책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