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계절
여름의 공기는 매미 소리로 채워지지만 그 소리를 참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북반구의 여름에 매미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구상에는 3000여 종의 매미가 살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애벌레 상태로 땅속에서 수년간 머무르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암컷 매미는 나무 표면의 구멍이나 틈에 200~400개의 알을 낳는다. 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6~10주가 지나면 애벌레로 부화한다. 그 뒤 애벌레는 땅으로 떨어져 흙을 판 다음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 뿌리에 달라 붙어 수액을 빨아 먹는다. 그 상태로 수년을 기다렸다가 다시 땅 위로 올라와 성체가 된다.
수컷은 짝을 찾기 위해 배에 있는 북 모양의 판을 빠르게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소리다. 암컷은 마음에 드는 소리가 들리면 딸깍 소리로 화답하고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가 끝난 뒤 알을 낳으면 수컷과 암컷은 모두 죽는데, 이 기간은 대체로 5주 정도다. 매미의 일생은 그렇게 끝이 난다.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매미 중에는 땅속에서 보내는 기간만 10년이 넘는 종이 있다. 과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휴 면에서 깨어나는 주기가 10년 이상인 종을 관찰해 왔기에 어떤 매미가 몇 년도에 깨어날지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올해는 각각 13년, 17년 주기로 깨어나는 매미가 같이 땅 위로 올라 오는 해다.
두 무리의 매미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1803년, 미국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재임 시절 북미 대륙에 함께 나타난 이후 221년 만이다.
휴면 주기가 긴 매미가 대규모로 지상에 나타날 때의 모습은 경이롭다.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어마어마한 수의 애벌레들이 동시에 흙을 밀어 내 공기를 만나고 다같이 탈피한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등껍질이 좌우로 갈리면서 부드러운 살을 가진 매미가 쭈그러진 날개를 달고 나타난다. 나무 밑은 탈피한 매미들의 숱한 껍질로 두꺼운 층이 형성된다. 매미는 껍질 더미를 넘고 넘어 나무로 기어 올라간다.
허물을 막 벗은 매미는 새나 덩치 큰 동물에게 잡아먹히기 쉽다. 때문에 매미가 땅 위로 올라오는 시기는 곤충을 잡아먹는 동물들에게 축제와 같다. 그렇지만 매미의 수가 너무나 많기에 사라질 위험은 없다.
자, 이제 매미들이 짝짓기를 위해 북을 칠 차례다. 매미 떼가 한꺼번에 내는 소리의 세기는 비행장 소음과 맞먹는다. 북미에 사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참아야 한다.
짝짓기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암컷들이 알을 낳으면 나무 밑은 곧 매미 떼의 껍질과 사체로 가득해진다. 숲은 사체가 부패하는 냄새로 진동한다. 힘들게 소리를 참아 낸 주민들은 이제 썩는 냄새까지 견뎌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냄새는 몇 주 지나면 사라지고, 분해된 잔해는 나무에게 꼭 필요한 양분이 된다.
냄새가 사라질 무렵 알에서 애벌레가 나와 바닥으로 떨어진다. 노을이 질 때쯤 나무 뒤에 해를 두고 나무를 바라보면 알에서 갓 나온 탱글탱글한 애벌레가 햇빛을 반사 하면서 우수수 떨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이제 곧 시작될 긴 동면에 들어가기 전 빛의 세계에 보내는 찬란한 인사라고나 할까. 어떤 사람들은 13년, 17년 후에나 땅 위로 올라올 애벌레들을 배웅하기 위해 부러 이 자리에 오기도 한다.
수억 마리 애벌레가 다시 흙을 파고 들어가면 매미의 드라마는 끝이 난다. 매미로 배를 채운 동물들은 튼튼해지고, 매미의 잔해 비료 덕에 나무는 잘 자란다. 그 나무에 수많은 생물이 더불어 살고, 매미의 애벌레도 수액을 얻으며 다음 무대를 기다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반구 어딘가에서는 휴면 주기가 각기 다른 매미가 나타났다 사라 지고 있다.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여름을 상상해 보라. 그건 더 이상 나무가 살 수 없는 세상, 그와 함께 살아가는 생물이 없는 세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세상에서 인간만 살아갈 수 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