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취각설(尖嘴刻舌)
뾰족한 입에 각박한 혀라는 뜻으로, 날카롭고 야박한 말을 이르는 말이다.
尖 : 뾰족할 첨(小/3)
嘴 : 부리 취(口/12)
刻 : 새길 각(刂/6)
舌 : 혀 설(舌/0)
부리는 뾰족한 입을 가진 새나 짐승의 주둥이를 이르는데 사람에게도 낮춰 부를 때가 있다. 말로만 잘 지껄이거나 말대꾸를 하면 ‘부리를 깐다‘고 할 경우다.
겉보기만 그럴 경우도 있겠지만 새의 부리처럼 튀어나온 뾰족한 입(尖嘴)을 가진 사람은 경망스럽게 야박한 말을 지껄인다(刻舌)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사람의 관상을 말할 때 긴 목에 뾰족한 입이란 장경오훼(長頸烏喙)가 욕심이 많으며 남을 의심하는 마음이 강하다고 하는 것과 같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얇은 입술로 가볍게 말을 내뱉는 박순경언(薄脣輕言)이나 남을 해치는 말을 잘 한다고 설검순창(舌劍脣槍)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튀어나온 입에 함부로 말한다는 이 성어는 중국에서도 사용한 역사가 길지 않은 듯하다. 청(淸)나라 소설가 이여진(李汝珍)의 소설에 처음 첨취박설(尖嘴薄舌)로 나타난다고 한다.
사회의 암흑상을 고발하는 내용이라는 ‘경화연(鏡花緣)’이란 소설에서 부분을 옮겨 보자.
你既要騙我酒吃 又鬥我圍棋
술을 사 먹으려고 나를 속이고 바둑 두다 시비하는 네가
偏有這些 尖嘴薄舌的話說
이렇게 신랄하고 매몰찬 말까지 하다니
태어날 때 튀어나온 입을 가진 사람이 말까지 콕콕 찌르는 말을 한다고 욕을 먹는다. 뾰족한 입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이런 선입견을 주어서인지 우리 고전에서는 말을 각별히 조심하는 이야기가 많이 따른다.
첫손에 꼽힐 사람이 조선 초기의 명재상 황희(黃喜)다. 모든 사람의 좋은 점만 본다고 하여 호호선생(好好先生), 싸우는 당사자 모두 옳다고 했다는 삼가재상(三可宰相)의 별호가 따라다니니 당연하다.
중기의 정승 상진(尙震)도 못지않다. 한 사람이 누구 한쪽 다리가 짧다고 하자 같은 값이면 한 쪽이 길다고 말하게 했단다.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상진이 시구를 고쳐준 일화가 있다. 오상(吳祥)이란 사람이 ‘희황의 좋은 풍속 지금은 쓸어버린 듯한데, 다만 봄바람 술잔 사이에 있을 뿐(羲皇樂俗今如掃 只在春風盃酒間)’이라 쓴 구절을 두 글자씩 고친다.
羲皇樂俗今猶在 看取春風盃酒間
희황의 좋은 풍속 지금도 남았으니, 봄바람에 술잔 사이에서 보아라
희황(羲皇)은 중국 삼황 중의 복희씨(伏羲氏)를 말한다. 부정적인 것이 모두 긍정적으로 바뀐다. 똑 같은 사실도 표현만 살짝 바꾸니 전혀 다른 뜻이 된다.
나쁜 말 모질게 한다는 튀어나온 입도 아닌데 거친 표현일수록 잘 한다고 박수 받는 곳이 있다. 멀쩡하게 잘 생긴 입으로 상대를 박살낼 듯 몰아붙이는 정치판이다. 이렇게 하다가는 점차 수위가 높아져 서로의 상처만 깊어진다.
같은 말이라도 표현을 달리 하면 얼마든지 정승의 말이 될 수 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去言美 來言美)’는 꼬마도 아는 말이다.
▶️ 尖(뾰족할 첨)은 회의문자로 小(소)와 大(대)의 합자(合字)이다. 뿌리가 굵고 끝이 뾰족한 것이 전(轉)하여, 뾰족하다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尖(첨)은 ①뾰족하다 ②날카롭다 ③작다 ④거칠다, 격렬하다 ⑤꼭대기, 정상(頂上) ⑥봉우리, 산봉우리 ⑦끝, 날카로운 끝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끝 단(端)이다. 용례로는 물건의 뾰족한 끝을 첨단(尖端), 날카롭고 뾰족함을 첨예(尖銳), 뾰족한 탑을 첨탑(尖塔), 몹시 뾰족한 산봉우리를 첨봉(尖峯), 끝이 뾰족하고 둥긂을 첨원(尖圓),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움을 첨리(尖利), 아래로 뾰족한 물건의 맨 끝을 첨미(尖尾), 관절에 고장이 생겨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병적인 발을 첨족(尖足), 끝이 뾰족한 형상을 첨형(尖形), 끝이 뾰족한 괭이를 첨궐(尖鐝), 붓을 달리 이르는 말을 첨노(尖奴), 끝이 뾰족한 물건을 첨물(尖物), 끝이 뾰족하고 가늚을 첨세(尖細), 송곳을 첨자(尖子), 여행 중에 잠깐 머물러 쉬거나 음식을 먹는 곳을 첨처(尖處), 좁은 소매를 첨수(尖袖), 칼 끝을 검첨(劍尖), 칼의 끝을 도첨(刀尖), 혀의 끝 부분을 설첨(舌尖), 발의 앞 끝을 각첨(脚尖), 약제 따위의 뾰족한 끝을 떼어 버림을 거첨(去尖), 뾰족탑에서 탑의 맨 위의 뾰족한 부분을 탑첨(塔尖), 가늘고 뾰족함을 세첨(細尖), 사상이나 행동 따위가 급진적으로 됨을 첨예화(尖銳化), 뾰족하고 둥근 형체를 첨원체(尖圓體), 가늘고 긴 물건이나 돌출한 곳의 가장 끝 부분을 최첨단(最尖端) 등에 쓰인다.
▶️ 嘴(부리 취)는 형성문자로 㭰와 觜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觜(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嘴(취)는 ①부리(새나 일부 짐승의 주둥이) ②주둥이 ③사물(事物)의 뾰족한 끝 ④돌기(突起)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동물의 피부나 유선이나 혀 따위에 있는 젖꼭지 모양의 작은 돌기를 유취(乳嘴), 바다 가운데로 길게 뻗어 나간 둑 모양의 모래톱을 사취(砂嘴), 산허구리가 날카롭게 뾰족 튀어나온 곳을 기취(崎嘴), 새의 날카로운 부리를 예취(銳嘴), 악독한 말을 옮기는 주둥이를 독취(毒嘴), 쓸데없이 말참견을 함을 삽취(揷嘴), 뾰족한 입에 각박한 혀라는 뜻으로 날카롭고 야박한 말을 이르는 말을 첨취각설(尖嘴刻舌) 등에 쓰인다.
▶️ 刻(새길 각)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亥(해; 분명하게 하다, 각)로 이루어졌다. 칼로 새기다, 표를 하다, 구분짓다의 뜻을 나타낸다. 십오분(十五分)을 일각(一刻)이라 한다. ❷회의문자로 刻자는 ‘새기다’나 ‘벗기다’, ‘깎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刻자는 亥(돼지 해)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亥자는 돼지를 그린 것이다. 그런데 亥자는 살아있는 돼지가 아닌 가공한 돼지를 그린 것이다. 돼지를 뜻하는 글자로는 豕(돼지 시)자도 있다. 이 두 글자의 갑골문을 보면 豕자는 돼지를 온전히 그렸지만 亥자는 머리와 다리가 잘린 모습이었다. 이렇게 도살한 돼지를 뜻하는 亥자에 刀자가 결합한 刻자는 잡은 돼지를 자른다는 뜻이다. 刻자에 ‘벗기다’나 ‘깎다’라는 뜻이 있는 것도 사실은 돼지를 나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刻자는 단순히 무언가를 새기거나 부각한다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刻(각)은 (1)연장으로 나무나 돌 같은 데에 글이나 그림 따위를 새기는 일 (2)조각(彫刻) (3)누각(漏刻) (4)시간(時間) 단위의 하나. 시헌력(時憲曆)에서 하루의 12분의 1인 1시간(지금의 2시간)을 8로 나눈 것의 하나. 곧 15분 동안을 말함 (5)시헌력 이전에는 하루의 1/100이 되는 시간. 곧 14분 24초 동안을 이름 등의 뜻으로 ①새기다 ②벗기다, 깎다 ③깎아내다 ④조각하다 ⑤시일(時日)을 정하다 ⑥다하다, 있는 힘을 다 들이다 ⑦각박(刻薄)하다 ⑧모질다, 몰인정하다 ⑨꾸짖다, 잘못을 지적하여 말하다 ⑩괴롭게 하다, 해치다, 해롭게 하다 ⑪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 엄하다(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급하다 ⑫시간(時間) ⑬때, 시각(時刻) ⑭새김, 새겨 놓은 솜씨, 그릇의 각명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새길 간(刊)이 있다. 용례로는 모나고 혹독하고 인정이 박함을 각박(刻薄), 도장을 새김 또는 새겨 만든 도장을 각인(刻印), 조각한 판목으로 인쇄한 책을 각본(刻本), 몹시 애씀이나 대단히 힘들임을 각고(刻苦), 고마움 또는 원한이 마음속 깊이 새겨짐을 각골(刻骨), 날짜를 정함을 각일(刻日), 나무를 오리어 새기거나 깎음을 각목(刻木), 시각이 급한 이때를 각하(刻下), 도자기에 꽃무늬를 새김을 각화(刻花), 글씨나 형상을 나무나 돌 따위에 파는 데 쓰는 칼을 각도(刻刀), 글자를 새김을 각자(刻字), 마음에 깊이 새겨 두는 일을 심각(深刻), 곧 그 시각에를 즉각(卽刻), 어떤 사물을 특징지어 두드러지게 함을 부각(浮刻),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을 시각(時刻), 정해진 시각에 늦음을 지각(遲刻), 한 시의 첫째 시각 곧 15분을 일각(一刻), 잠깐 동안이나 눈 깜박할 동안을 경각(頃刻), 그림이나 글씨를 나뭇조각에 새김을 판각(板刻), 고니를 새기려다 실패해도 집오리와 비슷하게는 된다는 각곡유목(刻鵠類鶩), 입은 은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뼈에까지 사무쳐 잊혀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각골난망(刻骨難忘),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각주구검(刻舟求劍), 고니를 새기려다 실패해도 집오리와 비슷하게는 된다는 뜻으로 성현의 글을 배움에 그것을 완전히 다 익히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선인은 될 수 있다는 말 또는 학업에 정진하여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는 말을 각곡유목(刻鵠類鶩), 마음속 깊이 새겨 둠을 일컫는 말을 각골명심(刻骨銘心), 심신을 괴롭히고 노력함 또는 대단히 고생하여 힘써 정성을 들임을 일컫는 말을 각고면려(刻苦勉勵), 아무리 꾸며도 무염이란 뜻으로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아무리 화장을 해도 미인과 비교할 바가 못됨 즉 비교가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각화무염(刻畫無鹽), 마음속 깊이 분하고 한스러움을 일컫는 말을 각골분한(刻骨憤恨), 마음속 깊이 새겨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각루심골(刻鏤心骨), 나뭇잎이 저 산 모양이 드러나 맑고 빼어나다는 뜻으로 가을 경치가 맑고 수려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각로청수(刻露淸秀), 나무를 깎아 관리의 형상을 만든다는 뜻으로 옥리를 심히 미워해 이르는 말을 각목위리(刻木爲吏), 살을 에고 뼈를 깎는다는 뜻으로 고통이 극심함을 이르는 말을 각기삭골(刻肌削骨), 뼈에 사무치도록 마음속 깊이 맺힌 원한을 이르는 말을 각골통한(刻骨痛恨), 촛불이 한 치 타는 동안에 시를 지음이라는 각촉위시(刻燭爲詩), 각박하여 집을 이룬다는 뜻으로 몰인정하도록 인색한 행위로 부자가 됨을 이르는 말을 각박성가(刻薄成家) 등에 쓰인다.
▶️ 舌(혀 설)은 ❶상형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입으로 내민 혀의 모양을 형상화하여 혀의 뜻을 나타낸다. 또는 음(音)을 나타내는 干(간; 내미는 일, 실)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❷상형문자로 舌자는 '혀'나 '말'을 뜻하는 글자이다. 舌자는 동물의 혓바닥을 본떠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舌자를 보면 길게 뻗은 혓바닥 주위로 침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뱀이나 도마뱀의 혓바닥을 그린 것이다. 사람보다는 파충류 혀가 인상이 강하기에 동물의 혀를 그려 '혓바닥'을 표현한 것이다. 舌자는 본래 '혓바닥'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지만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로는 '말'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는 편이다. 게다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도 주로 모양자로만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舌(설)은 혀의 뜻으로 ①혀 ②말, 언어(言語) ③과녁의 부분(部分)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말다툼이나 입씨름을 설전(舌戰)말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다툼을 설론(舌論), 혀가 굳어서 뻣뻣함을 설강(舌强), 혀를 움직여서 내는 자음을 설음(舌音), 남을 해하려는 뜻이 담긴 말을 칼에 비유해서 일컫는 말을 설검(舌劍), 칼과 같은 혀라는 뜻에서 날카로운 말을 설도(舌刀), 말을 잘못한 때문에 받게 되는 해를 설화(舌禍), 서슬이 선 말로 날카롭고 매서운 변설을 설봉(舌鋒), 혀를 이루고 그 주질이 되는 근육을 설근(舌筋), 혀의 상태를 보아서 병이 있고 없음을 진단하는 일을 설진(舌診), 악독하게 혀를 놀려 남을 해치는 말을 독설(毒舌),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붓과 혀 곧 글로 씀과 말로 말함을 이르는 말을 필설(筆舌), 나쁘게 욕하는 말을 악설(惡舌), 시비하고 비방하는 말을 구설(口舌), 쓸데없는 말을 자꾸 지껄임을 농설(弄舌), 재치 있게 하는 교묘한 말을 교설(巧舌)말이 많음이나 수다스러움을 장설(長舌),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변설(辯舌), 혀를 가두어 둔다는 뜻으로 말을 하지 아니함을 수설(囚舌), 말로 이러쿵 저러쿵 다투는 일을 각설(角舌), 혀 아래나 밑에 도끼 들었다는 설저유부(舌疽有斧),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으로 논봉論鋒의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을 설망어검(舌芒於劍), 혀가 꼬부라지고 불알이 오그라진다는 뜻으로 병세가 몹시 위급하다는 설권낭축(舌卷囊縮),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는 뜻으로 항상 말조심을 해야한다는 설참신도(舌斬身刀)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