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이 걱정에 잠 못 이룬 밤-.
일어나자마자 지한이가 들어왔는 지 지한이부터 찾았어요.
거실에도 안 보이길래 방문을 열자 싸늘한 기운만이 나를 반겨요.
"없네..."
나림오빠도 어딜 나갔는 지 집에 없는 듯 하고,
괜히 시무룩해져서는 혼자 대충 밥을 먹고 씻지도 않은 채로 소파에 앉아 티비를 봤어요.
"으...낮이라 재밌는 것도 안 하네."
나는 티비마저 꺼버리고 소파에 누워버렸어요.
아- 누구 우리집에 안 오나. 진짜 심심하다. 지한이는 어쩌고 있을까.
이 자식! 설마 외박한 건 아니겠지?! 아닐꺼야-...에휴...단비네나 놀러갈까?
그래! 가자!
단비네로 가자는 결론을 내린 나는 얼른 씻고 옷을 갈아입었어요.
머리도 대충 묶어버리고 집을 나서려는 데 핸드폰이 울려요.
"여보세요?"
"..."
"네? 누구세요? 말씀하세요."
"...조...심해..."
뚝.
말하라는 나의 말에 누군지 알 수 없는 아주 작은 목소리와 함께 끊겨버리고 말았어요.
조심하라니-...누구지...?
전화번호라도 알았으면 좋겠지만 핸드폰 액정엔 '발신자 번호 표시제한'이라는 말만 깜박이다 사라졌어요.
"에라, 모르겠다! 단비네나 가자~"
나는 그냥 장난전화겠거니~개의치 않고 단비네로 향했어요.
허허, 우리집의 바로 옆집의 옆집의 옆집! 이라서 그런 지 금방 단비네에 도착했어요.
오늘은 웬일로 단비네 언니도 집에 계세요.
맨날 집밖으로 나도시더니, 아- 단비네 언니랑 어색한데...
"안녕하세요."
"어~안녕~단비 아직 자는데."
"하하, 괜찮아요."
단비언니에게 얼른 인사를 하고는 단비의 방으로 쏙 들어왔어요.
조단비 이거이거, 진짜로 자고 있어요.
"조단비이! 일어나!"
"으으-..."
내가 단비를 꽁꽁 싸매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며 말하자, 단비는 몸을 움크리며 신음만 내뱉어요.
아씨- 얘는 벌써 12신데 왜 아직까지 퍼자고 난리야?
나는 단비의 옆구리를 엄지발가락으로 콕콕 쑤셔댔어요.
그러자 꿈틀꿈틀 몸을 비꼬더니 벌떡 일어나는 단비.
"아악!!!!!"
으흐흐, 이겼다.
"아싸! 야야, 권제이 이것 봐라~나 이제 베르사이유궁전에 산다!"
"와!!진짜? 오- 유성희 좀 짱인 듯, 키키킥"
"역시 난 좀 짱이지??으하하"
어느 새 단비와 나만 있던 이 집에는 성희와 혜정이까지 합세해서 비좁은 단비의 방이 가득찼어요.
성희는 핸드폰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혜정이는 현준이와 문자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꺅- 어떡해, 어떡해! 현준이가 내일 데이트하제~!!"
"아악!!내 앞에서 남친자랑 하지마!!"
"치~조단비 부러워하기는. 내가 언제 자랑했냐, 히히히히"
"개정이, 오늘 한번 이 언니한테 맞아볼까?"
쳇, 나는 서율이한테 문자 안 오나~?
혜정이가 부러워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살펴보자 문자메시지는 저~언혀 안 왔어요.
진짜 바로 어제 화해했잖아, 이서율! 너무하다, 너무해~연락도 없고. 훌쩍.
핸드폰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하고 있는 데- 핸드폰이 마구 진동을 해요.
설마 서율이??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얼른 핸드폰을 집어들었어요.
에-...핸드폰 액정에 뜨는 이름은 '절세미남♡'...온 설이예요.
받을까 말까 하다가 조심스레 핸드폰 플립을 열어제꼈어요.
"여보세-."
"씨발, 야!!!니가 권제이냐!!!!"
히익.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온 설이 아닌 다른 여자인 듯한 사람이 마구 소리를 질러요.
깜짝 놀란 나는 핸드폰을 놓칠 뻔한 걸 겨우 잡아내고는 대답을 했어요.
"제, 제가 권제이 맞는데요..."
"너-...!!!"
뚝.
얼레?...여자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참에 전화가 뚝 끊겨버렸어요.
내가 끊었을 리는 없고, 당연히 그 여자쪽에서 끊은 거 같은데...왜 온 설의 번호로 이런 전화가...
설마 이 아저씨가 내가 자기 찼다고 막 복수하고 그러는 거 아냐?
어억...무서워...
"뭐야? 무슨 전환데 그래?"
"하하, 아니야~"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오는 단비에게 대충 얼버무리듯 대답하곤 다시 컴퓨터에 집중하는 척 했어요.
으으- 자꾸만 생각나잖아.무슨 여자 목소리가 그렇게 또랑또랑 울리는 거야.
아주 그냥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게...휴우...
지이이잉-지이이잉-
다시금 울리는 핸드폰. 나는 그 소리에 흠칫 놀랐어요.
설마 또 그 여자는 아니겠지...?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액정을 보자, 휴~ 다행히 그렇게도 기다렸던 서율이의 전화예요.
나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전화를 받았어요.
"으히히- 남편."
"어, 마누라. 지금 어디야?"
"응? 나 단비네."
"뭐야~남편 병문안은 안 오고 친구랑 놀고 있냐."
"...허허, 지금 갈께! 기다려~~"
뚝.
그러고보니 서율이가 병원에 입원중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으하항- 나도 참~
"남편이 부른다냐."
"응! 히히~"
"에휴~나도 남친을 만들던지 해야지, 서러워서 어디 살겠냐."
"키킥, 먼저 간다~"
"오냐."
"제이 안뇽~~"
"문자해~히히"
"응, 응~안녕~"
나는 삼총사들과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거실에 있는 단비언니한테도 꾸벅 인사를 한 뒤 서둘러 밖으로 나왔어요.
벌써 네시 반이예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단비네서 있었나봐요.
나는 빨리 서율이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빨리 했어요.
금방 병원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데 문자가 왔어요.
[마누라, 피자 사다죠
남편♡]
"잉...뭐야, 다 왔더니."
결국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뒤돌아 병원을 나왔어요.
음~이 근처에 피자집이 어디있더라?
나는 피자를 맨날 시켜먹기만 해서 피자집이 어딘 지 잘 찾지 못하고 길을 헤맸어요.
"으- 내 기억으론 분명히 여기 어디쯤에...으읍-!"
기억을 더듬어 피자집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내 입을 막아버렸어요.
하얀 수건 같은 데 약이라도 묻힌건지 처음엔 끙끙거리며 반항을 하던 내 몸에 힘이 스르륵 빠져와요.
아-...안되는 데...서율이한테 가야하는데-....
"...서...율아...읏...!"
무의식중에 서율이의 이름을 불렀는 데 무언가 뾰족한 것에 손이 짓이겨졌어요.
온 몸이 아릿해 오는 고통에 힘겹게 눈을 뜨자, 내 손은 하이힐에 뭉게지고 있었고-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자 하이힐의 주인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표정을 하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하은...아...?"
"더러워. 내 이름 부르지마."
"으읏...!"
내가 이름을 부르자 더럽다며 더욱더 센 힘으로 내 손을 짓이기는 정하은.
하아-...도대체 뭐야, 이거.
여긴 어디고- 내가 왜 여기에 있냐구.
내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고 있자 하은이가 내 손을 짓밟은 채로 쭈그려 앉아요.
"아-..."
하은이는 내 옅은 신음소리에 피식- 바람빠지는 웃음을 입가에 흘려보내더니,
내 턱을 잡아올리며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해요.
그리고 내 턱을 잡아올린 손이 아닌 다른 손에 들려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 한번 깊게 빨아들이는 가 싶더니
이내 내 얼굴을 향해 후~하며 뱉어내요.
"콜록, 콜록...켁...으-...하은아, 왜...왜 이래..."
"왜 이러냐구?"
"...윽..."
내 손을 짓이긴 발에 더욱 힘을 주며 하은이는 씨익- 해맑게 한번 웃어보여요.
"니가 싫으니까."
"...하윽...하은아..."
하은이는 담배를 한 모금 더 깊게 빨더니 역시나 내 얼굴을 향해 담배연기를 토해내면서-
담배를 내 손에 비벼꺼요.
"윽...!"
"니가 싫어. 권제이 너 말이야. 니가 싫다구."
"..."
"전에 니가 물었었지? 니가 왜 싫으냐고 말이야."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하은이를 바라봤어요.
하은이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턱에서 뚝-, 내 손등으로 떨어져 흩어져버렸어요.
하, 울어야할 건 난데...왜- 왜- 왜- 니가 울고 있어...?
"너 때문에-...넌...넌 왜...하아..."
서율이가 나한테 왔다고 저렇게 서럽게 우는 걸까요, 정하은은?
정말로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그토록 서율이를 좋아했던 걸까요-...
여러가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고, 나는 하이힐에, 담배에 짓이겨진 손에 살짝 힘을 주었어요.
아-...젠장, 아프다.
"내가 이서율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생각해?"
"..."
"하, 웃기지 말라 그래. 물론 서율이도 난 진심으로 좋아해. 하지만-...또 한 가지."
또 한 가지라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하은이의 입술이 다시금 벌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말도 안되는 말이 그 작고 예쁜 입술에서 흘러나와버려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는데-...그건 아닐텐데...
*
이쁜 코멘 주신
작은악마의소망 님
나쁜&당당한 여자 님
ㅠㅠㅅㄹㅎ 님
백수4 님
쵠쵠 님
이반지~♥ 님
축구왕숏다리a 님
특이씨안녕 님
귀귀 님
황금똥돼지 님
완소곰팅 님
유연정 님
퍼스투 님
귀귀 님
으아아- 모두들 정말 알러뷰 몰몰♡
그 외에도 읽어주신 많은 분들도 알러뷰 몰몰♡
오늘은 3연타로 쭉쭉 나갑니다, 으하항!!
하지만 대신 설연휴가...ㄷㄷㄷ
045편은 주말에 뵐 꺼 같아요...ㅠㅠ...
설연휴 끝나면 정말 열심히 쓸께요!!!!
마지막으로
코멘창 선물로 주신 하노라빠!!정말 사랑해염!!!
첫댓글 꺅~~너무재밌어요 흐흐 정하은왜저러고지랄이야 씨붕.....ㅈㅅ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러게요, 하은이 저것 ㅉㅉ
말도 안되는 말이 머지?? ㅋㅋㅋ 아무튼 넘 재밌어요 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다음편을 보면 아실 수 있어요!
지한이?? 설마 둘다 좋아한다고 하진 않겟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엇, 새로운 상상 ㅋㅌㅋㅌ
엄머!저저!!!+ ㅁ+으아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히히
재미있어요^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