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은 번외.]
"으허어어어엉!!!엄마아아아아"
"하은아, 또 왜 울어!누가 그랬어!!"
"훌쩍...엄마, 왜 난 아빠가 없어? 왜 하은이는 아빠가 없는거야?"
"하은아-..."
"애들이 아빠없는 애라구 안 놀아준단 말이야-엄마, 우리도 아빠 데려오자, 응?"
"흐...미안...엄마가 미안해."
난 어린 시절부터 아빠없이 자라온 아이였다.
유치원 때면 항상 놀림을 받고는 했다, 아빠없는 애라고-...
내 이름의 성도 아빠가 아닌 엄마의 성을 따온 거다.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그게 왜 이리 서러웠던지...
내가 참 한심하고, 엄마에게 미안하다.
한참 엄마생각에 빠져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끼이익-...쾅.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름이 끼쳐오는 것을 느끼며 앞을 보자 서율이가 검은 봉다리를 흔들며 걸어온다.
"하은아."
"뭐야, 이서율. 또 왔냐~"
"자, 여기. 니가 좋아하는 샐러드빵."
"풋- 고마워."
내가 샐러드빵을 받으며 작게 웃어보이자, 그걸 보며 서율이도 흐뭇한 듯 따라 웃어보인다.
이서율.
요즘 들어 자꾸만 나를 따라다니는 아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지 너무나도 쉽게 나를 찾아내버리는 서율이.
한번도 말해준 적이 없는 데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서율이는 어떻게 알고 있는 지 참 신기하다.
"이제 좀- 나랑 사귈 때도 되지 않았냐."
"시끄럽거든~"
"진짜 너무하네. 너 이렇게 멋진 남자가 아무한테나 막 작업거는 줄 알아?"
"난 니가 남자같지 않은 걸 어떡해."
"휴- 맘대로 해라. 난 니가 나 봐줄때까지 포기 안 하니까."
"너야말로 맘대로 해."
내 말에 미간을 좁히며 볼을 부풀리는 서율이.
풋- 이럴 때 보면 참 귀엽다니까.
정말 이렇게 잘 생기고, 멋진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는 데 왜 나는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건지...
마음같아선 그냥 확 사겨버릴까도 했지만, 역시 난 그런 건 못 하겠어.
"엄마- 나 왔어."
"어, 어어- 하은이 왔니?"
"응. 왜 이렇게 놀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가 흠칫 놀라며 무언가를 상자에 마구 담는 게 보인다.
뭐길래 저렇게 놀라면서 그러지?
내가 보면 안되기라도 하는 것일까?
"뭔데 그렇게 숨겨?"
"어? 아, 아니- 그게-꺅...!"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엄마가 상자를 들고 일어서다가 상자를 놓쳐 떨어뜨려버렸다.
상자가 열리면서 우르르 바닥으로 흩어지는 사진들.
그 사진들 중 하나가 내 발밑으로 펄럭이며 떨어지면 나는 그것을 주어서 보았다.
그러자 엄마가 몹시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이게...뭐야?"
"하, 하은아-..."
"이거 나 맞지...나지, 엄마?"
그 사진 속에는 갓 태어난 듯한 아기와 어떤 남자와 그리고 우리 엄마가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설마-...우리 아빠...?
"엄마, 이게 우리 아빠야? 응?"
"어...응..."
"와- 엄청 잘 생겼잖아!왜 지금까지 안 보여준거야!"
"아니...휴-...그냥, 그냥..."
나는 바닥에 흩어진 사진들을 하나하나 주어담으며 아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빠의 모습을 내 눈에 꼼꼼히 새겨 넣었다.
우리 아빠인 데, 왜 엄마는 이 사진을 나에게 숨겼던 걸까?
내가 뭘 어떻게 하는 것도 아닐텐데...
"우리 아빠...실종됬다고 했었지?"
"응? 어, 으응..."
"시체도 못 찾았구...지금쯤 하늘에서 우리 보고 있겠지? 아빠가 우리 지켜주고 있는 거겠지?"
"응, 그럼! 그럴...꺼야...그래야지...응...응..."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빠를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보게 되니,
코가 시큼해지면서 눈 앞에 흐려졌다.
우리 아빤-...이렇게 잘 생긴 사람이였구나.
다음 날.
집 밖으로 나오자 집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서율이가 눈에 들어온다.
이어폰 덕분인 지 내 인기척은 듣지 못한 서율이는 눈을 감고 가만히 고개만 살짝살짝 흔들고 있다.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서율이의 어깨를 툭- 살짝 밀었다.
"악-!"
그러자 쭈그려 앉아있던 서율이는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져버렸다.
"풋,...푸히히- 이서율 넘어진 것 좀 봐~"
"정하은 죽을래!"
"아니~히히, 가자."
"아, 아퍼."
아프다며 엄살을 피우면서도 내가 먼저 걸어가자
서율이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혼자 엉덩이를 훌훌 털고 일어나 나를 내 옆에 금방 다가와 선다.
남자로선 아직 잘 모르겠지만, 친구로써라면 서율이와 정말 잘 지낼 수 있을텐데-...
서율이가 날 여자로 느끼고 있다는 게 참 미안하고, 찝찝하다.
학교에 다다르고, 교문을 통과하는 데 내 바로 옆으로 까만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스쳐지나간다.
치마가 살짝 차에 닿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서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정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데 예의없게 뭐 하는 짓이람.
"씨발, 저거 뭐야. 괜찮아?"
서율이가 나 양 팔을 붙잡고 괜찮냐고 물어오길래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성이 안 찼는 지 서율이가 그 검은 승용차를 따라간다.
아-...뭐 이런 걸로, 난 괜찮은데.
승용차가 학교주차장에 세워지고 거기서 한 아저씨가 내리자 서율이가 얼른 뛰어가 그 아저씨에게 따지는 게 보인다.
나는 그 아저씨에게 미안해서 서율이를 말리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데-...
"...어...?"
어디서 많이 본 낯익은 얼굴.
아니, 어제 처음으로 봤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보인다.
비록 어제 사진에서 본 것보단 더 늙고, 많이 변했지만 그 때의 얼굴이 또렷하게 남아있는-...
"아빠...?"
"어? 아빠? 아버님?! 설마 하은이 너네 아버님이셔?"
내가 아빠라는 말을 내뱉어버리자 서율이는 그 아저씨,
아니 우리 아빠에게 따지다 말고 당황을 해서 나에게 되물어 온다.
실종되셨다더니, 시체도 못 찾았다더니 이렇게 살아있는 아빠를 보니 절로 눈물이 난다.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 보면서 아빠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혹시...나를 못 알아보시는 걸까?
실종되셨다가 기억을 잃으셨다거나 뭐 그런-...
"아빠!!"
"어, 제이야."
"내가 정말 지한이 때문에 못 살겠어, 씨이- 빨리 좀 와봐!"
"알았어~그럼 학생, 좀 전엔 미안했어. 내 딸이 불러서 말이야. 허허- 이만 가봐도 될까?"
딸...?
뭘까, 지금 이 상황은.
"에? 저 아저씨 저 여자애 아빤가 본데? 도대체 뭐야?"
"하,..."
권제이가 왜 우리 아빠에게 아빠라는 호칭을 쓰는 걸까?
모르겠어...내가 이상한 거야?
내가...내가 잘못 본거야???그럴 리 없잖아, 우리 아빠가 틀림 없는 데...
저 얼굴은...분명히 우리 아빠라구!!
[정하은 번외 -The end-]
첫댓글 역시..내짐작이맞았구나 -_- 그래놓고선이나쁭뇽아제이한테그러니 씨붕...ㅋㅋㅋㅈㅅㅈㅅ 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헉...짐작하셨다니..ㅠㅠ
진짜 하은이 불쌍하다 ㅠㅠ 근데 제이는 아무죄 없는거 아닌가? 아무튼 담편으로 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제이는 아무 죄도 없는데..ㅠㅠ
둘이 따지면 배다른자매??ㅋㅋ 그렇다고 그렇게 미워하냐 제이가 무슨죄라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러게요 제이가 무슨 죄라고.ㅠㅠ
웬지 불쌍하네..먼지몰라도 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쌍하죠..ㅠㅠ
재미있어요^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