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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화상 이야기 (2)
철학자 스피노자는 희망을 '불확실한 기쁨'으로 표현했다.
희망이 이루어지면 기쁨이지만,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꿈과 희망은 기쁨과 불확실성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아니라 기쁨으로 무게의 추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그 힘을 포대화상의 미소에서 찾고 싶다.
당시 민초들은 전란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희망했지만, 동시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힘들어했다.
포대화상은 유쾌하게 웃으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음식과 물건을 나눠주었다.
그 천진한 미소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강력하면서도 기분 좋은 에너지였다.
포대화상이 항상 웃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포대화상은 꿈과 희망의 아이콘인 미륵이 수많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지만 중생들이 이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그렇다면 도대체 수많은 미륵불의 아바타는 어디에 있다는 것일까?
그가 남긴 다음의 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마음, 마음 하는
이 마음이 곧 부처이니
시방세계에서
가장 신령한 물건일세
종횡으로 묘한 작용을 일으켜
가히 중생들을 사랑하니
일체 그 무엇도
진실한 마음만 같지 못하네
이 시에서는 선(禪)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선불교의 생명과도 같은 견성(見性)은 '마음이 곧 부처(心卽佛)'라는 실상을 깨치는 일이다.
견성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마음이 작동을 해서 뭇 생명들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장 신령한 물건이며, 진실한 마음보다 귀한 것이 없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진실한 마음을 불성(佛性)이나 여래장(如來藏)이라고 하든, 아니면 미륵의 마음이라고 부르든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본래부터 이러한 바탕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중생이 곧 부처가 되고 진짜 미륵이 되는 셈이다.
참 미륵이 몸을 천백억으로 나누었다는 것은 바로 이를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미륵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삼독(三毒)의 술에 취해있기 때문이다.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은 독 기운에 취해 귀하디귀한 부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던 것이다.
전쟁은 인간의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결정판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부처들이 죽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대화상은 탐욕의 늪에 빠진 중생들을 향해 사자후를 외쳤다.
그들이 모두 미륵불이니, 죽음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는 자신 앞에 있는 부처들을 살리고자 포대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어느 물건이든 가리지 않고 포대에 담아 보시를 실천했는데, 그 안에는 비린내 나는 생선도 들어있었다.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미륵정토는 먼 미래에 오는 세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라는 현실정토 사상을 읽을 수 있다.
현실정토 사상에는 고통으로 가득한 '여기(Here)"에서 벗어나 행복이 넘치는 '거기(There)'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가 거기'라는 사유가 내재되어있다.
내가 서 있는 현실이 곧 정토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삶의 방식도 변하게 된다.
마냥 미륵정토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을 정토로 가꾸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포대화상은 그런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정토는 그러한 노력과 실천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포대화상을 통해 단순한 기복신앙이 아니라 마음이 부처라는 소식과 함께 상처 받은 중생들을 종횡무진 치유하고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희망과 치유를 위해서는 삼독의 술에서 깨어나 내 주위에 있는 참 미륵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이 필요하다.
어느 블로그에서 읽은 작자미상의 짧은 글이다.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선생님이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했다.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추운 겨울 사람들은 봄이라는 희망을 꿈꾼다.
그런데 우리들 시선이 물에만 머문다면 봄이 와도 볼 수 없는 법이다.
집안에 가득한 봄 향기를 찾아 산으로 들로 헤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앞에 있는 희망을 볼 수 있는 소년의 혜안이 필요하다.
#포대화상 #불교신문(이일야)
첫댓글 고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