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지난 설날 동생이 잠든 묘지에 들렀다. 그의 손에는 동생이 좋아했던 과자가 여러 봉지 쥐어있었다. \'민수야 춥지? 당분간 오지 못할 것 같아. 파주로 전학가거든. 그 곳에서 멋진 축구선수가 돼 다시 찾아올게. 그 때까지 잘 있어. 알았지?\' 슬픔이 깃든 천안을 떠나며 형은 이젠 볼 수 없는 동생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파주중 축구부 2학년 강민우(15). 민우는 지난 해 3월26일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참사 때 사랑하는 동생 민수를 잃었다. 당시 천안중 축구부였던 민우는 사고 당일에도 축구연습을 함께 한 동생의 죽음이 믿기지않는 듯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 어른들을 숙연케 만들었다.
화재참사 1주기를 앞둔 3월 중순. 민우는 동생과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천안을 벗어나 파주에서 축구대표선수의 꿈을 위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민우는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파주중 축구부로 옮겼다. 아무래도 천안에서는 동생 생각 때문에 축구에 전념할 수 없었다. 축구공을 보면 자꾸 동생얼굴이 아른거렸다. 고민 끝에 아빠 친구분의 권유로 파주중학교로 전학을 결심했다.
\'이 곳에 와서 많이 밝아졌어요. 합숙생활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해야죠.\'
민우는 천안중에서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했지만 파주중에서 붙박이 수비수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동생의 우상이었던 홍명보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명수비수가 되기 위해서다. 또 지난 해 자신을 미국까지 초청했던 홍명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동료들 보다 한발짝 더 뛰고 있다.
\'13일부터 춘계중고연맹전이 있는데 저는 아직 출전을 못한데요. 열심히 훈련하면 올 가을 쯤 동생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죠?\' 동생의 꿈까지 더해 두 배로 뛰고 있는 민우의 목소리에서 진한 형제애가 묻어난다.
자료제공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