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우산살이 부러졌다
전봇대로 나앉아 잔뜩 움츠린 직박구리가 오석 같다
목동처럼 저녁이 와서 흩어진 어둠을 불러 모으는데
감나무 가지에 간신히 몸을 얹은 박새 고갯짓이 조급하다
굴뚝새는 물수제비뜨듯 집집으로 가물가물 멀어져 가고
포롱, 포롱, 포롱…
참새, 멧새, 딱새, 곤줄배기도 부산하다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2024.12.09. -
한 그루 소나무는 먼발치에선 둥글게 펼친 우산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소나무의 가지가, 비유하자면 우산의 우산살이 대설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뚝, 부러졌다.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큰 눈이니 나무에 깃들어 있던 새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홀로 전봇대에 오도카니 앉은 직박구리의 겉모습과 황망함을 까만 돌에 빗댄 대목이나 굴뚝새가 전속력으로 날갯짓해서 가는 초조한 모습을 물 위를 튀기며, 물결의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둥글고 얄팍한 돌에 견준 대목은 신선한 감각을 단연 보여준다. 폭설을 만나면 산인(山人)도 산간(山間)의 날짐승도 추운 한데로 나앉은 듯 애처롭고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김영삼 시인은 시 ‘나무와 새’에서 “새는 나무의 잔근육을 키우고/ 나무는 그 힘으로 열매를 달고// 마침내 열매는 새에게 온몸을 바치네”라고 써서 나무와 새가 서로 거들어서 도와주는, 아름다운 공존을 표현했다. 스산하고 쓸쓸한 겨울의 때일수록 우리도 주변을 돌아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