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문] 다시, ‘좋은 친구’ MBC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2016년, 2017년에 MBC에 입사한 아나운서들입니다. 입사한지 불과 1년, 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입’ 아나운서입니다. 입사 소식을 듣고 가족들과 부둥켜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그 여운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만에 저희 11명 중 10명이 해고됐습니다. 이렇게 쉽게 해고된 이유는 저희가 정규직 선배들과 똑같은 절차로 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채용만 ‘계약직’으 로 되었기 때문입니다.
안광한, 김장겸 전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목소리 내지 못하게 하려고 저희를 계약직으로 채용했습니다. 그러 면서도 채용공고부터 입사 시험까지 모든 절차를 ‘정규직’과 다름없이 치르게 했습니다. 당시 사측은 저희에 게 회사 사정 때문에 잠깐 계약직인 것이지, 다른 정규직 선배들과 동일한 시험을 보고 들어왔으니 곧 정규 직이 될 것이라고 수 없이 약속했습니다. 입사 첫 날, 1년짜리 계약서를 보고 망설이는 저희에게 인사팀 직 원은 형식상 쓰는 일반적인 계약서라며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안심시켰습니다. 입사 해서도 신동호 국장을 비롯한 사측의 전환 약속은 계속됐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된다.”
* 저희는 2013, 2018년 채용과 사실상 동일한 절차로 입사했습니다. 이번에 신규 합격한 아나운서도 저희가 지원한 2016,2017년도에 지원했던 지원자입니다.
파업 기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도인 당시 편성본부장을 비롯한 전 경영진은 저희 신분을 볼모로 파업 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지속적으로 압박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는 계약서에 우리와 같은 독소조항이 없는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불이익을 주거나 해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계약직인 저희는 그런 위험에 더욱 노골적으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노조에 가입하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 는 사이 파업은 하루가 다르게 진전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뒤늦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혹여 나 위선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됐고 결국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계약직 아나운서 대량 해고의 궁극적 책임은 안광한, 김장겸 전 사장에게 있습니다. 그저 꿈을 향해 달 려온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미끼로 덫을 놓은 것이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피해자들에 대한 그 어떤 사죄도, 수습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희가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어졌습니 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MBC 정상화’에 힘쓰는 현 경영진이 저희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믿었 습니다.
그러나 현 MBC 경영진은 저희에게 사실상의 신입 공채를 다시 보게 했습니다. 11명 모두 전환될 수도 있다 는 말을 믿고 전원 응시했습니다. 그러나 재시험은 부당한 것이었습니다. 시험을 본지 1년, 2년 만에 똑같은 시험을 다시 본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수능을 봤지만, 교육부 장관이 부패했던 시기니 다시 수능을 봐라. 사 법고시를 통과했지만, 이제는 로스쿨제도로 바뀌었으니 다시 로스쿨에 입학해서 변호사 시험을 보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희는 재시험을 볼 때조차, 이미 정당한 절차를 거쳤 기 때문에 당연히 ‘정규직 전환’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그 희망 하나로 버텨왔던 그간의 고단한 시간과 억 울함을 헤아려 주십시오.
최승호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MBC 정상화와 함께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약직 아나운서 대량 해고 사태는 현 MBC 경영진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바 라보는지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를 비롯한 MBC 내부 비정규직 문제를 보다 시대적 요구에 걸맞게 해결해주십시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암을 밝힌다 는 사명으로 ‘정의’를 위해 싸워 온, 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 선배님들께도 염치 불고하고 지지와 관심을 부 탁드립니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에서 발생한 피해들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수습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무분별 하게 양산된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도 정책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기 때문 이 아닙니다. 무고한 피해자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그리고 그렇게 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이 있었고 그 지지로 세워진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방송도 그래야 합니다. 전 경영진에 의해 처참히 무너진 MBC를 재건하면서, 그동안 생긴 부조리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와 함께 새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이번 결정이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숙의를 부탁드립니다.
계약직 아나운서 일동은 이번 사태가 비단 저희 인생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처절히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이른바 상식이 통하는, 정의를 외치는 공영방송에서 근무하면서도 “계약직은 기간이 되면 당연히 나 가야 돼.”라는 인식의 벽에 부딪쳤습니다. 공영방송 MBC의 현실이 이러한데 하물며 일반 사기업, 중소기업 에서 저희와 같은 문제를 겪는 분들은 얼마나 억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재차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뉴스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시급하다고 수많은 리포트들이 나와도,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시 작될 수 없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기간제법 본래의 취지대로라면 능력을 인정받은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 으로 지속적인 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의 이익 논리에 따라 많은 무고한 노동자들 이 소모품 취급을 당하며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실력을 인정받고 성실히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 전 환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해고’와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평생을 고용 불안정에 시달려야 한다면 청춘과 나라의 미래가 없습니다.
이 자리가 오로지 저희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비 정규직 근로자, 비정규직 청년들에게 변화의 희망을 기대하게 하는 자리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최승호 사장을 비롯한 현 MBC 경영진이 그 소망에 대한 응답을 진실 되게 해주리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다시, ‘좋은 친구’ MBC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문화방송 해고 계약직 아나운서 일동.
16사번 김민형, 김준상, 안주희, 엄주원, 정다희, 정슬기 17사번 김민호, 박지민, 이선영, 이휘준
이제 시위고 나발이고 그만 접으세요 11명의 계약직출신 아나운서님들. 억지는 그만
계약직 아나운서분들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채용형태가 어떻게 돼있는지 알고 들어가서 싸인해놓고. 이제와서 밥그릇 내놔라? 뭔 도둑놈 심보인지..
솔직히 엠비씨 망가졌을때, 그래서 외면받을때 그 틈새로 들어들 간것도 부인할 수 없는거 아닌가.
정상적인 회사였다면 그대들이 똑같은 결과를 받아들었을 수 있을거라 자신하는가?
억지 그만 부리고 그럴 시간에 그냥 다른 도전 하든지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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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현직들 대다수가 이렇게 다 내칠줄은 몰랏다고 하던데요. 최소한 절반이상은 해줄줄알았다며 현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kbs 이슬기 아나운서도 본인 sns 에 그 분들 소식을 올리며 응원하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