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5일 선고, 판례 살펴보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는 25일 나온다. 지난 15일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이 열흘 만에 다른 사건으로 선고를 받는 것이다.
이재명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과거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검사를 사칭하지 않았고 누명을 썼다”고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후, 재판 과정에서 증인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위증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은 “‘기억나는 대로’ 말해달라고 한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위증 교사 1심, 83%가 징역형
법원은 위증 교사죄에 대해 재판을 방해해 사법 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로 보고 엄벌하는 추세다.
언론사가 법률 데이터 기업 ‘엘박스’를 통해 2022년 이후 위증 교사 혐의로만 기소된 1심 판결문 65건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 71명 중 59명(83.1%)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았다. 벌금형 판결은 11명(15.5%), 무죄는 1명(1.4%)에 불과했다.
1심에서 실형(實刑)을 선고받은 경우는 25명(35.2%)이었다.
오영호 전 경남 의령군수는 2014년 조폭 이모씨를 동원해 자신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협박했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오 전 군수는 이씨에게 “‘협박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수감 중이던 이씨는 출소 후 대가를 약속받고 2심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 오 전 군수의 위증 교사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영화에서나 볼 권력형 비리의 모습”이라며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박주원 전 안산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해 자신의 사기 사건 재판 증인 3명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가 적발돼 올해 6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위증 교사, 거짓말보다 엄벌
허위 증언을 한 사람과 이를 시킨 사람이 함께 기소된 경우, 법원은 교사범을 더 무겁게 처벌한다.
분석 대상 판결 중 41건에서 위증범과 교사범이 같이 재판을 받았는데 이 중 37건에서 교사범이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교사범은 양형 기준상 가중 처벌 대상이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위증 및 위증 교사 범죄의 기본 형량은 징역 6개월~1년 6개월로 같지만, 교사 행위는 형량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명시돼 있다. 거짓 증언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제적 대가를 받았을 경우 징역 10개월~3년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다.
당사자가 자백하거나 핵심 혐의에 관한 위증이 아니면 징역 10개월 이하로 감경할 수 있다.
검찰은 이재명에게 가중 요소만 있다고 보고 양형 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한 고법 판사는 “위증을 한 사람은 아무런 이득을 못 얻는데, 위증을 교사한 사람은 이득을 얻는 경우가 많다. 죄질이 더 나쁘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판 영향 주면 가중, 반성 시 참작”
변호사 A씨는 자기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조작한 내용을 증인에게 외우게 한 뒤 법정에서 이를 진술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A씨에게 “진실을 은폐해서는 안 되는 변호사가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면서도,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증인의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은 점을 고려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11명 중 8명은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
이재명은 “김씨의 증언이 재판에 도움이 안 됐다”며 “위증을 교사하지도, 약속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김씨의 위증이 없었다면 이재명이 2018년 기소된 선거법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재명 혐의를 인정해도, 김씨의 위증이 판결에 결정적이지 않았다고 본다면 벌금형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이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형 이상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