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처녀가 또 시장에 갔다온다고 하는데 통리의 5일장에 간다고 합니다.
나는 처녀의 가방에 손존등을 넣어주며
"자기야, 풍곡에 오면 꼭 전화를 주어"
"응 그럴께"
처녀는 아에 반말입니다.
그런데 반말 하는게 밉지 않고 오히려 귀엽기만 합니다.
나는 하루종일 농사일만 합니다.저녁때가 되자
"따르릉"
"자기야?"
"어머나 다른 사람이면 어쩌려고 자기라고 해"
"지금 이 시간에 전화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잖아?하하하"
"호호호 그러네 내 들어갈께"
"응 어서와 내가 나갈께"
"나오지마셔"
시골의밤은 금방 옵니다.
그믐밤 같을 때는 옆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합니다.
나도 손 전등을 들고 마중을 나갑니다.
너무 어두어지자 나는 손전등을 이리저리 돌리며 신호를 보내며 갑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가 만나는 곳은 중간 부분입니다.
나는 이 깜깜한 산속에서 질이 나쁜 남자를 만난다면 처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입니다,
`하느님 처녀를 모든 위험에서 보호하여주소서`
라고 기도 합니다
한참 가자 저쪽에서 불빛이 보입니다.
`아 왔구나 !`
내가 손잔등을 마구 휘두르자 그쪽에서도 불이 마구 돌아갑니다.
내가 처녀에게 다가가자 처녀가
"자기야 오지마시고 거기에 계셔"
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나 나는 처녀에게 다가갑니다.
"무서웠지?"
"하느님이 보호해 주시는데 뭐가 무서워"
라고 하는게 아닌가?
내가 짐을 하나 받아들며
"무거웠지?"
"아니 하나도 안 무거워"
라고 합니다.
우리가 집으로 오는데 산양이 지나가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고라니가 지나가는 것도 보입니다.
만일 혼자라면 무서울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왔습니다
깊은 산속의 우리집은 깜감합니다.
나는 자다가 처녀의방으로 쳐 들어가고픈 생각이 굴뚝 같지만
나는 천주교 신자라서 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애가 탈 뿐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