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2. 6. 18. 토요일.
날씨가 흐리다.
무척이나 피곤하니까 귀에서 이명소리가 또 크게 울린다.
나는 요즘 며칠간 서해안 산골에 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무창포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 바로 코앞에 보이는 화망마을이 내 고향이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
지난 3월 중순에 시골로 내려갔다가 3박4일만에 서울로 되올라왔다.
이번에는 .... 3개월만에 시골집 바깥마당에 도착한 뒤에 차에서 내렸다.
그새 많은 시간이 흘른 탓일까? 잔디를 깐 마당에는 잡초가 무척이나 많이, 잔뜩 번졌다.
열쇠 번호를 맞춰서 나무로 만든 문을 연 뒤에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가장 시급한 것이 청소하는 일이다.
숱한 먼지와 꽃가루(송화가루 등)이 온 구석구석마다 가득 뒤덮혀 있기에.
나는 야외에 설치한 지하수 관정의 모터를 작동시켜서 물을 뽑아냈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부엌, 방, 마루바닥 등 주변을 물걸레로 닦아냈다.
내가 집을 비웠던 봄철 3개월간에 황사먼지, 송화가루 등 각종 먼지가 뿌이연하게 널려 있었기에 부엌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우선 먼저 물걸레질을 했다.
예전 안부엌이었던 곳을 흙으로 바닥을 메꿔서 안방 출입구로 만들었던 부엌방. 부엌쪽으로 들어오는 공간은 늘 흙먼지가 날아와서 청소를 해야 했다.
아내는 방청소부터 시작하고...
나는 바깥마당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길섶 양쪽으로 마구 우거진 잡초를 낫으로 잘라내고, 대나무 빗자루로 쓸어내기 시작했다.
내 시골집 주변의 상황이다.
내 집으로 들어오는 마을안길을 따라서 몇 그루의 왕보리수나무가 있다.
왕보리수 열매가 빨갛게 익고 있었다.
내 밭 가생이 두둑에 심었기에 오고가는 사람들이 입맛을 다실 게다. 너댓그루...
밭 안에도 여러 그루가 더 있다.
나는 대나무빗자루로 마을안길을 쓸어내렸다.
산뽕나무의 오디가 떨어져서 시멘트 길 바닥이 시큼시큼 더럽혀졌으며, 매실 열매도 떨어져서 지나가는 사람과 자동차바퀴에 으깨여 져서 길바닥이 더러워 보였다.
* 매실나무도 200그루쯤 심었으니... 과수원을 조성한 뒤로... 아쉽게도 함께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는 서울로 떠났으니.... 이제는 주인이 없는 텃밭이라서... 나무들이 제멋대로 웃자랐다.
내 텃밭 세 자리 가생이에 낸 마을안길이기에 바로 곁에 서 있는 과일나무에서는 풋과일이 마구 떨어진다.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는 길섶에 난 풀을 깎고, 쇠스랑으로 긁어내고, 대나무빗자루로 쓸어냈다.
* 풀이 길게 자라서 예초기로 깎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더뎠다. 칼날 주위에 풀이 엉켜서 이따금 예초기의 작동을 멈춘 뒤에 엉킨 풀을 풀어내야 했다.
일하다가 지치면 바로 도로변에 있는 왕보리수열매를 한 웅큼씩 따서 입안에 넣고는 오물거리면서 단물을 빨아먹고, 씨앗은 길게 내뱉었다.
열그루 쯤의 왕보리수나무...
손으로 우두둑 훑어 딴 뒤에 상자에 담아서 조금이라도 서울로 가져왔으면 싶은데도 그럴 만한 시간이 전혀 없었다.
오전에는 대창리에 있는 읍사무소에 들러서 농어민 관련 행정업무를 신청했고, 오후에는 큰당숙과 사촌동생을 만나서 저녁 먹으면서 종중 일에 협의했다.
저건네 3반에 사는 동네사람 김씨한테 벼 방아를 찧어달라고 부탁해서 쌀 두 가마니를 받았다(20kg 8자루).
시간이 나는대로 길섶에 난 풀을 깎아내야 했다.
담부리밭에는 억새가 무척이나 번져서... 잘 베어지지 않았다.
* 담부리밭에는 감나무모종 180여 그루를 심었다가 실패했다. 그 틈새로 억새뿌리가 번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바쁘게 일해야 하기에 길섶에 있는 왕보리수 열매를 조금이라도 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 하루나 이틀이라도 더 머물렀으면 싶은데도 늘 일찍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아내는 시골생활에 부적응자라서 하루라도 먼저 서울로 되올라가려고 한다.
나는 하루라도 더 머물렀으면 싶은데도...
마을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내 텃밭 가생이에 있는 왕보리수 여러 그루에서 열매를 조금씩 따서 달콤한 맛을 볼 게다.
산뽕나무는 너무나 웃자라서 오디를 따기에는 거의 힘이 들 게다.
* 아내는 산뽕나무 새순을 조금 꺾었다. 이제는 너무나 커서... 톱으로 베어내서 키를 낮춰야 할 듯.
아쉽게도 나는 톱질하는 게 늘 안타까웠다. 식물도 아픔을 느낄 것 같기에...
아쉽다.
왕보리수나무가 열그루쯤인데도 ... 그냥 맨손으로 서울로 되올라왔다.
기존의 나무들이 잔뜩 있는데도 나는 퇴직한 뒤에 400여 그루의 묘목을 더 심었다.
감나무, 매실나무, 모과나무, 대추나무, 석류나무...
모두 실패했다. 내가 농약을 치지 못했기에.. 묘목 관리를 하지 못했기에...
웃자란 나무의 그늘 아래에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었다. 예컨대 개량종뽕나무, 양앵두, 물앵두 등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내 집 앞쪽 담장-길 아래에 있는 물앵두는... 지나가는 행인이 따서 입맛을 다셨을까?
앵두의 목질(씨)가 내뱉은 흔적만 잔뜩 보였다.
시골집에 머물면서 새벽녘에는 일찍 일어났다.
서울 올라가려고 새벽부터 낫과 삼태미, 삽을 들고는 텃밭 가생이로 내려갔다.
감나무밭, 아랫밭에서 머위대를 자르기 시작했다. 과일나무, 조경수가 꽉꽉 들어찼기에 햇볕이 전혀 닿지 않는 그늘 속에서도 머위대는 웃자랐다.
내가 지난 3월 말경에 처음 베어서 서울로 가져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 머위대를 잘랐다.
머위밭에서 들락거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전에서 사는 누나가 올봄에 보령시에 있는 남편(나한테는 매형) 산소에 들렀다가 친정집(고향집) 바깥마당에서 잠깐 쉬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텃밭에서 머위대를 조금 잘라서 대전 가져갔을까? 이게 사실인 양 앞밭에 조금 발자국이 드러났다.
나는 여러 군데에 다니면서 머위-줄기를 잘랐다.
아내가 아침밥을 먹으라고 부르기에 낫질을 그만 두었다.
아침밥은 오전 10시 반쯤이 넘어서야 ....
머위대를 더 이상 자를 수가 없었다. 1/4쯤 남겼다.
아내가 서울 올라가자고 재촉하기에 쌀 푸대에 머위를 담았다. 두 자루.
아내도 아침밥을 먹기 전부터 밭일 했다. 두릅 새싹, 갯기름나물, 뽕나무 새순 등을 조금 꺾어서 자루에 담았다.
자동차에 쌀 20kg짜리 여섯 자루를 실었다.
두 자루는 안사랑방에 남겼다.
자동차에 다 실을 수가 없었다. 잡다한 짐들이 무척이나 많았기에...
왕보리수 열매.
인터넷에서 내 임의로 퍼왔다. 용서해 주실 게다.
열매가 다글다글하게 많이 열리는지를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사진이 크게 확대된다.
잠시 쉰다.
지친다.
이 글을 쓰는데도.. 눈이 감긴다.
너무나 피곤하기에...
오후에 석촌호수 서호쉼터로 나갔다.
장기 바둑을 둔다. 조금 구경하다가는 집으로 돌아와서 일기를 더 길게 쓰다가는 그대로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세상에나...
2022. 6. 18. 토요일.
시골생활이 마냥 즐거울까?
아니다. 식물이 지닌 날카로운 가시(대추나무) 등에 찔렸고, 눈에 보이지 않았는지 벌한테도 쏘였고, 긁히고, 찔리고, ...
겁이 나는 시골-현장이다.
제멋대로 웃자란 각종 야생의 잡목과 풀도 가득 찼으니...
오랫동안 방치한 결과로 이제는 야생의 식물들이 주인행세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