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막 일병을 달고 휴가를 나왔다 복귀하는 날이었습니다.하필 그날이 연휴 전날이라 버스표 구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습니다. 어렵사리 표를 구해 겨우 부대가 있는 도시에 도착해 다시 부대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멀리서 한 할머니가 길을 찾고 계셨습니다. "도와드릴까" 하다 복귀 시간이 빠듯할것 같아 못 본 척했습니다. 그런데 그 외진곳에서 그나마 한분계시던 아주머니 마저 다른 버스를 타고 가 버리셔서 할머니와 저만 남았지 뭡니까.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어 어쩔 줄 몰라 하시는 할머님이 안쓰러워 결국가서 여쭤 보았습니다. 할머니가 내민 아드님 댁 주소가 적힌 쪽지를 들고 물어물어 모셔다 드리고 나니 복귀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도 전에 부리나케 부대로 달려갔지요.
부대는 발칵 뒤집혀 있었습니다.신참이 제 시간에 복귀하지 않았으니 영락없이 탈영으로 간주했던 거지요. 일이 그 지경이 되다 보니 제가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영창 아니면 군기교육대에 가겠구나 하며 잔뜩 기죽어 있는데 점심 무렵 아저씨 한분이 부대를 찾아 오셨습니다. 이름도 성도 모른다며 어젯밤 늦게 들어온 사병을 찾는다는데, 상황을 들어보니 그 할머니의 아드님이었습니다. 저녁 늦게 사병이 외부에 나와 있었으니 혹시 탈영으로 오해받지는 않았나 걱정이 되고,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다며 떡까지 해 들고 무작정 오셨던 겁니다. 아저씨는 소대장님께 모든 상황을 설명해 주셨고 저는 처벌을 면할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할머니를 모셔다 드린 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그런 용기가 날지...
아침 출근길에 책을 읽다 이글을 읽었습니다.
만약 제가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전 아마 모른채 했을것 같아요.
그런 제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다듬어 봅니다.
이상 JINNY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