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유난히도 더운 여름이었기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영혼까지 지쳤다. 9월이 오기 전에 지친 심신과 영혼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회복된 튼튼한 몸과 향기로운 마음으로 행복한 9월을 맞이하고 싶다. 더위로 피로가 누적된 몸을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로 가면 될까? 파도 소리 들으며 갈매기들과 소라 이야기도 나누고 바다의 왕 고래 이야기도 나눠보자. 그럼 피로가 풀릴 것 같다. 아니다, 가슴을 쨍 울리는 문학적인 에로틱 영화를 한 편 보고 싶다. 그것도 아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늘 좋아하는 산에 갈까나!! 그래, 그거다. 하며 갑자기 이번 토요일에 산행할 충청산악회가 떠올랐다. 그래서 충청산악회 이영희 부회장께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어느 산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친절하게 들려오는 대답은 문경에 있는 대야산(大耶山)으로 간다고 한다. 꼭 함께 산행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마음은 벌써 대야산(大耶山)으로 가 있다. 그래 모든 것을 다 잊고 대야산(大耶山)을 가서 동료들과 즐겁고 재미있게 하루를 보내자. 그래서 행복을 만들어 보자꾸나!! 모처럼 충청 산악회 회원들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가득하다. 동료들을 만나면 반가움이 쏟아질 것만 같다. 그 기쁨을 어떻게 감당하지 하며 입에선 나도 모르게 미소가 빙그레 번진다. 대야산을 가려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석촌역으로 갔다. 가자마자 박경진 총괄 본부장을 만났다. 자주 보는 박 본부장이지만 왜 이리도 반가울까? 그것은 아마도 정이 많이 들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또 반갑게도 민병설 회장과 최호명 실장 황규선 산 대장도 보았다. 심명자 부회장과 이영희 부회장도 보았다. 송광 김문환 고문과 박원태 산 대장 이은태 회원도 보았다. 참으로 반가운 분들이다. 옆 좌석엔 사랑하는 김명식 후배와 모처럼 함께 앉아가게 되었다. 많은 회원이 미소지으며 반갑다는 인사로 사랑의 손을 내민다. 오늘은 기쁨과 행복이 범벅이 되어 호호 하하 하며 깨가 쏟아지도록 즐겨보고 싶다.
처서가 지나서인지 오늘은 더위가 한풀 꺾인 듯 살짝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비가 오려나 보다.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엷게 덮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산행하기엔 매우 좋은 날씨다. 문경 대야산(大耶山) 정상은 930.7m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용추계곡을 거쳐 월영대(月影臺)와 밀재로 해서 대야산(大耶山)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약 5시간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본인은 글을 쓸 재료를 찾아 사진을 찍기 때문에 약 한 시간은 더 걸릴 것 같다. 이 산은 매우 가파르고 여기저기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아름답고도 운치가 넘친다고 한다.
용추계곡을 걷기 시작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추폭포까지 왔다. 등산로를 따라서 오르면 얼마 가지 않아 만나게 된다. 문경 8경 중 하나인 용추폭포는 3단으로 흘러내린다. 폭포의 생김새가 신비하다. 상단은 바위가 오랜 세월 물에 닳아 원통형의 홈이 파였다. 그 홈을 타고 맑은 물이 용트림하듯 흘러내린다. 홈은 신기하게도 하트 모양으로 파였다. 중단은 상단보다 웅덩이가 넓다. 하단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3m가량 암반을 타고 물이 흐른다. 용추의 비경에 신비감을 더해 주는 것은 용추 상단에 선명하게 찍힌 용의 꼬리다. 용의 비늘 자국과 흡사하다. 용 두 마리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웅덩이가 마치 하트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미인이신 심명자 부회장을 만났다. 따로 그룹을 지어 걷다 보니 헤어지게 되었는데 여기서 눈이 마주치며 고문님하고 부른다. 헤어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몇 개월 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갑다. 이런 것이 인간의 삶의 모습인 것 같다. 용추(龍湫)폭포의 장관이야말로 명소 중의 명소이며 비경 중의 비경이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3.1km 남았다. 무당소(巫堂沼)가 있다. 용추폭포 아래에 있는 무당소는 수심이 3m쯤 된다. 100여 년을 물 긷던 새댁이 빠져 죽은 후 그를 위해 굿을 하던 무당마저 빠져 죽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무당소의 물이 아주 맑고 투명하고 주위에는 산들이 둘려 있어서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이영희 부회장과 물소리 새소리를 감미롭게 들으며 용추계곡을 지나 월영대(月影臺)까지 왔다. 이곳까지 오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맑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켜며 숨을 쉬는 것 같다. 이 부회장은 버섯에 관해 관심이 매우 크다. 필자 눈에는 버섯이 잘 뜨이지 않은데 이 회장은 잘 보이나 보다. 그만큼 버섯에 관해 관심이 지대하다는 뜻이다. 갑자기 옆으로 뛰어 올라가더니 희한하게 생긴 버섯을 따온다. 그러곤 사진 찍은 것을 보여준다. 망또 버섯이라고 한다. 처음 보는 버섯이기도 하지만 그 색상이며 생김새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색깔은 노랗고 놀랍게도 망또처럼 생겼다. 베를 짤 때 거칠게 짠 느낌이라 할까! 아무튼 버섯이 신기하게도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 같다. 옛날에 임금님이 쓰셨던 익선관(翼善冠)이 짜임새가 엉글(거칠)은 것으로 만들듯 이 버섯이 그러하다. 구멍이 짜임새 있게 송송 뚫려있다. 참 희한하게도 생겼다. 또 꽃송이버섯도 보았다. 이것 역시 보는 순간 이렇게 신비로울 수가 있을까? 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참 아름답다. 인간의 생활은 모두 자연으로부터 배운다는 말이 틀림없다. 버섯을 보고도 그러할진대, 인간은 자연에서 생활의 지혜를 터득해 우리가 살아가는데 편리하도록 진화했을 뿐이다. 그로 인해 모든 생활용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는 처음 보는 버섯이기에 신비롭기도 했지만, 내가 모르는 버섯의 세계를 이 회장 덕분에 많이 배우고 눈에 담아간다.
월영대(月影臺(巖))는 용추에서 오솔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있다. 휘영청 밝은 달이 중천에 높이 뜨는 밤이면, 바위와 계곡을 흐르는 맑디맑은 물 위에 어리는 달빛이 아름답게 드리운다 하여 월영대(月影臺)라고 한다.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용소 바위(龍搔巖)의 전설이 재미있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용추계곡에서 머무르고 하늘로 승천하다가 발톱이 바위에 찍혀 그 자국이 신비롭게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이를 용소암이라 한다.
옥과 같이 맑은 물은 너른 암반을 만나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뽐내고 흐른다. 하늘을 찌를 듯 우거진 숲과 흐르는 물이 조화를 이뤄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초입부터 우거진 숲과 널찍한 바위 위를 흐르는 맑은 계류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반석을 깔아 놓은듯한 계곡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수심도 깊지 않아 물놀이 장소로 제격이다. 대야산(大耶山)의 아름다운 전설을 싣고 정처 없이 흐르는 맑은 물은 어디로 갈까? 매미는 힘이 빠진 듯 울고 있다. 아마도 매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울고 있을 것 같다. 8월은 저물어 가는데 장가도 가지 못하고 세상과 하직하는구나! 내가 이 세상에 올 때는 예쁜 각시 만나 행복한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가는 곳마다 노래공연장을 만들어 아름다운 소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는데, 하며 한탄스러운 울음을 터트린다. 너무도 가엽고 안쓰럽다.
이 부회장과 단둘이서 모처럼 즐겁고 오붓한 시간을 가진 것은 오늘 처음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힘든지도 모르고 밀재 고개까지 왔다. 이곳에서 간식을 먹고 가기로 했다. 편편한 곳을 찾아 자리를 깔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km라고 한다.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여기서부터 대야산은 두 얼굴을 드러낸다. 정상까지 계속 깔딱고개로 이어지고 밧줄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암봉을 넘어야 했다. 반면에 아름다운 절경과 빼어난 경치를 보여 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대야산은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에 걸쳐져 있는 산이다. 속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에 있고 백두대간의 줄기가 되는 산이기 때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경북 쪽으로는 선유동(仙遊洞) 계곡과 용추계곡(龍湫溪谷), 충북 쪽으로는 화양구곡(華陽九曲)이 자리 잡고 있어 여름 계곡 물놀이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대야산(大耶山)은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한 곳이다. 바위가 많고 아슬아슬한 등산로가 곳곳에 있어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와서 보니 용추계곡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유명한 산이 된 것 같다.
계곡 입구엔 민박을 겸한 식당들이 있고 펜션과 캠핑장이 여럿 있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를 한다 대야산청주가든(054-571-7698), 돌마당식당(054-571-7750), 대야산장(054-572-0033), 댓골산장(054-571-4182), 벌바위 가든(054-571-5691) 등이며, 버섯전골, 산채비빔밥 등이 주된 메뉴이다. 숙소는 불한티펜션(054-572-2677), 대야산선유동펜션(054-571-7709), 지가리조트펜션(010-8770-6745) 등이 있으며, 캠핑장은 그린스톤 오토캠핑장 (010-3880-0732), 문경 녹색오토캠핑장 (070-7333-7344), 문경 히든벨리 오토캠핑장(010-9594-8757) 등이 있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의 하늘길을 걸으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어찌 이리도 아찔하게 위험한 곳이 많이 도사리고 있을까? 이영희 부회장은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안쓰러웠는지 천천히 올라가라고 권하며 위안을 한다. 너무도 고마웠다. 밧줄도 타고 오르고 암벽도 넘어야 했다. 수없이 많은 철계단을 밟으며 올라가기도 했다. 정상을 거의 다 왔나 보다. 건너편에 정상이 바라보인다. 정상에 도달하려면 계곡의 건너편 산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구름다리를 건너기 위해 거기까지 내려가는 비탈길은 매우 위험하다. 조심조심 내려와 무사히 구름다리를 건넜다. 참으로 힘겹게 올라온 정상이다. 아름답게 펼쳐진 산야를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온 감격을 무엇에 비교해야 할까? 아무리 권세가 있다 한들 또 돈이 아무리 많은 부자라 한들 당신들은 이 짜릿하고 황홀한 쾌감을 느껴 보았던가!! 필자는 당신들이 해보지 못한 하늘에서 내려준 이 신비의 황홀함을 지금 한없이 느끼고 있다. 이 행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부지런히 정상석으로 달려갔다. 아담하고 조그마한 정상석엔 大耶山 930.7m라고 쓰여있다. 어찌 이리 반가울까? 첫사랑 애인을 만난 것처럼 가슴은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고 뛰기 시작한다. 두 손으로 정상석의 허리를 살포시 잡고 애인의 입술에 내 입술이 살짝이 포개지듯 정상석에 입술을 대고 말았다. 이 기분은 감히 어디에 비교하리오!!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다. 기념사진을 몇 카트 찍고 사방을 바라보았다. 굽이굽이 뻗어 내린 파랗게 펼쳐진 산야는 자기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이 기분이 영원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젠 하산을 해야 한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이다. 다리는 천근만근 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기분은 황홀하다. 이 부회장과 조심조심 발을 옮기며 하산한다. 거의 다 왔을 무렵 부회장께 전화가 온다. 어디까지 왔느냐고 묻는 것 같다. 어디 어디까지 왔다고 하니 차를 가지고 온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식당 사장께서 박원태 산 대장을 대동해 차를 가져왔다. 우리는 무려 6섯 시간 이상을 오늘 걸었다. 신께서 돌봐 주시고 회원들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충청산악회 민병설 회장과 특히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 필자를 돌봐주신 이영희 부회장께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충청 산악회 임원들과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무궁한 발전이 있길 바라며 아듀..... 2019년 8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