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박하사탕
시골에 사시는 친정아버지께서 오랜만에 서울나들이를
오셨습니다.
팔순이 넘도록 홀로 고향집을 지키며 살고 계신 아버지 는 모처럼 서울 딸네 집에 다니러 오신 겁니다. 우리 부부는 서둘러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아유, 아버지도 ᆢ 미리 알았으면 저희가 모시러 가잖아요."
"내가 어린애냐 ᆢ 이렇게 오면 될 것을."
고지식한 성격의 아버지는 늘 이렇겨 불쑥 올라오시곤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구부정한 허리로 한손에 낡을대로 낡은 가죽 가방을 들고, 또 한 손에는 박하사탕 한 봉지를 사들고 오셨습니다.
"아유 ᆢ 이건 또 뭐하러 사 오세요. 사탕을 누가 먹는다구."
나는 아버지 손에 든 박하사탕 봉지를 받아들며 핀잔 아닌 핀잔을 했댔습니다. 남편까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장인어른, 지난번에 사다주신 박하사탕 먹다가 저 이 부러
졌습니다, 하하하."
주름진 아버지의 얼굴에는 얼핏 서운한 표정이 어렸습니다. 봉지를 거실장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저녁진지를 차려드린다, 장기를 둔다, 옛날 얘기를 한다, 부산을 떠느라 아버지가 사온 박하사탕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다음 날 아버지는 서둘러 시골로 내려 가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를 역까지 배웅해
드리고 돌아와서 보니 거실장 위에 놓아 두었던 박하사탕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ᆢ 어디 갔지?"
나는 두리번거리며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여기 있던 박하사탕 치웠어요?"
"아니 ᆢ 난 못 봤는데."
참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박하사탕의 행방은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밝혀졌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잘 내려가셨느냐, 식시는 하셨냐 안부 끝에 사탕 생각이 나서 물었습니다.
"저 ᆢ 아버지 혹시 박하사탕 도로 가져가셨어요?"
"그려. 아ᆢᆢ 김서방이 사탕땜시 이빨꺼정 부러졌다며 ."
아버지의 그 말씀에 나는 속이 상했습니다. 없는 돈에 체면치레
한다고 사온 박하사탕 한 봉지를 먹을 사람이 있네 없네 하면서 아버지의 손을 부끄럽게 만든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순간 아버지가 서운해 하셨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 아버지 ᆢ 다음에 오실 때 그 박하사탕 꼭 갖다주세요.
알았죠?"
그렇게 전화를 끊는데 가슴 한 구석이 박하사탕 맛처럼
싸이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획.구성 박인식
ㅡ TV동화 행복한 세상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