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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세계여행 후기 스크랩 영국&Ireland 어느날 갑자기 결정한 유럽여행(영국)
그날 추천 0 조회 1,113 09.06.18 13:25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유럽여행. 정말 어느 날 갑자기 결정했다.

아니, 사실 언어에 자신이 없어 감히 유럽여행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의식적으로 유럽여행에 관한 책은 읽지도 않았다.

책을 읽으면 떠나고 싶어질 테니까.

서점에 들러도 내마음에 여행이라는 불씨를 당기게 될까 두려워 애써 외면했던 여행서적코너.

하지만, 히말라야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안나푸르나를 보고 싶은 맘이 10월엔 네팔로 떠나리라 조용히 맘먹고 있었다.

하지만 10월이 다가올수록 나의 언어의 부족함은 네팔로 떠날 용기를 주지 않았고 10월은 그냥 조용히 지나 가 버렸다.

그렇게 항상 맘엔 뭔가를 갈망하고 있지만 그 갈망을 이룰 뭔가를 찾지 못하고 헤메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나에게 의욕을 심어주며 나의 맘에 뭔가 동기를 부여 해 주고 내 삶에 용기를 주는 친구가 있었으니..

그 친구는 내게 종종 그렇게 말했다.

니가 남편이 있어, 자식이 있어?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뭐야?

비행기 티켓만 구해서 유럽으로 떠나라..

다 버리고 비워라.

그래, 맞다. 결정만 하면 쉽게 떠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 친구는 그건 모를 것이다.

남편도 자식도 없기에 모든 걸 내 스스로 결정짓고 책임져야 하기에 뭐든 쉽게 결정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사실 안나푸르나로 떠나지 못한 것도 언어도 자신 없었지만 혼자 떠날 용기도 자신도 없었다. 그리고 이젠 혼자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이 싫었다.

나도 누군가 같이 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떠났다가 되돌아왔을 때 아무런 변화 없이 처음과 똑같아질 그런 현실이 너무 두려웠다.

그렇게 내 마음은 늘 안주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 친구 또 나를 부추킨다

어느 날 그 친구의 그런 말을 듣고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떠나기 전이나 후나 같다면 이왕 떠나고 보자!

그렇게 7월 어느 날 나의 한달 간의 유럽 여행은 결정 되었다.

그렇다, 그 친구 말대로 남편도 자식도 없기에 쉽게 떠날 수 있었다.

사실 9월에 여행을 시작하려 했으나 비행기 티켓이 저렴하게 나왔기에 8월20일 혼자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빨리 떠나는 만큼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나는 이번 유럽 배낭여행에서 그 동안 모르고 있던 새로운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었고,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으며,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싶었다.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관광이 아닌 정말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었다. 혼자 떠나니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더라, 둘이 떠나면 관광이고 혼자 떠나면 여행이라고.

내가 만약 언젠가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면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걸 해결 하고 싶었다.

떠나기로 결정하고 난 후 읽은 인터넷에 올려진 여행기들은 내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으며 내게서 두려움을 떠나 보내게 하고 있었고 희망과 기대와 설레임을 안겨 주고 있었다.

그런데 짧은 여행 준비기간으로 인해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내게 떠날 날짜가 다가올 수록 초조함과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초조함 속에 출발 일이 다가오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8월20일20시10분(한국시간) 출발일 비행 시간은 어찌 그리 더디 오는지.

도저히 집에서 기다릴 수 없어 초조함과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주 일찍 3시간 전 공항으로 나간다.

드라마나 뉴스시간에 봤던것처럼 웬만큼 공항이 북적거릴거라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업고

공항은 매우 한가롭다. 월요일이어서 더욱 그런가 보다.

보딩패스 발권은 출발 2시간 전에 한단다. 시간은 어찌 그리 더디가는지. 책을 읽으려했지만 초조함은 나를 책속으로 빨려들게 하지 않는다.

드디어 시간이 다가와 보딩패스 발권을 하고 나의 배낭 무게는 15kg, 크로스백까지 하면 거의 20kg에 가까울 듯.

입국수속을 모두 끝내고 나의 첫배낭 여행의 모든걸 가이드북 한권에 맡기고 드뎌 비행기는 출발한다.

비행기의 심한 흔들림은 놀이기구 탔을 때의 불안감이 느껴진다.

심한 소음은 책을 읽을 수가 없게 한다. 제주도 갈 때 탔던 비행기는 조용했는데.

소음은 얼마전 뉴스에서 봤던 비행기 추락장면이 떠올라 불안하게 만든다.

Dragonair사의 친절한 승무원들은 비행기의 심한 흔들림으로 인한 불안감을 감소 시켜준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내려다 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부산의 아름다운 야경은 점점 구름 아래로 사라져 버리고, 2시간 후 구름 사이로 아름다운 홍콩의 야경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바다와 가까워지며 불빛은 더 밝아지고 비에 젖은 홍콩 공항에 착륙(10:15 홍콩시간)한다.

일단 시작은 성공했다는 안도의 미소가 가슴으로부터 나온다.

여행떠나기 전 비행기 잘못타서 딴나라로 가버리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더니 누군가 그랬다. 티켓보고 맞는 비행기 아니면 안태워주니 걱정하지 말라고ㅋㅋㅋ

또 어떤 선배는 그러더라 잘못타서 딴나라 가면 세계일주 한바퀴 하고 좋지 뭘 그러냐?

ㅍㅎㅎㅎㅎ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들었던 transfer는 너무나 쉽게 끝나버린다.

이제 런던에서부터다.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반은 성공했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잘 됐으므로 이제 이번 여행은 성공이다. 김해공항의 초라하게 느껴졌던 면세점과 달리 이곳 홍콩공항은 뭔가 활기를 느끼게 한다.  면세점에서 내가 찾던 화장품 하나 구입한다.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이륙한다. 내 옆에는 중국인 모자가 않았다.

이제는 런던으로 향할 일만 남았다는 안도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비행 중 잠들었다가 어느 순간 잠이 깨어 창문을 올리니 세상에~ 아름다운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벌써 영국에 도착했나?  아직 도착 할 시간은 아닌데. 다시 잠이 들었다 깼을 때 또 다른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고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구름은 남극의 얼음 위에 쌓인 눈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구름위에서 내려다 본 구름의 모습은 또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시 한번 잠에서 깨어 났을 때 또 다른 일출이 시작되고 간혹 구름 사이로 보이는 불빛이 세상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음을 알려준다. 정말 보기 힘든 일출을 세번씩이나 보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또 새벽 밤하늘의 별이 그렇게 클 줄이야. 북두칠성이 비행기 바로 날개 위에서 아주 커다랗게 펼쳐져 있다. 야간 비행의 맛이 이런거구나!

네번째 아침을 맞이 했을 때 드뎌 히드로 공항에 도착이다. 0520

비행기가 공항에 가까워지고 런던 히드로 공항의 밝은 불빛이 너무나 반갑게 다가온다.

드뎌 영국으로의 입국에 성공했다는 기쁨에 히드로 공항의 불빛은 더욱 반가웠고 비 내린 뒤의 촉촉히 젖은 히드로 공항의 아침은 더욱 신선한 공기를 내 가슴에 유입시킨다.

그 까다롭다는 영국의 출입국 관리소에서 입국 심사를 끝내고 짐을 찾아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람이 보인다. 그때까진 몰랐다. 런던의 날씨를.

9시30분 이전에 사는 1일권은 비싸다. 13파운드. 그래서 1회권을 산다. 4파운드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가는 길은 아주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시골길의 풍경이 나의 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런던의 날씨에 놀란다. 무더위로 여행하기 힘들지 않을까?하는 나의 우려는 트렌치코트와 목도리 가죽재킷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놀란다. 이곳의 날씨는 이미 한국의 10월 날씨였던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이나 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 내려야 할 곳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방송을 듣고 노선도를 확인해야 하는 나를 제외하곤 모든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 읽고 있다.

차창 밖으로는 깊은 산속이나 특별한 장소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들의 우람함을 뽐내고 있다. 영국의 첫 모습은 그렇게 나에게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린파크역에서 빅토리아 라인으로 바꿔 탄다. 빅토리아역에서 내렸을 땐 난 또 영국인들의 바쁜 아침을 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모두들 매우 활기차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그 중에 키스하는 모습도 보인다. 영국인들도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역 밖으로 나왔을 때 빨간 이층 버스가 예쁘게 나의 눈에 들어왔고 넓지 않은 도로에 영화에서나 보던 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신선하게 이젠 정말 내 인생 처음으로 먼 나라 영국에 왔음을 각인시켜 준다.

                              

빌리엘리어트 극장 앞에서 민박집에 전화 했을 때 여보세요~ 사실 궁금했다. 전화 속의 첫마디는 영어? 한국어? 의외로 한국어가 더 낮 설게 들리는 것은 내가 영국에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민박집의 시계는 나의 헷갈림을 정리시킨다. 비행기에서부터 시계를 -8과-9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난 일단 -9로 맞추었고 내 옆의 중국인 아줌마 시계도 나와 같았고 짐을 찾아 나오는 히드로 공항에서도 같은 시간의 시계를 보았기에 확신 했었는데 -8이었던 것이다.??? 섬머타임을 시행하고 있었다.

배낭을 민박에 두고 일단은 밖으로 나간다. 웨스터민스터 사원과 빅벤을 목표로.

처음 만나는 성당. 저것이 웨스터민스터? 아무리 봐도 그런 단어는 없다. 사진과도 다르고, 아닌가봐. 그것은 그냥 평범한 교회였다. 그러나 정말 웅장하고 아름답다. 이 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모든 건물이 우리나라에서 봐왔던 건물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아름드리 나무들.

첫만남부터 런던은 내게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걷다 보니 멋진 탑이 서 있고 곧이어 웅장한 모습을 한 웨스트민스트 사원이 나온다. 그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그저 경탄할 뿐이다. 그의 근엄함과 웅장함, 아름다움을 최대한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다 담기엔 힘들다.

그걸 담아보려고 난 바닥에 엎드려 그의 모습을 앵글에 담아본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다른 여행객도 나를 따라한다.ㅎㅎ

그리고 거대한 빅벤을 지나 버킹엄궁으로 향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웅장하고 거대한 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들.

나의 발걸음은 그 건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발길 뿐만이 아니라 나의 온 마음과 몸이 모두 빨려 들고 있다. 버킹엄궁으로 향하는 길에 말 탄 사람들이 뭔가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기구나~! 하고 달려가 보지만 책에서 본 사진과 다른 모습에 의아함이 들지만 그들의 공연도 나름대로 볼만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속에서 사진도 찍고.

그리고 그들의 행진이 끝났을 때 발길에 닿은 건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으로 헨리8세 때 궁전의 정원으로 만들어진 St.Jamess Park. 궁전의 정원으로서 충분할 만큼 너무나 아름답다. 또한 그 넓이도 굉장하다. 도시 가운데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이 있을까?

온통 아름드리 나무와 수많은 종류의 꽃과 연못. 역시 궁전의 정원답다. 이런 어마어마한 넓은 정원을 갖고 있었다니, 정말 대단하다.

어라~! 역시 진짜 버킹엄은 여기다.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고 근위병 교대식은 끝난 모양이다. 내일 다시 와야겠다. 나중에 들은바에 의하면 비로 인해 제대로 교대식은 하지 않았다는. 다행.ㅎㅎ

이제는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눈길 닿는 대로 무작정 걸어 아름다운 이 도시 속으로 빠져본다. 이 도시 전체가 영화 촬영장이다. 한군데도 아름답지 않거나 웅장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렇게 무작정 걷다가 만난 아름다운 모습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도시답지 않게 신선한 공기, 나의 첫 여행지의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즐겁게 만들며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이 도시에서의 아무런 염려도 없이 그저 편안한 맘으로 여행을 즐기기 시작한다.

완전히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 도착지의 숙소 외에는 아무것도 예약하지 않았기에 Waterloo 역으로 브뤼셀로 가기 위한 유로스타를 예약하러 간다.

웨스트민스트 다리를 건너 어렵게 물어물어 찾아간 Waterloo역 어찌나 넓은지..

친절한 영국인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유로스타를 예약하고 웨스트민스트 사원으로 향한다.

또다시 무작정 걸어본다. 파카딜리 거리에서 만난 작은 벼룩시장과 세인트 제임스 교회. 방명록에 이번 여행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 주길 기원하며 내 마음을 옮겨본다. 교회 안의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묘비. 묘비마저도 아름답다. 그리고 교회 옆 작은 바에서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사람들, 그냥 벼룩시장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들 이모든 모습들이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여유로움이다.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에서 만난 번쩍이는 네온사인 광고판에 나오는 SAMSUNG이라는 글자의 광고, 이건 또한 LG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왠지 나도 모르게 흐뭇하다. 해외로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 하였던가~

 

 

 

 

 

 

어느 거리에서 만난 한 서점의 간판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나의 발길은 서점 안으로 향했고, 난 서점이 아닌 갤러리에 들어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예쁜 간판만큼이나 책들의 표지도 정갈하고 잘 디자인 되어 있었고, 분위기와 진열마저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웨스트민스트 사원을 관람하기엔 시간이 짧다.

나의 발길은 다시 트라팔가 광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아침 일찍 나와 하루 종일 걷자니 점점 화장실이 급해진다. 하지만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다. 설마 지하철엔 있겠지 하고 내려가서 물으니 역시 유료화장실이 있다. 입구엔 동전을 바꿔주는 아주머니께서 계시고 50팬스(원정)를 집어넣으면 우리의 지하철 입구에 있는 것과 같은 바를 밀고 화장실로 들어갈 수가 있다. 조금만 더 참았다가 내셔널 갤러리 화장실을 이용할껄…… 내셔널 갤러리에선 화장실을 맘껏 이용 할 수가 있다. 그런 훌륭한 내셔널갤러리와 영국박물관은 관람료도 무료다. 그러니 영국민들의 예술적 감성이 살아 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광장엔 많은 비둘기 떼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어도 날아가려 하지 않으며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여유로움을 누리고 있다.

트라팔가 광장의 5.6m의 큰 넬슨동상이지만 55m 높이의 기둥에 서 있어 제대로 보기 힘들다. 넬슨동상보다는 동상 주위, 분수대 주위, 그리고 내셔널 갤러리를 오르는 계단에 모여 앉아 즐거운 표정들을 짓고 있는 활기에 넘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이곳에서 나도 그 속에 함께 하고 있음이 더없이 즐겁다. 그리고 아무도 아는 이 없기에 그들을 더 자유롭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들의 표정을 관찰 할 수 있어 좋다.

저런 즐거운 표정들이 그들을 더 즐겁게 만들지 않을까?

내셔널갤러리에 일본어와 중국어 팜플릿이 있다. 혹시 한국어도.?

그러나 열심히 찾아보지만 한국어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한국의 미약함이 느껴져너무나 안타깝다.

중국어와 일본어 팜플릿과 오디오 가이드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의 박물관에 있지만, 한국어는 팜플릿만 딱 두 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미술품들을 봤을 때 너무나 감격적이었다. 아니 그것은 충격이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했고, 비단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었다. 바닷물은 금방이라도 넘칠 것만 같았다.

사실 고흐의 해바라기가 왜 그렇게 유명한지 그 동안은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해바라기를 보고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금방꺽어 꽂아 놓은 듯 꽃잎에서 물이 튕길 것만 같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도 문맹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유명한 그림들 옆에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 놓았지만 이해 할 수 없었다.ㅠ,ㅠ.

영어공부 열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가득하다.

그렇게 즐거운 맘 가득 담아 내셔널 갤러리를 나와 거리를 걷고 있는 동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나의 발걸음은 숙소를 향한다. 숙소를 향하는 동안 과일을 사려고 아침에 들렀던 가게를 찾지만 이미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거리는 너무나 조용하다. 한국의 거리와 너무 다르다. 한국이라면 이제 거리는 활기를 띄기 시작할 시간이건만.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내일 갈 곳을 체크하고 하루를 정리한다.

여행지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웨스트민스트 사원의 스테인드 글라스

사실 여기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

난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찍고 있는데 누군가 내게 말을한다.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둘째 날 (8월22일)

지난밤 늦은 시간 잠 들었음에도 이른 새벽 몇번이나 잠이 깨인다.

아침부터 삼겹살에 내가 좋아하는 야채가 듬뿍. 푸짐한 아침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여행지에서의 첫 아침식사부터 너무 잘 먹는 거 아닌가? 이러다 혹시 나중엔 굶는거 아냐?

오늘은 우선 웨스트민스트 사원부터 찾는다.

난 이곳을 들어서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바깥과 다른 또 다른 세계가 이곳에 있었다. 형언 할 수 없을 웅장함과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역대 왕들의 대관식에 쓰였던 의자, 무덤들. 하지만 무덤이라 하기엔 묘비와 기념비가 너무 아름답고 웅장하게 조각되어 있다.  

이곳에서의 감격을 안은 채 어제 다 보지 못한 그림을 보기 위해 내셔널 갤러리로 향한다.

그리고 대영박물관. 영국박물관은 입구에서부터 거대함으로 나를 압도 해 버린다.

박물관 중앙의 서점엔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들이 꽂혀 있지만 읽을 수 없음이 안타까울따름이다. 그리고 한국관을 우선 찾아본다.

한국관 입구에 한국을 설명하고 있는 지도가 있다. 여행 떠나오기전 인터넷으로 봤던 사진에서 그 지도위의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누군가가 볼펜으로 지우고 EAST SEA 라고 써놓은 것을 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갔을 때 지도위에 EAST SEA 라고 고쳐진 새로운 지도로 바뀌어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낙서로 인해 바뀐 것만은 아니리라.

하지만 그 정신들이 모여서 바꾸게 만들었으리라.

세계인들이 보는 박물관 설명서에 볼펜으로 지우고 그 위에 고쳐 쓸 수 있는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관람객이 가장 많았고 가장 흥미로웠던 이집트관. 그곳엔 수많은 미이라와 관들이 아주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자연미이라는 정말 신비롭다. 실제의 미이라.

지금의 미이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3천년 전. 그 이전엔 그냥 시신을 뜨거운 모래사막에 던졌단다. 그리고 시신이 썩고 뼈만 남으면 뼈를 나무상자(관)의 크기에 맞게 잘라 집안에 보관 했단다. 지금 이 박물관에 들어 와 있는 그 미이라는 뜨거운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이 그 시신을 자연 미이라로 만들었단다. 그런데 그 미이라는 지금 썩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안타깝다. 

관심 많은 이슬람관을 보던 중 폐관 시간이 되어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나가야 함이 무척이나 아쉬워 관람실 밖으로 나와 한참을 바닥에 앉아 박물관의 느낌들을 정리 해 본다.

다음날 다시 한번 더 관람하러 가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시 관람하지 못함은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물관을 나와 아름다운 건물이 있어 무작정 길을 걷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만다.

비 내리는 거리에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지만 내가 찾는 지도에 나와있는 거리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길을 찾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불러 돌아보니 좀전 눈이 마주쳤던 남자분, 신사로 보이는 그 남자분은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 중이었다. 그 남자분 무엇을 찾느냐고 묻는다. 지도를 보여주며 빅토리아역으로 가야한다고 했더니 1시간이나 가야 하는데 왜 그곳을 가야하느냐고? 그래서 그랬지. 나의 숙소가 거기에 있다고. 그는 지도에 내가 갈 길을 가르쳐 주며(뭔눔의 골목은 그리 많은지) 내게 저녁 안먹었으면 자기가 사겠다 한다. 그래서 난 먹었다 했지. 사실 배고프고 추웠는데, 일행이 있느냐고? 혼자라 했지. 그럼 술 마시자고? 됐다고요~  자꾸만 친절(?)을 베풀려 하네~ 그래서 그랬지 . I dont like drink. 그 남자분 몹시 아쉬워한다. 담에 혹시 이런 사람 만나면 나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야겠다.  1시간이나 걸린다고 할 때 좀 이상하긴 했다. 올 땐 1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길이 워낙 많아 먼 길로 돌아 나오고 있나 했지. 그래서 내가 찾는 길이 보이지 않나 했지. 헌데 어처구니 없게도 잠시 후 만난 어쩐 여자분 트라팔가 광장까지 5분이면 된단다. 다시 한번 확인했더니 5~10분이면 된단다. 이룬이룬. 트라팔가 광장에서 숙소는 30분도 안거리는데. 그렇게 길을 물어 트라팔가 광장으로 돌아온다. 5분이면 되는 거리였다. 애써 친절(?)을 베풀던 그 아저씨는??? 음.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하지만 템즈강에 비친 런던아이, 유람선, 국회의사당과 빅밴의 야경은 나의 발길을 붙든다.

 

 

한 시간여 동안 비를 맞으며, 삼각대가 없어 다리 난간위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심혈을 기울여 야경을 찍는다. 하지만 나중에 컴퓨터로 보니 쓸만한 사진이 없다. 흔들림이 심하다.ㅠ,ㅠ.

 

 

이사진은 나중에 다시 찍었다.^^;;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거리는 너무 조용하다. 도대체가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뭔가 먹고 싶은데 가게는 모두 닫혀있다. 당연히 열려 있을거라 생각했던 슈퍼마켓마저도..

하긴 여긴 한국이 아니잖아?

셋째 날 (8월23일)

오늘은 제훈을 만나기로 했다.

9시 빌리엘리어트 극장앞에서 제훈을 만나 버킹엄궁으로 향한다. 11시부터 시작하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한참 행사를 진행 중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않는다.

비를 맞으면서도 열심히 악기를 연주하며 절도있는 행진을 하는 교대식은 안보면 섭섭 할 듯 하다. 근위병의 교대행진을 찍으려 꺼내는 외국인들의 휴대폰에 SAMSUMG 이 선명하게 보이다. 잠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비가 많이 내리는 와중에도 버킹엄궁을 관람하기 위한 줄이 매우 길다.

날씨도 춥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기도 하지만 검문을 하고 궁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화려함과 웅장함에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조각하나 샹들리에 하나마다 의자며 식탁까지 그 모든 것이 화려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섬세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바닥에서부터 천정까지 화려하고 웅장한 그림과 조각들은 나의 뇌를 마비시킬 듯 하다.

여왕의 화려한 보석들. 메달(?), 훈장(?)들. 그 모든 것들이 그저 충격일뿐 뭐라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찾을 수가 없다.

버킹엄궁을 보고 두번 놀란다. 런던의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진 건물들에 비해 단순하게 지어진 건물을 보고 놀랐으며 내부의 화려하고 웅장함에 또 한번 놀란다.

궁에 딸린 정원만도 어마어마하게 넓으니 더 이상 뭐라 말 할 수 있으리.

정문으로 들어간 궁을 관람후 후문으로 나오는데 후문으로 이어진 정원과 산책로는 숲속을 빠져 나오는 듯 하다. 후문을 빠져나와 정문으로 가는 도로도 그냥 예사롭게 놔두질 않았다. 세계 여러나라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공원으로 이어져 있다 후문을 빠져나와 정문까지도 3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영국시민의 휴식처인 그린파크의 하늘높이 치솟은 수목 아래 떨어지는 빗방울이 좋다. 버킹엄궁의 정원이었다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어찌나 넓은지 그곳엔 운하 같은 호수와 그위엔 백조가 노닐고 있고 많은 동물들이 사람들과 함께 노닐고 있다. 공원이 아닌 어느 숲속에 들어 와 있는 듯 하다.

제훈과 나는 나무아래 밴치에서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세인트폴 대 성당으로 향한다.

성당에 도착했을 때 많은 비가 내리고 성당 안은 비교적 사람이 적다. 미사 시간인듯하다.

종탑에 오르길 원했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 종탑으로 오를 수가 없다. 아쉽지만 성당안을 둘러 보며 조용히 미사하는걸 본다.

그렇게 잠시 성당에서 다리를 쉬게 한 후 밖으로 나와 타워 브릿지로 향하는 길에 런던의

은행가와 그곳에서 만난 모건스탠리 은행 그 안에서 뭔가에 몰두하고 있는 그들, 그리고 은행의 거대한 건물들..

거리에서 만나는 아주 오래된 교회 건물과 아름다운 시계들.

영국인들은 옛날부터 시간을 아주 중요시 했나보다, 거리마다 교회마다 크고 아름다운 시계를 달아놓을 걸 보면.

아주 오래된 교회 건물들을 새롭고 현대적인 건물로 바꾸지 않고 훼손하지 않은채 그대로 남겨 둔 그들의 안목에 찬사를 보낸다.

그들의 그런 사고가 전세계인들을 그들의 나라로 모여들게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의 옛날 건물들도 훌륭한 건물들이 많은데 모두 반듯하고 일률적인 빌딩으로 바꿔버린 우리나라가 안타깝다. 우리의 옛 기와를 많이 남겨 두었더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역사의 때가 듬뿍 묻은 듯한 많은 교회들, 그 중에서 특히 나의 맘을 잡은 세인트 로렌스 쥬리, 아주 오랜 역사를 간직한 듯한 고풍스러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교회였다. 유명한 어떤 성당보다 마음이 갔다. 안으로 들어 가 보고 싶었지만 들어 갈 수가 없었다. 밖에서 보는 유리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주 아름다울 것이라는 상상.....

벽에는 이런 명판이 있었다.

    ST.LAWRENCE.JEWRY

St.Lawrence Jewry is so called because the original Twelfth Century Church stood on the Eastern side of the City, then occupied gy the Jewish Community. That Church, built in 1136, was destroyed in the Great Fire of London of 1666.The building which replaced it was designed by Sir Christopher Wren in 1680. Almost completely destroyed by fire in 1940 this time as the result of action by the King's enemies it was restored in 1957 in the tradition of Wren's building. St.Lawrence Jewry is now the Church of the Corporation of London.

옆으로 Gildhall과 Citywell이 있다.

다리라 하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한 타워 브릿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 아름다움은 더 빛을 발한다. 만화 속의 고성을 느끼게 하는 런던 타워. 그 옆에서 아주 오랫동안 키스를 하는 연인이 있었는데 그들이 부럽다.

 

제훈과 런던타워 옆을 따라 타워브릿지로 향하는데 저쪽 끝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왜? 제훈은 뛰지만 난 힘들어 걍 걷는다. 제훈이 빨리 오라며 부른다. 무슨 일? 나도 뛰어간다. 하마터면 그곳에 갇힐 뻔 했다. 그곳도 출입문이 있었고 시간이 되면 잠그는 것이었다. 우리가 만약 더 천천히 걸어 사람이 우릴 보지 못했다면 우린 그곳에 갇히는 것이었다.

 

 

 

런던타워를 지나 조명으로 더욱 화려해진 타워브릿지를 건너 템즈강가의 식당 가에서 저녁을 먹으러 식당을 찾는다. 하지만 주위는 깜깜하고 거리는 너무 조용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문이 열린 식당도 찾기가 너무 어렵다. 그 틈에도 난 타워브릿지 야경을 찍어본다. 하지만 맘에 드는 장면이 잘 잡히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가게들은 이미 문이 닫혀있고, 문이 열려 있는 곳은 술집이다.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조금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어두운 거리를 제훈과 함께 어렵게 식당을 찾는다. Rib 요리는 늦은 시간 배고픔으로 더 맛있게 느껴지고 함께 한 커피도 향도 좋다. 제훈은 먹는 방법에 약간 고민을 하고 직원에게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묻는다. 난 걍 손으로 들고…. 먹기 쉽게 먹으면 되는거지… 역시 손으로 들고 먹어야 했다. 나이프와 포크만으로는 먹기가 곤란…. 갈비에 살이 너무 적게 붙어 양이 좀 적긴 하지만 양념 맛이 우리 음식과 비슷한 것이 맛있게 먹는다. 식당을 나온 우리는 다리 휘황한 타워브릿지를 건너 고성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런던타워를 지나 언더그라운드를 타고 빅토리아역으로 돌아온다. 내일 만날 약속을 하곤 각자의 민박으로 향한다.

8월24일

오늘도 여지없이 민박집 주인장은 7시가 되기 전에 아침 먹으라고 깨운다. 물론 난 이미 일어나 아침 먹을 준비가 끝난 상태다.

 오늘도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간다. 오늘 저녁엔 맘마미아 뮤지컬을 보러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예매를 위해 극장으로 향한다. 지도를 보며 찾아간 극장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긴 줄을 예상했던 그곳은 아무도 없다. 9시까지 기다리려면 30분 정도 남았다. 피카딜리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극장으로 돌아와 표를 예매 하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금요일이면 구할 수 있다는 싼가격의 표는 구할 수가 없다. 너무 일찍 온건가? 55파운드…. 너무 비싸다. 싼가격의 26파운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맨 뒷자리…. 정보에 의한 입석은 없단다. 잠시 갈등한다. 그래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를 굳이 비싸게 주고 볼 필요가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보러 다니지도 않으면서….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서 한국말로 하는 뮤지컬을 보자.’ 그렇게 결정하고 돌아선다. 제훈과 만날 시간은 2시간 이상 남았다.

피카딜리 거리를 걸어보자. 이곳에서도 역시 아름다운 건물들은 나의 맘을 그곳으로 빨아들이고 만다. 박물관처럼 보이는 아주 크고 아름다운 건물이 있어 들어가봤더니 마당엔 거대한 조형물과 함께 분수가 쏟아 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이냐고? 미술학원이다.^^

미술학원답다. 그리고 그 옆에 Gild가 있다.

끝없이 양쪽으로 늘어선 보석상가들…. 정말 아름다운 보석들이 그들의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며 돈 많은 주인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모직 숄과 머플러를 파는 가게, 예쁜 그릇을 파는 가게, 기념품 가게 등이 늘어서 있지만 맘에 드는 물건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저렴한 물건들은 조잡하다. 런던에선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작정했지만 50% 세일의 유혹에 스카프 한 장 산다.

그리고 제훈을 만나기 위해 트라팔가 광장으로 향한다. 트라팔가 광장의 동상주위엔 무슨 행사를 하려는지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에 오르는 계단에 앉아 언제나 북적이는 광장의 많은 사람들을 구경한다. 우리나라 말도 많이 들린다. 중국말도 많이 들리고, 이렇게 광장에 앉아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며 그들의 표정과 몸짓을 관찰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사람들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하고 그들의 몸짓엔 흥겨움이 가득하다. 그런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나 또한 즐겁다.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 마저 즐겁다.

오랫동안 앉아서 제훈을 기다리는 동안 서늘한 바람이 몸으로 스며들고 좀전 샀던 스카프는 유용하게 쓰인다. 그리곤 셀카를 연습하며 내일의 일정을 생각 해 본다. 내일은 옥스포드 또는 캠브릿지에 갈 계획을 상기 해 보면서 그렇게 2시간을 제훈을 기다린다. 약속시간을 11시에서 13시로 했거든. 배가 고파 막 샌드위치를 꺼내려는 참에 제훈이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나타난다. 웨스터민스터 사원과 예정에 없던 국회의사당까지 보고 왔단다.

제훈과 함께 빨간 이층버스를 타고 런던타워로 향한다. 

이층버스를 타고 보는 런던의 거리는 참 재밌다. 특히 이곳 런던에 와서 본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처럼 사람들이 바 안으로 들어가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모두들 술잔을 들고 바 밖에서 서서 술을 마시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밤새 술을 마시며 취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런던타워는 밖에서 바라보는 그 웅장모습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또 한번 사람을 놀라게 만든다.

 

 

버킹엄궁에서도 그랬듯이 역시 이곳도 긴 줄을 서서야 둘러 볼 수 있는 보석관은 역대 왕들의 화려했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저 보석 하나만 있다면 충분 할 텐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든다.ㅋㅋ 화이트 타워에 전시되어 있는 많은 총검, 죄수들의 감옥으로 사용되었다는 방엔 죄수들의 낙서가 예사롭지 않다. 그건 낙서가 아니고 예술 작품이다. 죄수를 고문했던 끔찍한 고문기구들은 상상만으로도 그 끔찍함에 소름이 돋는다. 그 어마어마한 넓이를 다 둘러보자니 다리가 여간 힘들지 않다.

버킹엄궁과 런던타워를 보고 난 느낌은 영국인들의 대단한 자부심과 그들의 잘난 척이 괜한것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저런 굉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어찌 그런 자부심이 들지 않으랴?

 

 

런던타워에서 나와 워터루역에서 기차표 일정을 바꾸고 민박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런던아이 근처를 거닐어 본다. 점점 해는 지고 나는 런던아이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다리에서 런던아이와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다시 카메라에 담아본다. 그렇게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있다.

런던에서의 다섯째 날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아침을 먹고 남는 기차시간을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산책을 한다.

도착 할 때부터 어제까진 내리던 비는 그치고 떠나려 하는 오늘은 무척이나 화창한 날씨다. 날씨 덕분일까? 이른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호수를 따라 산책을 하며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역으로 떠나기 위해 민박으로 돌아오는 길 웬 남자분이 몹시 반가워한다. 동양인이어서 무조건 좋은 걸까? 이런저런 몇 마디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볼에 뽀뽀를 한다. 느닷없이 당한일이라 당황스럽다. 처음 잠시 스쳐 지날 뿐인 것을….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뭐 꼭 이해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런던의 지하철은 의외로 매우 좁고 계단도 좁았다. 그들의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그러나 에스컬레이터에의 질서는 아주 잘 지켜지고 있었다. 오른쪽은 서서 가는 줄 왼쪽은 걸어가는 줄. 내가 무의식 중에 왼쪽 줄에 서 있을 때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위해 길을 피해야 했으며 그때 정신을 차리고 봤을 때 나 혼자만 왼쪽 줄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앗~! 부끄…. 그들의 지하철은 방향표시가 아주 잘되어 있어서 내가 가야할 역이름만 알면 헷갈리지 않고 잘 찾아 갈 수 있었고 바꿔타야 하는 곳 역시 안내가 아주 잘 되어 있어 처음 여행하는 내게도 힘들이지 않고 쉽게 탈 수 있었다.

워터루역에서 오이스터 카드에 남아있는 보증금과 잔액을 환불 받아야 하는데 매표 창구에 어찌나 줄을 많이 서 있는지 포기하고 유로스타 출발을 위해 개표를 한다.

사실 영국에서 하루 더 있을 예정이었으나, 어제 인터네셔널 갤러리 앞에 앉아 제훈을 기다리는 동안 차가운 바람 탓이었을까? 갑자기 영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 일찍 다음 예정지인 벨기에 브뤼셀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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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6.18 18:33

    첫댓글 이글이 누구의 글인가요???

  • 작성자 09.06.18 22:01

    당연히 제 글이지요. 제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입니다.

  • 09.06.20 16:40

    저도 가보고 싶어져요 ㅋㅋ 영국 참 멋있는 나라인것 같아요

  • 09.06.21 23:55

    참 좋으셨겠슴니다 떠나구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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