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윗트피이'의 꽃말
사랑의 기쁨
3
"리하야, 진짜 괜찮겠어?"
"지금 밤 11시라구. 엄청 무섭다야. 그냥 버스타고가."
"집 바로 요 앞이야. 그리고 나 어릴때부터 운동했잖아. 간다."
"그럼 조심해!!"
야자가 끝나고 으슥한 밤.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집으로 향하는 중이다.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들.
장혜린. 조아란.
나는 사교성이 뛰어난것도 아니고, 성격이 좋은편도 아니었기에
친구가 별로없다.
저 두명이 아니었다면
아마 난 왕따였을지도.
비록 친구들에게 표현은 잘 못하지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있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인연이니까.
*****
타닥타닥.
그래도 꼴에 여자라고 조금 무섭긴 무섭다.
빨리가야지.
막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툭.
왠 남자가 내 어꺠를 치더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지나가버린다.
"이봐요."
그러자 걸음을 멈추고 뭐냐는 듯이 뒤돌아 나를 쳐다보는 그 남자.
"방금 어깨 쳤잖아요. 사과안해요?"
"아, 죄송."
대학생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표정으로,
귀찮다는 말투로,
아 죄 송
세글자를 툭 내뱉었다.
"그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예요?"
"저는 원래 이렇게 사과합니다. 그럼."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캡모자를 더 푹 눌러쓰고는
뒤돌아 가버린다.
뭐 저딴 놈이 다있어.
지금 심정으로는
당장 달려가
저 뭣같은 놈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려주고 싶었지만,
이사온 지 얼마 안되서
사고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똥밟았다 생각하고 참기로했다.
그리고 골목길을 따라 쭉 걸어가고있는데,
뭔가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음,
쇠냄새 같기도 하고......
피냄새 같기도....................
피냄새?
몇 걸음 앞.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 어두운 그 부분에
여자가 한 명 쓰러져....아니 죽어있었다.
피범벅이 된채로.
*****
나는 충격에 휩싸여 우두커니 서 있다가
몇 분 뒤에, 핸드폰을 꺼내 112에 신고를 했고,
그러자 곧 경찰들이 출동해 시체를 처리했다.
여자가 맞나 싶을정도로,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침착했다.
그리고 주변집들 불이 하나둘씩 켜지더니,
사람들이 무슨일인가 고개를 빼꼼 내밀거나
집밖으로 구경하러 나오기도했다.
나는 추위에 덜덜떨며
가만히 서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시체를 발견한 학생?"
"네."
"아, 나는 이번 사건을 맞게된 형사 김창수 라고한다."
딱 얼굴이
형사얼굴이었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뭔가 사람 마음을 꿰뚫어보는듯한 눈빛과
약간 검게 탄 얼굴을 지닌 그런 형사.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백퍼센트 타살로 추정되."
"그렇군요."
뭐,
타살인 건 딱봐도 알 수 있었다.
자살이면
그렇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피범벅이 된 채 죽어있진 않았을테니까......
"학생도 조사를 받아야되는거 알고있지?"
"제가 왜요?"
"목격자니까."
목격자라.
귀찮아지겠군.
"우선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까 여기 이름하고 연락처, 집 주소 적고가면
내일 아침 10시쯤에 연락하마."
"저 내일 학교 가야 되는데요?"
"이건 학생들 안전문제하고도 연관되니 학교도 아마 적극 협력할거다.
내가 미리 학교에 연락해둘게."
"네. 그러세요, 그럼. 대신 학교에는 확실히 연락해주셔야해요."
이래뵈도 나름 중상위권모범생이다.
"그래. 그럼 조심해서 가봐. 벌써 새벽 1시가 다 되가."
나는 적은 것을 형사에게 건네주고는 집으로 다시 향했다.
아까 어떤 남자와 부딪힌 것도 그렇고,
시체를 목격한 것도 그렇고,
오늘은 참 재수없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