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저, 이승혁, 장지숙 편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예쁘고 마음편한 책입니다.(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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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그리고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처음처럼(표제작) 중에서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사실보다 더 따뜻한 위로는 없습니다.
이것은 밤하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어둔 밤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옷이 얇으면 겨울을 정직하게 만나게 되듯이
그러한 정직함이 일으켜 세우는 우리들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 중에서
너른 마당이란 대문이 열려 있는 마당입니다.
대문이 열려 있으면 마당과 골목이 연결됩니다.
그만큼 넓어집니다.
그러나 열린 마당은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소통과 만남의 장(場)이 됩니다.
사람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연초록 봄빛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양지의 풀밭이나 버들가지가 아니라
무심히 지나쳐 버리던 솔잎이었습니다.
꼿꼿이 선 채로 겨울과 싸워온 소나무 잎새에
가장 먼저 봄빛이 피어난다는 사실은 우리가 다만 잊고 있었을 뿐,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너른 마당 중에서
바다는 모든 시내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큰 물입니다.
바다가 물을 모우는[能成其大] 비결은
자신을 가장 낮은 곳에 두는 데에 있습니다.
연대(連帶)는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과 같아야 합니다.
낮은 곳,
약한 곳으로 향하는 하방연대(下方連帶)가 진정한 연대입니다. -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 출판사 리뷰 ----------------------------------------------------------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처음처럼』은 ‘아름다운 나무',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의 글씨, 그림,
삶의 잠언을 한 권에 모은 베스트 에세이집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저자’ 신영복의 대표글(표제작- 처음처럼/석과불식/여럿이 함께 등 172편),
대표그림(152점), 대표글씨(36점)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신영복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쇠귀’ 신영복 교수는 모 소주의 이름으로 쓰인
‘처음처럼’의 제호 글씨와 그림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며,
원작료 1억원은 현재 성공회대에서 전액 장학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6년 8월 정치/ 경제계/학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연예계 등
각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정년 퇴임 콘서트’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흔히 ‘연대체’로 알려진 신영복 교수의 서예 작품은
서예전 출품작, 현판, 비문, 제호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맨처음 옥중 서신의 어깨 너머 독자였던 어린 조카들을 위해 그려진 그림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가
일간 신문에 연재되었던 기행문의 삽화를 통해서 외부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기행문의 삽화를 저자가 손수 그리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비용 절감에 따른 일이었지만,
기행문에 미처 담지 못한 것들을 삽화로 보충하거나
언어의 경직된 논리를 부드럽게 해주거나
그림 자체가 여백이 되어 기행문의 또 다른 행간으로 작용했다. 이 책 『신영복 서화 에세이-처음처럼』에는
기존의 작품 외에도 70여 점에 이르는 그림들이 새로 추가되었다.
신영복의 대표작들을 한 권에 모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도 그 안에 담긴 글과 그림, 글씨 속에 배어 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심어린 성찰’이다.
얄팍한 지식이나 이론보다 삶에서,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한 마디가
얼마나 깊이있는 무게와 가치를 지니는지를 보여준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뒤돌아볼 줄 모르고 급하게만 살아가는
‘소외된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책으로 자리할 것이다.
1부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은
‘처음처럼’으로 시작해서 사랑과 그리움, 삶에 대한 사색, 생명 존중 등에 관한 글을 담았고,
2부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은
‘교와 고’로 시작해서 관계, 더불어 사는 삶, 우직한 삶의 자세 등에 대한 글을 모았고,
3부 ‘늘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은
‘각성’으로 시작해서 성찰, 세계관, 그리고 희망에 대한 글을 엮었다.
“이 책은 ‘처음처럼’에서 시작하여 ‘석과불식’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필자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일관된 주제가 있다면
아마 역경을 견디는 자세에 관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목이 잎사귀를 떨고 자신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성찰의 자세가
바로 석과불식의 진정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과불식의 의미는 씨 과실을 먹지 않고 땅에 묻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어려움이든 한 사회의 어려움이든
역경을 견디는 자세에 관한 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처음처럼’의 뜻과 ‘석과불식’의 의미가 다르지 않고
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이 책의 모든 글들도
이러한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화 에세이 - 처음처럼』은
어쩌면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서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함께 확인하고, 위로하고,
그리하여 작은 약속을 이끌어내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실린 이야기와 그림들은
사실 많은 사람들의 앨범에도 꽂혀 있는 그림들입니다.
독자들은 각자 자신의 앨범을 열고 자신의 그림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러한 공감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숲으로 가는 긴 여정의 짧은 길동무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 여는 글(저자 서문) / ‘수많은 처음’에서
또한 이 책은 저자로서는 ‘행간에 숨은 의미가 더 많았던 갇힌 글들’을 모은 ‘다시 쓰고 싶은 편지’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린 글들은
좁은 엽서에 갇혀 있는 글이었을 뿐 아니라 당국의 검열과 그 위에 자기검열이라는
이중의 제약으로 지나치게 절삭된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신문에 연재된 기행문 역시 갇힌 글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일간 신문의 지면이란 매우 한정되어 있는 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공적 공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글들이란 나로서는 ‘다시 쓰고 싶은 편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차마 쓰지 못하고 행간에 묻어둔 이야기가 더 많은 글이기 때문입니다.
글이란 아무리 부연하더라도 정의를 다 담을 수 없는 부족한 그릇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막상 글보다 더 망설여졌던 부분은 그림이었습니다.
비록 자기 글의 삽화였다고 하지만 글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그림의 비중이 더 커지면서
그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옥중 서신의 아래쪽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기행문의 도우미 같은 위치에서 갑자기 격상된 자리에 올라앉아 그렇게 된 것입니다.
사람이 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아 흠결이 더욱 드러나는 경우와 다르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