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을 읽었다. 제5도살장은 커트 보니것이 1969년에 발표한 대표작으로, 전쟁소설, SF, 풍자가 결합된 현대 미국문학의 고전이다. 남주 빌리 필그림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 병사로 참전해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그는 독일의 도시 드레스덴에서 도살장 지하에 수용되어 있다가 대규모 공습을 경험한다. 이후 그는 시간 속을 자유롭게 오가는 듯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삶의 여러 순간을 순서 없이 반복해서 살아간다. 또한 외계 종족인 트랄파마도어인과의 만남도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 소설의 핵심 주제는 다음과 같다;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성의 파괴, 트라우마와 기억, 자유의지와 운명,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인간 사회에 대한 풍자
작품의 독특한 점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는 서술 방식이다. 이는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인물의 의식을 반영하는 장치로도 해석된다. 특히 소설은 실제 역사인 드레스덴 폭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니것 자신도 그 폭격을 포로 신분으로 직접 겪었으며, 도살장 지하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작품에서 반복되는 유명한 문구인 "So it goes."(국내 번역에서는 "그런 거다", "그래, 그런 거지" 등으로 옮겨짐)는 죽음이 언급될 때마다 등장하며,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작품의 분위기를 상징한다. 1 저자가 서명으로 고려한 Children's Crusade(소년십자군)은 일반적으로 1212년경 유럽에서 일어난 종교 운동을 가리킨다. 이름 때문에 실제로는 어린아이들만으로 이루어진 십자군처럼 알려져 있지만, 현대 역사학에서는 이 이미지가 상당 부분 과장되었거나 후대의 전설이 섞인 것으로 본다.
당시 유럽에서는 십자군 운동이 계속되었지만 여러 차례 실패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순수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신의 기적으로 성지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퍼졌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Stephen of Cloyes와 독일의 Nicholas of Cologne가 많은 추종자를 모았다. 참가자들은 지중해가 갈라져 걸어서 성지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고, 굶주림과 질병, 귀향 등으로 운동은 해체되었다. 일부 중세 기록에는 참가자들이 상인들에게 속아 북아프리카 등지의 노예로 팔렸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기록들의 신뢰성에는 논란이 있으며, 역사학자들은 사실과 전설이 뒤섞여 있다고 평가한다. 오늘날 많은 연구자는 "소년십자군"이라는 명칭 자체가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본다. 참가자들이 모두 어린이는 아니었으며, 가난한 농민, 청소년, 떠돌이 등 다양한 계층이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세 문헌에서 '아이들'을 뜻하는 표현이 실제 나이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빈민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따라서 소년십자군은 순수한 신앙심으로 시작된 대규모 민중 종교 운동이었지만, 실제 모습은 전통적으로 알려진 "어린이들만의 십자군"과는 상당히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2
드레스덴 폭격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영국 공군(RAF)과 미국 육군항공군(USAAF)이 독일의 드레스덴을 대규모로 공습한 사건이다. 이 폭격은 전쟁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전략폭격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당시 독일은 패전이 임박한 상태였지만, 드레스덴은 철도와 통신의 중요한 거점이었고 일부 군수시설도 있었다. 연합군은 독일군의 병력 이동과 보급을 방해하고, 동부전선에서 진격 중인 소련군을 지원하기 위해 폭격을 실시했다. 영국 공군이 야간에 고폭탄과 소이탄을 집중 투하했고, 이어 미국 공군이 주간 공습을 실시했다. 대규모 화재가 합쳐져 화염폭풍(firestorm)이 발생하면서 도심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현재 독일의 공식 역사 연구에서는 약 2만 2,700명~2만 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에는 10만 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후 역사학자들의 조사로 과장된 수치로 평가되었다. 역사적 건축물과 문화유산도 큰 피해를 입었다.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드레스덴이 철도와 군사적 기능을 가진 전략적 목표였다고 본다.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전쟁이 거의 끝난 시점에 민간인 피해가 지나치게 컸으며, 군사적 필요성에 비해 과도한 폭격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드레스덴 폭격은 전략폭격의 정당성과 전쟁윤리를 논할 때 자주 언급된다. 이 사건은 제5도살장의 배경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작가 커트 보니것은 당시 드레스덴에서 전쟁포로로 있다가 폭격을 직접 겪었다. 폭격직전 귀가한 사람들은 모두 사망했고 얕은 방공호로 대피한 사람도 같은 운명을 겪었지만 그는 제5도살장의 지하 고기저장소가 깊었기에 생존할 수있었다. 3
저자는 전쟁이 끝나고 동료 4명과 같이 전쟁기념품을 챙기려 제5도살장으로 행한다. 트랄파마도어인이 충고했듯이 그는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고 불행한 순간은 무시했는데 마차뒤에 걸터앉아 햇볕을 듬뿍 받으며 꾸벅꾸벅 조는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고 있었다. 트랄파마도어(Tralfamadore)는 Slaughterhouse-Five에 등장하는 가상의 외계 행성이자, 그곳에 사는 외계 종족의 이름이다. 이 설정은 Kurt Vonnegut의 여러 작품에 등장하지만, 특히 Slaughterhouse-Five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트랄파마도어인들의 세계관은 독특하다.
* 그들은 시간을 선형적으로 보지 않고,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 그래서 누군가가 죽어도 "그 순간에는 죽었지만, 다른 수많은 순간에서는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 이 때문에 그들은 죽음을 절대적인 끝으로 여기지 않으며, 흔히 "So it goes(그런 법이지)"라는 태도로 삶과 죽음을 받아들인다.
소설의 주인공 Billy Pilgrim은 자신이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납치되었다고 믿으며, 그들의 시간관을 통해 자신의 전쟁 경험과 트라우마를 이해하려고 한다. 독자에 따라 이 경험은 실제 외계인과의 접촉으로도, 또는 전쟁의 충격을 견디기 위한 심리적 장치로도 해석된다. 즉, 트랄파마도어는 단순한 SF 배경이 아니라, 운명, 자유의지, 죽음, 전쟁의 상처를 탐구하기 위한 철학적 장치로 사용된 설정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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