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화순적벽의 추억
이 광 로
은빛 여울 팔랑이는 파란 물빛의 동복호
예쁜 오색단풍의 가을빛으로
울긋불긋 수놓은 가을수채화에 채색된 화순적벽엔
가을서정이 넘실거린다
길 굽이를 돌아설 적마다
새롭게 변신하는 호수풍광의 비경이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호수의 풍광 속에 나를 던지고픈 동복호반
그 물빛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래서 물이 따라 가는 길은
생명의 시원처럼 고요하고 아늑하다
가을햇살 머금어 붉어진 적벽 위에
종일 재잘대던 새소리는 층층이 품어두고
나그네 발길만 재촉하던 한산사의 밥짓는 연기는
내 가슴에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아스라한 붉은 층암절벽 위에 암자 세운 의미를
쪽배 타고 건너며 미소로 답하던
흰 고깔 쓴 보살은
지금은 어디에서 머무는지 알 길이 없네
동복호 이서 수몰지역엔 슬픔이 말을 걸듯
송두리째 마음을 내보이면
하얀 백지에 노란 빨간 가을빛으로
한 땀 한 땀 곱게 수를 놓는다
내 추억의 모든 것을 앗아버린 동복호는 말이 없고
이젠 수몰의 아픔을 도려내는 화순적벽의 미로를 찾아
아련한 추억을 찾는 내 시선이 머무는 곳엔
무심한 백로만 한가로이 놀고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