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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라”… 삼성·SK ‘선봉’ 벤처들도 ‘가세’ |
새로운 블루오션 ‘헬스케어 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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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의 대표주자다. 삼성·SK 등 대기업들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숨가쁠 정도로 빠르다. 또 기존의 헬스케어 전문기업들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공격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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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신수종 산업으로 가장 각광받는 분야다. IT산업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고령화시대를 맞아 더 큰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약과 의료기기,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헬스케어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9년 기준 약 3조2000억달러로 IT시장의 2.3배에 달한다. 이러한 시장 확대는 기본적으로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지출 증가에 기인한다. 또 의료기술의 향상, 삶의 질 향상에 대한 환자 수요의 증가 등도 한몫을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의료비 지출이 가장 빨리 늘고 있어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헬스케어 시장은 50조원 규모를 웃돈다. 의료서비스를 포함해 의약품·의료기기·U-헬스케어 등이 헬스케어 산업에서 핵심을 이룬다. 삼성, SK, LG 등 대기업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이유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령화 등으로 인해 헬스케어 시장은 더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기업들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가 강점을 가진 IT와 의료서비스 역량을 활용하면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삼성의 혈액검사기(아래 사진). 16개 항목을 12분안에 검사할 수 있다.
LG전자는 정수기·안마기 등 헬스케어 가전에 주력하고 있다.
앞다퉈 시장에 뛰어드는 대기업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초음파 진단기 전문업체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헬스케어’ 분야를 강화하고 나선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의료기기, 바이오 및 제약, U-헬스케어 등 전 분야에서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1984년 GE와 합작한 삼성의료기기를 통해 컴퓨터단층촬영 장비, 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등 2000년대 초까지 의료기기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헬스케어 분야에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 매출 10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메디슨을 인수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자의 메디슨 인수는 차세대 핵심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강한 육성 의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16일 메디슨을 계열회사로 편입하고 방상원 삼성전자 전무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방상원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신수종 사업인 의료기기 분야를 초기에 사업화하고 메디슨 인수를 성공시킨 주역. 방 대표는 삼성전자의 HME(Health & Medical Equipment) 사업팀도 관장할 예정이다. 메디슨과 삼성전자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삼성은 앞으로 메디슨의 국내외 영업망을 통해 각종 의료 전자기기를 판매하고, 삼성전기·에스원·삼성SDS·삼성의료원 등이 영상진단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수직계열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메디슨 관계자는 “오랫동안 축적된 삼성전자의 IT역량을 메디슨의 초음파 진단기기 분야에 접목하게 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혈액검사기를 출시하며 본격화한 의료기기 사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단기는 성능과 정확도를 모두 갖추면서도 무게는 7㎏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삼성전자와 메디슨의 첫 합작품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의료정보업체인 ‘비트컴퓨터’와 ‘모바일 병원 서비스 사업’에 상호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보유한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활용한 모바일 병원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관련 솔루션 공동 개발과 사업화에 협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태블릿PC가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바일 병원 솔루션으로 더 품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의료분야에서 태블릿PC의 효용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이 군침을 흘리는 또 다른 분야는 바이오시밀러. 삼성의료원 등과 공동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삼성이 바이오시밀러를 택한 것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엄청날 정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853억달러로,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420억달러)를 간단하게 압도한다. 이 시장은 2020년에는 2600억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 신약개발, LG 헬스케어 가전 주력
SK도 헬스케어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이렇다 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SK가 신약개발이나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헬스케어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지난해 메디슨 인수에 참여한 것도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SK그룹의 헬스케어 사업은 오는 4월 출범하는 생명과학사업 전문기업인 ‘SK바이오팜’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SK(주)의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이 100% 자회사로 분할돼 4월1일 첫발을 내딛게 된다. SK그룹은 그동안 지주회사인 SK(주)에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을 두고 신약개발사업과 원료의약품을 생산해왔다. 특히 신약개발사업은 매년 1개 이상의 신규 임상 물질을 창출했다. 지금까지 미 FDA로부터 얻은 임상시험의 승인 수는 12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임상을 포함한 SK의 신약 개발을 위한 R&D 역량은 세계 일류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생명과학 사업은 그룹의 차세대 성장을 이끌어 갈 핵심사업 중 하나”라며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단기간 내에 ‘글로벌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도 헬스케어 분야의 신규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기반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의료기기 제조업체 나노엔텍에 2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나노엔텍은 초소형 정밀기계 기술과 바이오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한 나노단위의 바이오 정밀기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세포계수 분석기와 백혈구 측정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개발한 혈액 분석기 ‘프랜즈’는 혈액 내 단백질을 분석해 우리 몸의 변화를 쉽게 확인하고 각종 질병을 진단·예방할 수 있다.
LG전자는 헬스케어 가전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헬스케어 가전시장은 2015년 1조164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세가 빠르다.
LG전자가 헬스케어 가전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은 2008년 말. 이후 다양한 신제품 출시는 물론 헬스케어사업실과 헬스케어 마케팅 그룹을 조직하는 등 헬스케어 가전분야를 새로운 미래 성장사업으로 키워왔다.
LG전자의 헬스케어 가전은 ‘바디 케어(의료용 진동기)’, ‘워터 솔루션(정수기, 이온수기)’, ‘에어 케어(공기청정기)’ 등 3대 핵심영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헬스케어 가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세브란스병원과 차세대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 손을 잡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의료기기 연구와 임상 경험을 첨단 IT 등에 접목해 차세대 의료기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것. LG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 U-헬스케어 사업을 활성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시장은 보험사·병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B2B 사업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기존 헬스케어 시장의 강자들은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뿐 아니라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한국, 중국, 인도 3국의 제약시장 규모는 2013년 890억달러로 연평균 18.6%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세계시장은 7.8%, 미국시장은 2.6%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메디슨은 해외 비즈니스 활성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메디슨은 카이스트 출신 연구원들이 1985년 설립한 국내 의료기기 벤처 1세대 기업이다. 경쟁사인 GE나 필립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초음파 진단기 분야에서 국내시장 1위이고 해외시장 점유율은 6%로 글로벌 업계의 6위다.

-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과 임플란트 제품.
기존 강자 해외시장 확대 나서
메디슨은 지난 2009년 기업 분할을 통해 신설한 메디슨 헬스케어를 통해 제품의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메디슨 헬스케어는 국내외 의료기기 벤처들이 개발한 제품을 발굴해 세계 각국에 유통·판매하고 있다. 기술력은 있지만 판매망을 찾지 못하는 영세한 의료기기 벤처기업에겐 글로벌 판매를 위한 발판을 제공하고, 메디슨은 제품의 다각화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메디슨은 현재 세계 12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110여개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메디슨은 삼성이 보유한 IT 핵심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시장 확대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체 매출 중 5% 정도에 불과한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업체인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올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이란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의료기기로 촬영된 영상을 디지털화하고 영상자료를 구조화하는 장비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은 대기시간 단축, 대용량 데이터 처리, 영상 공유, 보안성 증대 등 강점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까지 연평균 8.8% 성장해 44억6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이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도입률이 낮은 신흥국가 시장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는 지난해 20여개국에 100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지난 2006년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이 늘어난 인피니트헬스케어는 2008년 470만달러, 2009년 819만달러 등 연평균 40%가 넘는 수출 신장세를 지속해왔다. 전체 수출액 중 미국으로의 수출액이 37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 동남아, 독일 지역이 그 뒤를 이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올해 선진국 교체 시장을 발판으로 삼는 한편 헬스케어 투자가 늘고 있는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에 법인 설립이나 딜러망을 구축해 영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올해에 1580만달러의 수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국내 임플란트시장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도 해외시장 확대에 나선다. 저가공세 등으로 치열한 국내 경쟁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것.
이 회사는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오는 2014년까지 전 세계에 50개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들 50개 해외법인에서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순차적으로 전 세계 곳곳에 해외법인을 설립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우선 올해에는 캐나다·멕시코·카자흐스탄·뉴질랜드와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7곳에 법인을 설립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터키·칠레·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이처럼 해외법인 설립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임플란트 산업의 특수성에 따른 것이다. 임플란트 시술은 치과분야에서도 작은 영역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4~5년 새 40여곳의 관련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과당경쟁에 시달렸지만 올해부터는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SPECIAL REPORT _ Ⅲ 새로운 블루오션 ‘헬스케어 산업’- 전문가 ‘더블 인터뷰’
삼정KPMG 헬스케어그룹 조민식 전무·김형진 상무
“IT시스템·의료장비 등 ‘턴키’로 묶은
‘병원플랜트’ 수출 블루오션 될 수도”
오늘날 의료의 중심에는 돈(자본)의 논리가 깊숙이 개입된다. 이를테면 하나의 산업이다. 특히 최근 들어 병원, 제약사, 의료기기업체 등 전통적 연관그룹 외에도 과거 볼 수 없었던 기업, 투자자들도 진입하는 영역이 되고 있다.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이른바 ‘헬스케어산업’의 부상이다. 이 분야에 정통한 삼정KPMG 헬스케어그룹 조민식 본부장(전무)과 김형진 상무를 만나 어떻게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지 들어봤다.
김윤현 기자 unyon@chosun.com
‘의료’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먼저 흰 가운이나 병원을 떠올린다. 좀 더 고고하게는 허준이나 히포크라테스 같은 의학 분야의 역사적 선구자가 생각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의료라는 말은 뭔가 인간의 불행을 보듬고 치유해주는 공공선(公共善)의 느낌을 풍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세상이 확 달라졌다. 의료도 이제 산업화되고 있다. 의료산업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요즘에는 헬스케어(healthcare)산업이라는 용어도 널리 쓰인다. 그렇다면 의료산업과 헬스케어산업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김형진 | “의료라고 할 때는 ‘메디컬’의 개념이 강하죠. 즉 병원이 중심이 되는 겁니다. 헬스케어 역시 사람을 치료한다는 측면에서 핵심은 의료와 같습니다. 하지만 관점과 범위가 다릅니다. 가령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건강관리나 웰에이징(well-aging) 서비스를 받는 것은 헬스케어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전통적인 의료보다 ‘밸류체인(가치사슬)’ 자체가 굉장히 넓어진 겁니다. 이른바 ‘BTNT(바이오·정보·나노기술을 함께 이르는 말)’가 메디컬 영역과 융합하는 것도 헬스케어의 중요한 특징이죠.”
요즘 국내 기업들 상당수가 너도나도 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뛰어들고 있다. ‘헬스케어 러시’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의 진출이 크게 주목된다. 그만큼 헬스케어의 시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김형진 | “20대 그룹 중 헬스케어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예요. 그 중 8개 그룹 정도는 헬스케어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넓게 보면 병원, 제약, 바이오, 나노, 의료장비·기기, IT, 건설, 보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업종이 모두 헬스케어와 연관됩니다. 즉 훌륭한 밸류체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많은 기업들이 헬스케어에 관심을 갖는 이유죠. 정리하자면 다양한 이종산업들이 헬스케어라는 주제어 아래 뭉치고(융합) 있는 겁니다.”
조민식 | “시장성으로 보자면 국내 헬스케어 마켓 사이즈는 크지 않습니다. 세계 시장의 1% 남짓에 불과해요. 과거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세계 시장의 나머지 99%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의료장비·기기 시장의 경우 고가·대형 제품 쪽은 외국 메이저 기업들이 이미 선점하고 장악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중저가·중소형 제품 쪽에 승부를 거는 게 유리할 겁니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개발한 혈액분석기 같은 제품은 주목할 만합니다.”
김형진 | “MRI, CT 등 대형 의료장비 시장은 GE, 지멘스, 필립스 등이 분점하고 있어 진입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요. 반면 u-헬스기기, 소형 시술기기, 전동침대 등도 시장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헬스케어 제품이 등장하는 추세라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런 데서 가능성을 찾는 게 바람직합니다.”
현재 국내 의료시장은 약 7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2020년에는 약 184조원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게 삼정KPMG 헬스케어그룹의 전망이다. 이는 순수하게 의료분야만 따진 것이다. 의료분야와 연계되는 나머지 밸류체인을 합친다면 당연히 규모는 더욱 커진다. 또 하나 변수는 평균수명이다. 만약 평균수명이 예상 밖으로 더 길어진다면, 다시 말해 고령화의 충격이 크면 클수록 헬스케어시장도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국내 의료산업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약간 못 미치지만 조만간 10%선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타 산업들을 압도하는 성장성이 근거다. 향후 헬스케어산업을 견인할 유망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
- 김형진 상무
김형진 |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서 ‘회색지대’라는 용어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가령 마사지, 피트니스, 스파 등의 분야가 그런 예입니다. 이런 분야들도 현대인들의 ‘라이프케어(life-care: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헬스케어 영역에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잠재수요 역시 매우 큰 것으로 보입니다.”
조민식 | “소위 ‘병원 플랜트’ 수출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외국에서 병원 건축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병원건물만 지을 게 아니라 의료장비, IT시스템 등을 묶어서 턴키 방식으로 수출하자는 아이디어죠. 이렇게 하면 단순히 병원을 건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성장의 변곡점에 도달한 국가들에 수출한다면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또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한국의 일류병원들은 의료경쟁력이 높지만 외국 유명병원들에 비해 인지도가 미미합니다. 만약 병원들이 글로벌 사업 경험이 많은 기업들과 손잡는다면 어떨까요? 한국 병원의 글로벌화에 상당히 좋은 기회가 열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세계 각국은 헬스케어산업 육성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분야에서도 국경을 뛰어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덕에 의료 수요자들이 의료진 실력뿐 아니라 고객 서비스와 비용 등을 따져 입맛에 맞는 병원을 골라 찾는 ‘지구촌 의료관광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시장 역시 개방은 시대적 추세다. 이런 터에 한국 헬스케어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쯤 좌표를 설정하고 있을까?
김형진 | “한국이 가장 경쟁력이 강한 분야는 병원입니다. 그 중에서도 건강검진이나 장기이식·암수술 등의 고난도 수술은 미국 등 의료선진국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고, 성형·피부미용·안과·치과 등은 세계 톱 수준입니다. 이처럼 질환치료 분야는 세계 최고이지만 협진이나 환자·보호자 응대 등 서비스 분야는 그와 큰 격차가 있는 현실이에요. 이를 극복하는 게 과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대학병원들의 화두는 ‘연구중심 병원’입니다. 이제껏 진료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해왔지만 향후로는 헬스케어산업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약산업을 보자면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품)’은 국내 시장을 커버할 정도인데, 경쟁력 관점에서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제약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신약 개발능력은 선진국에 비해 너무 처집니다. 헬스케어산업은 어느 한 부분이 취약하면 마치 ‘이가 빠진 꼴’이 돼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형성하기 어려워요.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제약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 조민식 전무
조민식 | “국내 제약사 중에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되는 회사는 200개 정도 됩니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문제는 매출 1조원도 안 되는 회사들이 1, 2, 3등을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즉 규모 면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가 안 됩니다. 우리 제약산업이 성장하려면 최소 매출 5조원 이상의 회사들이 몇 년 안에 나와줘야 해요. 한 가지 유력한 방안은 인수합병(M&A)입니다. 제약은 굉장히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업종입니다. 그 때문에 예전에는 회사를 팔려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경쟁이 격화된 탓인지 제약사 오너가 회사 경영권을 넘기려는 경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약산업의 M&A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보이는 거죠. 정부 당국 역시 M&A를 통해 보다 경쟁력을 갖춘 제약사가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상황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의료개방 시대를 맞아 아시아 국가들이 의료관광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정KPMG 헬스케어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북아메리카 지역 의료관광객의 45%가 아시아를 선택하고 있다. 또 유럽 지역은 39%, 중동 지역은 32%가 아시아로 간다.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의료관광객은 무려 90% 이상이 아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특히 태국과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명성을 확보한 일부 병원들을 앞세워 의료관광객을 대거 흡수하는 의료강국으로 떠올랐다. 연간 의료관광객 수가 태국은 150만명, 싱가포르는 60만명에 이른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10만명에도 못 미칠 만큼 의료관광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
조민식 | “우리가 의료관광산업을 키워야 하는 것은 헬스케어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즉, 외국의 의료관광객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와서 우리 의료경쟁력을 경험해야만 헬스케어산업의 수출도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태국의 한 유명병원은 100여개국에서 고객들이 찾아옵니다. 19개 언어 서비스가 될 정도로 멀티컬처럴(multi-cultural) 시스템이 구축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병원들은 어떻습니까? 과연 외국인 환자들을 받을 만한 준비가 돼 있을까요?”
김형진 | “우리나라가 의료관광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국내 톱티어(top-tier) 병원들이 시도하고 있는 ‘국제병원’은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병원들이 국제병원이나 국제진료센터 구축을 추진 중인 상황입니다. 또 ‘복합헬스케어타운’도 주목할 만합니다. 복합헬스케어타운은 전문병원, 건강검진, 스파, 포스트케어(post-care) 등 다양한 헬스케어 기능을 한곳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의료센터입니다. 헬스케어산업이 발달하면 할수록 병원의 미래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각종 첨단기술과 장비 덕택에 굳이 병원에 와서 진료받거나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보다 고객(환자) 중심적으로 변해가는 거죠. 기술발전이 인류에게 주는 새로운 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Tip. 삼정KPMG 헬스케어그룹은… |
헬스케어산업의 미래 여는 동반자 지향
세계 유수의 회계·컨설팅그룹인 KPMG글로벌의 2010년 7대 사업 토픽 가운데 하나가 헬스케어였다. 그만큼 헬스케어는 글로벌 빅이슈로 부상했다. 그런데 KPMG의 한국 멤버펌(member-firm)인 삼정KPMG는 벌써 수 년 전부터 헬스케어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그렇게 해서 2006년 발족한 조직이 ‘헬스케어그룹’이다. 전략, 인사조직, M&A, 부동산, 건축 등 의료부문에 관련된 여러 기능을 융합한 팀으로 출발해 현재는 헬스케어 분야만 전담하는 본부로 발전했다.
삼정KPMG 헬스케어그룹은 병원을 비롯해 제약, 의료장비, 바이오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병원 분야에서는 전략을 필두로 인사조직, 신사업과 해외진출, 전문화, 네트워크화, 의료·경영정보화 전략, 투자유치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제약, 의료장비, 바이오 분야에서는 M&A, 파이낸싱, 비전 수립을 포함해 전략과 운영에 관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그룹의 의료산업 진출전략 수립을 비롯해 복합헬스케어타운과 의료산업단지 마스터플랜 수립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정KPMG 헬스케어그룹은 한국 헬스케어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컨설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조민식 본부장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서비스 프로바이더(provider)’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