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말 어귀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이정표.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구 내 명소들이 표시돼 있다. |
과거 '새터말'이라 불렸던 동구 가오동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마을을 지켜냈다. 재개발·재건축 대신 도시재생을 선택한 것도 원형 그대로 동네를 보존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마음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사업명에 '가오동 새터말살리기' 문구를 넣은 이유도 옛 지명이 지닌 동네의 가치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가오동은 70만 원부터 700만 원까지 시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마을가꾸기 등 여러 공모에 참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가오동은 70대 이상 주민이 70%, 40대 이상 주민이 30%인데,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대화로 원하는 걸 조율하고 상의하며 마침내 174억 원 도지재생 뉴딜사업 지구로까지 선정됐다.
지난 10일 가오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만난 최영숙 현장활동가는 "동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이 있어야 하고, 마을을 지키고 활동해줄 젊은 주민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가오동은 토박이 주민과 젊은 주민, 자금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행운의 동네"라고 설명했다.
1960년 지어진 노인회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작은 하천을 복개해 그 위에 지었는데 남자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
최영숙 현장활동가는 "기록화 사업은 3개년으로 간다. 1차는 새터말 기록화 책자 제작이었고, 2차로는 숨두부 역사관 건립이다. 330㎡(110평) 규모의 공간을 이미 확보해 뒀다. 1층은 체험관 2층은 홍보관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3차는 새터말 맵핑과 키오스크, 그리고 마을해설가, 새터말 굿즈 제작까지 세부 계획을 설정해뒀다. 여기에 1960년 동네 주민들이 직접 지은 1세대 경로당을 향후 이전·보존하고, 공가와 폐가를 매입해 주민커뮤니티 센터로 활용하고자 한다. 또 확성기가 없어 종을 쳐서 알렸던 종댓집, 샘터와 미나리깡 등 동네의 지리적인 유산까지도 발굴할 계획안도 갖고 있다.
다만 주민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 가는 도시재생 구역에는 외부 개발업자가 들어올 수 없도록 차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새터말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한 주민은 "동네 기록화 사업이 최우선인 도시재생 구역에서 외부 개발업자가 웃돈을 주고 집을 사고, 동네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물을 짓는 것부터가 도시재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지자체가 동네를 보호해줄 노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구 수 301, 거주인구 623명. 동구 가오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변화 대신 지속하는 삶을 선택했다. 동네의 가치를 지키고, 주민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세대 갈등이나 외부의 도움이 아닌 소통과 화합의 결과물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모범적 사례가 될 충분한 역량을 지닌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영숙 현장활동가는 "기록화 사업은 사진과 유적뿐 아니라 구술도 매우 중요하다. 숨두부 복원 동네를 기록하는 여러 과정에서 어르신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어머니 한 분 한 분이 박물관인 만큼 30여 분의 삶을 글과 영상, 소리로 기록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새터말의 자랑은 숨두부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잠시 비켜나 있지만, 도시재생을 통한 기록화 사업 우선 순위에 숨두부가 있다. 가오동은 숨두부 역사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