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츄바이크 < 감정의 혼란>
츠바이크는 부유한 유태인 방직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빈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소설 에세이스트 작가 평전 번역 철학 박사로써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였다
고도의 지성과 본능을 지닌 자신이 감정의 근원도
모른체 쓸려갔다 다시 쓰나미처럼 반복하는 이것은
이 감정이 어디서 온단 말인가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정신적 뇌파는 때론 육체와
정신을 초인적인 기쁨으로 떨게만드는 이 힘의 근원,
그것의 이름이라도 있단 말인가
설명되지 않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과 충동에
이끌리는 인물들의 생생한 심리를
섬세함으로 또는 폭풍처럼 묘사해가고 있다
츠바이크가 감정을 부위마다 해체시키고
조합하는 과정은 눈물겨우며 아슬아슬하다
동성애의 외면을 다룬것은 츄바이크가 그것을
극적장치로 설정하여 내면의 치고 빠지는 흐름을
부여한 것이리라
살아가면서 단 한 번 아니, 평생 이유도 설명받지
못한 채 심장의 심연에 매장 당한채 몸밖으로
나올수 없는 거부의 보자기를 쓴 치열한 열정,
온몸을 불태우고야 말,죽어서야 끝이 날, 말초신경과
신경계를 장악하고 있는 극단적인 심미적 정신체험
온갖 부정과 긍정, 모함과 연민, 존경과 분노,
거절과 포옹, 감정의 혼란으로 점철된 시간들.
혼란의 끝 어둠의 밤을 지낸 기진맥진
너덜거리는 영혼과 비로소 마주설 때 정신세계의 뿌리가 온몸을 휘감고 그렇게 갈망하던 어떤 공간에 눈물을 흘리며 도달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감정의 혼란>
대학 학장인 아버지에게서 보고 자란 책들과
강의들이 무의미하다고 냉소를 짓는 20살 콜코트
베를린에서 무절제한 생활을 아버지에게 발각당한뒤
정신적인 충족으로 방향을 전환하고자
중부 독일 지방대학으로 옮긴다
그곳 강의실에서 만난 교수
'랍투스'(라틴어로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황홀한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 압축되는 교수와의 첫 만남
그에 대한 숭배와 존경으로 그의 집과 같은
건물의 작은 방에 하숙을 하게 된다
콜란트의 정신은 교수의 강의에 귀를 기울인채
순식간에 그 사람의 일부가 되었으며 흐르는 감정
속으로 주체할 수 없이 빨려 들어갔다
자신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받아 들이다가도
돌연 얼음같은 행동을 하는 교수
좌절과 모멸심으로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는 콜란트와 알 수 없는 어둠과 냉랭함이
감도는 교수의 젊은 부인
그러다 집필 되지 못한 교수의 역작을 필사를 하며
완성시키겠노라는 콜란트의 단언한 발언으로
의기투합 매일 저녁 7시 교수의 서재에서 만남을 갖는다 둘의 관계가 친밀해질수록 같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심지어 교수들조차 그들의 친밀함에
묘한 거부와 환멸감을 보인다
처음부터 고독한 생활을 해왔던 교수와 콜란트는
함께 고독해지고 말았던 것이다
콜란트에게 말도 없이 수시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삼사일 만에 나타나는 교수
그토록 그를 숭배하는 콜란트에게 또 다시 혼란을 주고
다시 사라지는 교수 그를 향한 존경과 숭배
그에게 인정받고 싶은 콜란트
눈물범벅으로 외치는 콜란트. 교수의 비밀에 접근할수록
차갑게 밀어내는 교수와 인정받지 못한다는 절망
교수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붙어있는
고통과 슬픔을 본능으로 감지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존경과 사랑의 감정은 삶을 통채로 고통으로
곤두박질시켰다
도대체 교수님은 왜 나를 그토록 미워하는 것일까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냐며 위로해주는 교수 부인
콜란트는 부인과 선을 넘는다
'내가 가장 경외하는 사람을 배신한 그 입술위에
나는 몸을 떨며 키스했습니다'
츠바이크는 양심의 전율을 이렇게 썼다
다음 날 부끄러움과 자책으로
떠나려고 짐을 싸는데 콜코트를 지키기위한
여행에서 돌아온 교수와 마주친다
떠남을 놀라며 만류하는 교수
마지막으로 저녁 7시 서재에서 보자고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콜란트
교수는 혹시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라도
들은 것이냐며 다그친다
그렇다면 혹시 내 아내와 그런건가‥ 물으며
젊고 아름다운 청년이니 누군들 사랑하지 않겠는가
사실 아내의 일은 내가 관여할바도 아니지만
그러면서 서늘한 말을 덧부친다
"실은 나도 너를 사랑한다"
감정의 혼란은 극에 달한다 그렇게 인정받고
싶었고, 청춘의 시간 그 첫장을 숭배와 지성과 존경의
날개를 달고 자신을 떨게한 사람 그의 애정을
한 방울이라도 얻고저 노력을 하게 한 사람
그사람이었다
그러나 수염잍의 입술에서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다니ᆢ
교수는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자신의 정체성이 주위에 알려지며 자신
내면 속으로 깊게 숨었던 소년
베를린은 대학생이 된 그에게 억제해 왔던
욕정을 채워준 곳
낮에는 투명한 정신의 연구자로 밤에는
인근의 추잡한 곳으로 욕정을 밀어넣었다
즐거움 없는 향락 더럽고 음탕한 젊은이들과의
교류와 타락의 길에서 떠도는 사람들만이
서로를 찾고 만나는 기형적이고 불안한
뒤틀린 환상의 형식을 그는 도시의 밑바닥
변방에서 경험했던 것이다
때로는 공갈범들과 드잡이도 했던 온 도시가
다 알고 있는 그의 맨얼굴이었던 것이다
순수한 젊은이의 애정을 받아본 적 없이
환멸감과 체념한 상태에 파묻히게 되었을때
콜란트가 그의 삶 속으로 정열적으로 다가와
헌신하였던 것
교수가 참을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릴 때에는
집을 떠나 변방의 시궁창에서 욕망을 풀어내며
콜란트를 지켰던 것이리라
콜란트는 교수의 제안 아래 마지막으로
키스를 허락한다
교수는 본능으로, 콜란트는 연민으로
그리고 콜란트를 밀어내고 교수는 등을 돌려앉았다
마치 강압적으로 한 몸을 떼어내듯 밀쳐 낸 것이었다(p197)
그리고 그들은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그의 저술도 출판되지 않았다
마지막 콜란트의 독백으로 책은 끝난다
"소년으로 느꼈던 그때의 그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를 알기 전의 내 부모님과 그를 알고 난 후의
내 아내와 아이들,그 누구에 대해서도 그보다
더 미워하지도, 더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츠바이크는 상승과 하강의 삶을 모두 경험하고
1942년 2월 22일, 마지막 망명지인 브라질에서
부인과 동반 자살의 길을 택했다
그의 유서에 마지막 부분이다
'"바라건데 그대들은 이 긴 밤이 지나면 떠오를
아침 노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너무 성급한 이 사람은 여러분보다 먼저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