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진해 역)
제 47회 진해 군항제(2009.3.27 - 2009.4.5)
꽃이 없는 진해(鎭海)는 쓸쓸하다.
화사(華奢)한 벚꽃이 天地를 밝히고 간간히 부드럽고 예쁜 꽃눈(落花)이 내려주기를 기대했는데
꽃은 아직도 추위에 벌벌 떨며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축제를 위하여 무대도 꾸미고 팔도장터도 벌여놓았건만 꽃이 없는 축제장은 허전하고 서글프다.
따라서 내 마음도 허전하고 서글프다.
한기(寒氣)가 들고 뼈마디가 쑤시고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혹시 진통제 한 알로 뼈마디 쑤시는 것이라도 진정(鎭靜)되려나?
온 배낭을 다 뒤져보아도 흘려놓은 약 알 하나도 없다.
속이 든든하면 추위정도는 없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뜨끈뜨끈한 국물이 첨가된 요리를 하는 식당을 찾아본다.
어느 쪽으로 가야 그런 식당이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간판만보고 길에서 길을 따라 겨우 그런 식당을 찾아냈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나에게 문맹(文盲)을 깨우칠 수 있도록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켜준 부모님이 매우 감사하다.
내가 만약 글을 몰랐다면,
지나가는 사람하나 없는 낯선 大路에서 어느 집 문을 두드리고 물어보겠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나의 외모가 남들 축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작고 못났거나 크고 어바리같이 생겼다면,
금(金)도 없고 울도 없는 나를 얼마나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고 업신여겼겠는가?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는 주방에 쑥 들어가 ‘이 식당 메뉴가 뭐예요’ 라며 말을 시키면
대답이나 옳게 해 주겠는가?
병신같이 못난 년이 꼴값 떤다고 핀잔이나 주지 않으면 다행이지.
콩나물해장국 한 상(床)을 시켰다.
생각한데로 뜨끈뜨끈한 콩나물국을 한 뚝배기 담아준다.
반찬도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괜찮은 식단이다.
쌀밥
새우젓계란콩나물국
고등어구이
멸치볶음
어묵조림/땅콩조림/두부조림
콩나물/부추나물
배추김치/깍두기
뜨끈뜨끈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속이 시원하고 寒氣가 풀린다.
肉味를 좋아하는 유진이도 나의 흐뭇함에 같이 흡족해하며 나의 비위를 맞춘다.
밥을 먹기 위하여 줄을 서 있는 손님들의 틈을 빠져 나오며,
간발(間髮)의 차이로 줄을 서지 않고 편안하고 느긋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에
매우 행복해하며, 조금 전에 느꼈던 허전하고 서글픈 마음은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