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제 8코스] 월평·대평 올레 (구 4코스)
전형적인 바당 올레 코스. 용암과 바다가 만나 절경을 만들어 놓은 주상절리와 흐드러진 억새가 펼쳐내는 풍경이 일품인 열리 해안길을 지난다.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해녀들만 다니던 바윗길을 새로 연 해병대길을 지나는 맛도 일품이다. 종점인 대평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움과 편안함으로 가득한 작은 마을. 안덕계곡 끝자락에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드르)이라 하여 ‘난드르’라고 불리는 마을이다. 마을을 품고 있는 '군산'(신산오름)은 동해용왕아들이 스승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코스경로(총 17.6Km, 5시간~5시간 30분)
월평포구 -> 굿당 산책로(500m) -> 마늘밭(5.56Km) -> 대포포구 (8.66Km) -> 시에스 호텔(5.82Km) ->배릿내 오름 -> 돌고래쑈장(10Km) -중문해수욕장-하얏트호텔 산책로-존모살 해안-해병대길(13.8Km)-색달 하수종말처리장-열리 해안길-논짓물(15.3Km)-동난드르-말 소낭밭 삼거리-하예 해안가-대평 포구(17.6Km)
올레길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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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8코스 시작이다. ^^*
어제에 이어 길이 너무 아름다운 환상의 길이다. 잠시 남편과 나란히 걷는다. 집에 계신 어머니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그리고 우리 부부 건강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아름다운 경치가 말을 자른다.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사이 남편은 또 혼자 저 멀리 간다.
마치 열대림을 걷는 기분이다.
길 아래로 보이는 바닷물이 아름답기도 하다.
한 시가 가까워지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사작한다. 배낭 안에든 빵과 우유를 먹고 싶은데 남편은 저리 앞서서 걷기만한다. 배가 고프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름다운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끝없이 펼쳐진 마늘밭,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이 곳에서 앞서가던 남편을 큰 소리로 불러세웠다.그리고 장다리 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가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늙으니까 배 고픈 것도 참지 못하는 건지, 남편에게 떼를 쓰고 싶었는지 배고프다고 짜증을 냈다. 아침에 마트에서 산 빵과 우유, 그리고 길가에서 산 천혜향을 꺼내서 단숨에 먹어 치웠다. 남편이 그런 나를 바라보며 "좀 더 걷다가 식당 나오면 밥을 사 먹이려고 그랬지!"한다. 늘 짜증내고 나서야 남편의 생각을 알게되다니..나도 참 딱하다. 그래도 빵 한개와 우유를 먹고 커다란 천혜향 한 개를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나니 기운이 났다.
바닷길을 걷다 보면 저 노란 꽃들이 무수히 피어있다. 집에 돌아가면 야생화 도감을 찾아 보리라 했건만 찾아 보지 않았다. 하긴 꽃이름을 알아서 뭣하나, 나이 먹으니 금방 알던 것도 잊어 버리는데 새삼 꽃이름을 알아서 뭐하나 싶다. 그냥 보고 즐거우면 됐지...싶다.
용암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 놓은 주상절리의 아름다운 길이다.
저 동굴 안으로 길이 이어져 있다. 와~ 와~!!!계속 탄성을 지어내는 길이다.
해병대길 제주 올레 8코스 13.8km지점
이 길위에서 어떤 아가씨를 만났는데 나를 보더니 "혹시 안나 선생님 아니세요?"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너무 반가워했다. 나도 너무 반가웠다. 대전에서 왔다는데 예쁘장한 용모에 싹싹해서 좋았다. 이중섭 미술관에서 만난 남자 대학생도 내게 그렇게 물었었다. 제주 공항 선물코너에서 만난 아주머니도 나를 알아 봤다. 그저 그런 책을 냈는데 의외로 나를 알아 보는 이들이 꽤 있다. "어디 가서 나쁜짓도 못하겠네"했더니 나쁜짓은 나한테만 해!"하며 남편이 웃었다.
이 길에서 만난 아가씨와 길동무가 되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역코스로 걷는 이들이 꽤 있다. 저 아가씨도 스쳐 지나가다 보니 배낭에 꽂을 꽂은게 예뻐서 몰래 슬쩍 찍었다. 저 배낭에 행복도 가득 담아 가길 빌었다.
길가에 있는 집인데 해녀가 사는 집인듯하다. 제주도 해녀들이 점점 사라져 간다고 한다. 삼대째 해녀는 딸 낳아 해녀 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이세상 뜨는날. 내게도 꽃다운 젊은날이, 뜨겁게 사랑한 날들이, 다 줘도 아깝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다고 ...그래서 너무나 행복했던 봄날이 있었다고 말 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