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대한한약사회가 전국 2만3000개 약국에 '상생하자'는 취지의 서신을 발송했다.
한약사회는 8일 우체국 대량전송 시스템을 통해 서신을 발송했으며, 서류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14일부터 전국 약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서신은 A4용지 4페이지 분량으로, 면허범위에 대한 약사법 해석과 근거, 상생의 필요성과 방법 등이 담겼다. 2만3000개 약국 주소는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약사단체의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에 대한약사회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약사사회 내부에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약사사회 내에서 한약사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신을 발송한 배경이 무엇인지, 왜 현 시점에 서신이 발송됐는지, 대한약사회를 거치지 않고 왜 바로 약국으로 서신을 발송한 건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한약사회는 발송과 관련한 보도자료만 낼 뿐 서신 내용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자제를 요청했다. 한약사회가 약사회가 아닌 약국에 직접 서신을 발송하는 결정 역시 쉽지 않았으며, 서신의 목적이 '화합'과 '상생'에 있는 만큼 언론을 통해 먼저 내용이 알려지기 보다는 약국에서 편견없이 한약사들의 얘기를 들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대한한약사회 김광모 회장은 데일리팜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서신을 발송하게 된 배경과 한약사들이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서신 발송' 결정 배경은?
타 협회 회원들에게 서신을 발송한 게 모든 협회를 통틀어 처음있는 일일 것이다. 최근 1년 새 약사와 한약사 갈등이 심해졌다. 대한약사회와 실천하는약사회에서 한약사 관련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했고 우리 역시 작년 11월부터 매주 일간지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약사와 한약사 서로가 보고 있다. 서로 피해 보는 걸 알지만 더 강하게 공격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며 결국 이익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도 약사도 한약사도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갈등을 그대로 두면 더 커질 것 같다는 게 첫번째 배경이었다.
두번째는 왜 최근에 이런 갈등이 고조될까 하는 부분이었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약사의 한약제제 취급이 처음이 아님에도 갈등이 심해지는 요인은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다 보니 더 예민해 지는 것 같다. 6년제 이후 한해 배출 인원수가 500명 가까이 늘다 보니 구직난이 심해지고 개국 자리도 없어졌다. 약국에서도 처방으로 인한 시장은 포화됐고 건기식과 동물약도 상황이 좋지 않다. 약사들 입장에서도 미래 상황이 밝지 않은 것 같다.
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한약사들이 인원 수가 적다 보니 20년 넘게 당초 취지인 한방분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첩약급여시범사업 등이 진행됐지만 인원수나 영향력이 적다 보니 정부의 약속과는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부분들도 있다. 정부는 2~3년 뒤 본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치고 있지만 현재로서 미래는 밝지 않다. 한약제제 분업이 시행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약사와 한약사가 합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약제제 분업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게 안타깝다. 약사회 2만여명의 한약조제 약사들과 함께라면 합리적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의원은 이미 보험급여를 받고 있다. 그런데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한약제제는 약국에서 사용하는 복합엑스산제와는 달라 사용이 불편하고 한의사 조제료도 낮게 책정돼 있어 그간 활성화가 되지 않았었다. 최근에는 연조엑스나 정제로 나오고 있다. 갈근탕 정제도 보험용으로 나오고 있다. 조제료는 여전하지만 노익정액제 구간에서 한약제제 처방 수익 등이 늘면서 한의사들의 한약제제 사용 비율이 늘고 있다. 정부가 사업 추진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의원 보험체제만 더 발전하게 되고 약사들은 건기식과 동물약에 이어 한약제제 마저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
위기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싸워봐야 더 어려워진다. 방법을 고민한 결과 서신을 보내 한약사들의 입장을 약사님들께 알리고자 한 것이다. 우리 얘기를 한 번 들어봐 달라는 차원이다. 들어보시고 최선이 안되면 차선으로, 차선이 안되면 차악이라도 최악만은 피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보냈다. 하지만 물론 한약사 입장에서 기술돼 있다보니 약사님들이 어떤 생각을 하실지는 모르겠다. 이 상황에서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약사회와 별개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다.
-'서신 발송' 다음 계획은?
계획은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이고 최선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전국 약사회를 돌며 약사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 이게 최선이고 최대의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 한약사회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약사제도 통합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3년 전 전체 내부 설문을 실시한 바에 따르면 약사제도 통합에 대해 90%가 찬성입장을 보였다. 반면에 이원화에 대해서도 90%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특수한 상황이다. 한약사 직능을 살려 이원화 하거나 의약품을 두개로 쪼개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통합이나 일원화 쪽으로 찬성인 의견이 많다.
- 약사 통합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 있나?
방법론은 다양하다. 한조시 시험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한약사들도 당연히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교를 통한 과정 보다는 자체적으로 보수교육을 통해 교과목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편입의 경우 약사와 한약사를 다 통합할 수 있는 대학이나 대학원이 없다. 또 재학생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교과목을 이수하고 필수과목들에 대한 시험을 치러 '한약조제를 할 수 있는 약사, 양약조제를 할 수 있는 한약사' 자격을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의지가 있다면 가능한 방법들은 얼마든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서신을 받을 약국에 바라는 게 있다면?
처음 서신을 썼을 때는 내용이 매우 길었다. 줄이고 줄여서 4페이지를 만들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는 마음이다. 화합이 이뤄지길 바라는데 오히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까봐 우려된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 보도 역시 자제하게 된 것이다. 4페이지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 보니 특정한 부분을 강조해 싣게 될 경우 편지를 받아 볼 약사님들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게 될 거 같아 조심스러웠다. 약국에서 서신을 직접 읽고 판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