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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가 파리채로 병풍을 치며 정녀랑을 부르자 한 미인이 웃음을 머금고 병풍 뒤에서 나왔다 한림이 눈을 들어 보니 과연 정녀랑 이었다 한림은 황홀해 하며 사도 에게 물었다 "저 미인이 귀신 입니까 ? 귀신이면 어찌 대낮에 나옵니까 ? " 사도가 대답 했다
" 저 미인의 성은 가씨요 이름은 춘운 이다 한림이 빈방에 외로이 있어 춘운을 보내어 위로하기 위해 계획한 일이었다 " 이에 한림은 웃으며 이는 위로가 아니라 희롱 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림은 고향에 계신 대부인을 모시고 와서 혼례를 치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티베트 족이 변방에 처 들어와 하북을 나누었다 연나라, 위나라, 조나라로 나뉘게 되자 천자가 진노해 조정 대신을 불러 의논 했다 양 한림이 천자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 옛날 한 무제는 조서를 내려서 남월왕의 항복을 받아 냈으니 원컨대 폐하는 천자의 위엄을 보이십시오 " 천자는 즉시 한림 에게 명해 조서를 만들어 세 나라에 보냈다 조왕 과 위왕은 즉시 항복 하고 무명 천필을 올렸 왔지만 연왕은 땅이 멀고 군병이 강해 항복 하지 않았다 천자는 한림을 불러 말했다 " 선왕이 십만 군병 으로도 항복 받지 못한 나라를 한림의 짧은 글로써 항복을 받고 천자의 위엄을 만리 밖에 빛나게 했으니 어찌 장하지 않겠는가 ? " 천자는 한림 에게 비단 2,000 필과 말 50 필을 상 으로 내렸지만 한림은 사양하며 말했다 " 모두 현명한 임금님의 덕이오니 소신이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 연 왕이 항복 하지 않았으니 연국에 가서 연왕을 달래고 듣지 않으면 연 왕의 머리를 베어 오겠습니다 " 천자가 한림을 장하게 여겨 허락 하고 병부( 병권을 맡은 관리의 신표)를 주니 한림이 경건하게 절하고 나왔다 한림이 정 사도에게 하직 하고 가려는데 사도가 말했다 " 슬프다, 양량이 열여섯살 서생의 몸으로 만리 밖으로 가니 늙은이의 불행 이다 내 늙고 병들어 조정 의논에 참여 하지 못하나 상소해 다투고자 한다 " " 장인 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연 나라는 구멍에 든 개미 이니 심려 거두 십시오 " 한림이 화원에 들어가 행장을 차리고 떠나려 할적에 춘운이 눈물을 흘리며 소매를 잡았다 한림이 웃으며 말했다 " 대장부는 국사를 마주해 생사를 돌아보지 않으니 어찌 사사로운 감정을 생각할 시간이 있겠는가 ? 춘량은 부질 없이 슬퍼해 꽃 같은 얼굴을 상하게 하지 말고 내가 공을 이뤄 돌아올때 까지 소저를 편히 모셔라 " 하고 길을 떠났다 한림이 낙양 땅을 지날때 열여섯 소년으로 옥절( 옥 이나 대나무 쪽으로 만든 사신의 신표)을 가지고 병부를 차고 비단옷 으로 입으니 위의가 늠름했다 한림은 서동을 보내 계섬월을 찿았으나 이미 산중으로 들어간지 오래였다 한림은 크게 섭섭해 하며 여관에 들어가 촛불로 벗을 삼고 앉았다가 날이 새자 글을 지어 벽 위에 쓰고 갔다 연국에 도착한 한림이 연왕에게 천자의 위엄을 배푸니 연왕은 즉시 땅에 엎드려 항복하고 황금 일만냥과 명마 백 필을 올렸다 하지만 한림은 받지 않았다 한단 땅에 이르렀을때 한 나이 어린 서생이 혼자 한 마리 말을 타고 행차를 피해 길가에 섰는데 한림이 자세히 보니 풍체와 거동이 비범했다 한림은 소년을 불러 누군지 물었다 " 소생은 하북 사람 입니다 성은 젓씨요 이름은 생 이라고 합니다 " " 내 어진 선비를 얻지 못해 세상 일을 의논하지 못했는데 그대를 만나니 어찌 줄겁지 아니 하겠는가 ! ? " 한림은 적생을 데리고 산수를 구경하고 낙양 여관에 다다랐다 계삼월이 높은 누각 위에 올라 한림의 행차를 기다리다가 한림을 보자 절하고 읹았다 계섬월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첩이 상공과 이별한 후에 깊은 산중에 들어 갔다가 상공이 급제 하여 한림 벼슬을 한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리 지나실 줄은 모르고 산중에 있었습니다 이제 연 나라의 항복을 받아 꽃 장식한 덮개 가마를 앞세우고 돌아 오실때 천지 만물과 산천 초목이 다 환영 하오니 첩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 부인은 정 하셨습니까 ? " 한림이 대답했다 " 정 사도라는 여자와 혼사를 정했지만 예식은 치르지 못했다 " 날이 저물자 서동이 말했다 " 한림 께서 적생을 어진 선비라 하셨는데 지금 섬랑의 손을 잡고 희롱하고 계십니다 " 한림이 난간에 숨어 거동을 보니 과연 적생이 섬월의 손을 잡고 희롱 하고 있었다 한림이 나아가니 적생이 한림을 보고 놀라서 도망 갔다 섬월이 말 했다 " 첩이 적생의 누이와 형제의 정을 맺었는데 그 정이 동기 같습니다 적생을 만나니 반가워 안부를 물었는데 상공 께서 의심 하시니 첩의 죄가 백번 죽어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 " 한림이 말했다 " 내 어찌 섬랑을 의심 하겠는가 ? 어진 사람을 잃었으니 내 잘못이다 " 하고 섬월과 함께 잤는데 닭이 울어 날이 샜다 삼월이 먼저 일어나 촛불을 돋우고 단장 하는데 한림이 눈을 들어 보니 밝은 눈과 고운 태도가 삼월 이었으나 자세히 보면 또 아니었다 한림은 놀라며 물었다 " 그대는 누구 인가 ? " 미인이 대답 했다 " 첩은 본디 하북 사람 입니다 제 성명은 적격홍 으로 섬랑과 결의 형제한 사이인데 오늘밤 섬랑이 칭병(병이 있다고 핑게함)하며 저에게 상공을 모시라 하여 첩이 대신 모셨습니다 " 이때 삼월이 문을 열고 말했다 " 상공 께서 새 사람을 얻은것을 축하 합니다 첩이 일직이 하북의 적격홍을 상공께 천거 했었는데 어떠 십니까 ? "
한림이 말했다 " 듣던 말 보다 훨씬 낫구나 어제 적생의 누나가 있다 하더니 그러하냐 ? " 얼굴이 아주 똑 같구나 " 경홍이 말했다 " 첩은 본지 동생이 없습니다 첩이 적생 입니다 " " 홍랑은 어찌 남장을 하고 나를 속였느냐 ? " " 첩은 본디 연왕의 궁중 사람 입니다 재주와 얼굴이 남보다 못하나 대인군자를 섬기는것이 소원 이었습니다 지난번 연왕이 상공을 맞아 잔치 할때 벽 틈으로 상공의 기상을 잠깐 본 뒤로부터 정신이 혼미해 졌습니다 그래서 죽기를 각오하고 남지의 복장을 하고 연왕의 천리마를 훔처서 타고 상공을 따라 왔으니 엎드려 사죄 합니다 " 한림은 섬월을 시켜 격홍을 위로 했다 이날 한림이 떠나려 할적에 섬월과 격홍이 말했다 " 상공이 부인을 얻으시고 나중에 첩들이 모실날이 있으니 상공은 펀안히 행차 하십시오 " 이때 한림이 연왕에게 항복 받은 문서와 조공 받은 보화를 경성 으로 들여가자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모든 관리 들을 보내어 맞아 들였다 또 상을 내리고 예부 상서의 벼슬을 내렸다 한림이 은혜에 깊이 감사 드리고 물러나와 정 사도 집으로 가니 사도는 반가움을 이기지 못했다 한림은 화원에 나와 춘운 에게 소저의 안부를 묻고 귀한 정을 나누었다 어느날 한림은 한림원 난간에 붙은 글귀을 읊으며 달을 구경 하는데 갑자기 바람결에 퉁소 소리가 들렸다 한림이 하인을 불러 연유를 물으니 달이 밝고 바람이 순하게 불면 때때로 들린다 했다 한림이 백옥 퉁소를 내어 한 곡조를 불자 맑은 소리가 청천에 사무처 오색 구름이 사면에 일어나며 청학과 백학이 하늘에서 내려와 뜰에서 춤을 추었다 한편 황태후 에게는 두 아들과 딸이 하나 있었는데 맏 아들은 천자고 다른 아들은 월왕에 봉했고 딸은 난양 공주 였다 선녀가 명주를 가저와 공주의 팔에 걸자 공주가 태어나니 옥 같은 얼굴, 난초 같은 태도 민첩한 재주와 늠름한 풍체는 천상의 선녀 였다 서역국 에서 백옥 퉁소를 선물 했거늘 어떤 악공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공주가 꿈을 꿀때 선녀가 곡조를 가르첬다 공주가 깨어나 그 퉁소를 불어보니 소리가 청아하여 세상 에서 들어 보지 못한 소리였다 황제 와 태후가 사랑해 항상 닭 밝은 밤이면 불게 했는데 그때마다 청학이 내려와 춤을 추었다 이날밤 공주의 퉁소 소리에 춤추던 학이 한림원에 가서 춤을 추었다 후에 궁인이 이 말을 황제 에게 전하니 듣고 기특히 여겨 말했다
" 양 소유는 진정 난양의 배필 이다 " 하고 부마로 정하려 하니 태후가 크게 기뻐했다 난양의 이름은 소화 인데 퉁소에 그렇게 새겨저 있어서 소화 라는 이름을 붙인것 이다 천자의 명을 받고 입조한 상서(양소유)가 고금의 제왕을 역력히 의논하고 문장을 차례로 헤아리니 황제가 기뻐 하며 말했다 " 내 이태백을 보지 못해 한이었는데 경을 얻었으니 어찌 이태백을 부러워 하겠는가 ? 경이 궁녀들 에게 각각 글을 지어 주면 그 재주를 보고자 한다 " 상서가 취흥이 일어나 붓을 한번 휘두르니 구름과 바람이 일어나며 용과 뱀이 뒤트는것 같앗다 순식간에 궁녀 들에게 글을 지어주니 궁녀 들이 그 글을 황제에게 드렸다 황제는 그 글을 보고 가상히 여겨 궁녀 들에게 명해 어주(임금만 마시는 술)를 내리라 했다 궁녀들이 다투어 각각 술을 따르니 상서가 삼십 여잔을 마셨다 황제가 말했다 " 이 글 한구절의 값을 논하면 천금과 같다 옛날에 ' 모과(열매)를 던지거든 구슬로 보답 하라 ' 했으니 너희는 무엇으로 상서가 문장을 써준 대가를 치르겠느냐 ? " 모든 궁녀가 봉황을 세긴 금 비녀와 옥과 금 으로 된 노리개, 옥 가락지를 벗어 상서 앞에 내 놓으니 잠깐 동안에 산 같이 쌓였다 황제는 웃으며 상 으로 필묵과 벼루와 연적을 내렸다 상서는 황제의 은혜에 깊이 감사해 하고 일어나 화원의 춘운 에게 갔다 상서는 춘운 에게 종이, 필묵, 벼루, 연적과 봉황을 새긴 금비녀, 가락지, 금 노리개를 보여 주었다 다음날 상서가 일어나 세수를 하는데 문지기가 월왕이 오셨다고 급하게 전했다 상서는 월왕을 맞아 윗 자리를 내주었다 월왕이 말했다 " 과인은 황제의 명을 받고 왔소 난양 공주가 자랐지만 부마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차에 황제 께서 상서의 재덕을 사랑 하시어 공주와 혼인 하기를 원하십니다 " 상서는 너무 놀라며 말했ㄷ다
" 소신이 무슨 재덕이 있습니까 ? 황제 폐하가 이렇듯 은혜를 배푸시니 아뢀 말씀이 없지만 정 사도 여자와 혼인을 정해 납폐를 한지 삼년됬으니 원컨데 대왕은 저의 뜻을 황제께 아뢰어 주십시오 " 하자 월왕이 아쉬워 하며 돌아갔다 한편 천자가 상서의 글과 글씨를 잊지 못해 태감(내시)에게 명해 ' 즉시 다시 거두라 ' 했다 궁녀들이 그 글을 깊이 간직 했는데 한 궁녀는 상서의 글이 씌여진 부채를 들고 제 침실에 들어가 슬피 울었다 이 궁녀는 진채봉 으로 진어사의 딸이다 진 어사가 죽은 후에 궁의 노비가 되었는데 천자가 후궁으로 봉하려 했다 그런데 황후가 진채봉의 재덕을 보고 자기 권력을 휘두를까 염려 하여 말리자 천자가 난양 공주를 모시게 한것이다 하루는 진씨가 황태후를 모시고 봉래전에 갔다가 양 상서를 보게 되니 비록 상서는
진씨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진씨는 상서를 알아보고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했다 눈물을 머금고 남이 알까 두려워 부채만 들고 물러가 상서를 피해 글을 읊으니 흐르는 눈물이 일천 줄이었다 진씨가 옛일을 생각하며 상서의 글에 화답해 그 부채에 썼는데 갑자기 태감이 급히 들어와 양 상서의 글을 다 거둬 들이라 하신다 하자 크게 놀라며 화답 글을 부채에 썼다 고하고 죄를 지었으니 자결 하겠다고 했다 태감이 말했다 " 황상이 인후(어질고 덕이 두터움) 하시니 벌하지 않으실 것이오 내 힘써 구완할 테니 염려 말고 갑시다 " 진씨는 마지못해 태감을 따라갔다 태감이 모든 궁녀의 글을 차례로 드리자 황제는 글 마다 보다가 부채에 쓴 진씨의 글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태감이 말했다 " 진씨의 말을 들어보니 '황상이 다시 찿으실 줄을 모르고 외람되게 화답해 썼습니다 ' 하고 죽으려하기에 소신이 말린 다음 데려 왔습니다 " 황재는 진씨의 글을 다시 보았다
비단 부채 둥긋해 달 같으니 누각 위에서 부끄러워 하며 만나던 생각이 나는 구나 그대가 지척에 계셔도 나를 알아 보시지 못하니 잠시나마 자세히 보게나 할걸
황제가 보고 말했다 ' 어떤 사람을 보았기에 글이 이러한가 ? 그러나 재주가 아까우니 살려는 주겠다 " 하고 태감 에게 명해 진씨를 불러 그 사정을 묻자 진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황상 께서 하문 하시니 어찌 속이겠습니까 ? 첩의 집이 망하지 않았을때 양 상서가 과거를 보러 가다가 첩을 보고 '양류사 '로 서로 화답 하고 결친(서로 친분을 맺음)하기를 언약한 일이 있었습니다 상서가 봉래전에서 글을 지을때 첩은 상서를 알아 보았지만 상서는 첩을 알지 못해서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해 우연히 화답 했으니 첩의 죄는 백번 죽어 마땅 합니다 " ' 너는 ' 양류사 '를 기억 하겠느나 ? " 진씨가 즉시 '양류사'를 써서 주니 황상이 보고 말했다 " 너의 죄가 중 하나 네 재주가 기툭하니 용서 한다 돌아가 난양을 정성 으로 섬겨라 " 이날 황상이 황태후를 모시고 잔치를 하는데 월왕이 양 상서의 집에서 돌아와 정 사도의 집에 납폐한 일을 고하니 황태후가 크게 노했다 다음날 황상이 양 소유를 불러서 말했다 " 짐 에게 누이 동생이 있는데 경이 아니면 배필될 사람이 없어 청했다 그런데 경이 정 사도와의 집안일 때문에 사양한다 들었다 예부터 부마를 정하면 얻은 아내라도 소박 하거늘 상서는 정씨 가문 여자에게 행례(예를 치름)한 일이 없으니 무슨 해가 되겠는가 ? " 상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 소신은 먼 지방 사람으로 경성에 와 몸을 맡길 곳이 없어 정 사도의 은혜를 입어 묵을 곳을 정하고 납례를 해 장인과 사위의 의리를 맺고 부부의 뜻을 정했습니다 이제 까지 혼례를 이행치 못한것은 맡은 국사가 매우 바빠 모친을 모셔 오지 못했기 때문 입니다 이제 소신을 부마로 정하시면 여자는 죽을때 까지 수절할 것이니 어찌 나라의 정치에 해롭지 않겠습니까 ? " 황상이 듣고 태후 에게 말하니 태후가 크게 화를 내며 양 상서를 감옥에 가두라 명했다 조정 백관이 모두 다투어 간(옳지 못한일을 고치도록 말함)했지만 태후는 듣지 않았다 이때 토번이 중국을 앝보아 삼만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처들어 왔다 군사 들은 변경 지방에 있는 군과 현을 노략질 하고 선봉은 이미 위교에 이르렀다 황상이 조정대신을 불러 의논하니 모든 대신이 아뢰어 말했다 " 양 상서가 전일 에도 삼진을 정벌 했으니 지금도 양 상서가 아니면 당할 사람이 없을까 합니다 ? 황상은 태후 에게 말을 하고 허락해 달라 하였다 태후가 허락하자 즉시 사자를 보내 양 상서를 불러 물었다 " 도적을 막는 일이 급한데 경이 아니면 제어 하지 못할것 이니 어찌하면 좋은가 ? "
" 신이 비록 재주는 없으나 수천 군사로 도적을 파해 죽을 목슴을 구해 주신 은덕을 만분의 일 이라도 갚을까 합니다 " 황상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상서를 대사마 대원수로 봉하고 삼만 군사를 내주었다 상서가 바로 황상 에게 하직 하고 군사를 거느려 위교로 나가 좌현왕을 사로 잡으니 적의 기세가 크게 꺾여 도망 가거늘 쫗아가 삼전 삼승 하고 삼만 머리와 좋은말 팔천필을 얻었다 상서가 황상에게 승전을 고하니 황상은 크게 기뻐하며 칭찬 했다 상서가 군중에서 상소했다 " 도적을 비록 파 했으나 저들의 땅에 들어가 완전히 멸하고 돌아 오겠습니다 " 황상은 상서를 장하게 여겨 병부 상서 대원수 벼슬을 내리고 좋은 검과 도끼를 내리고 하북, 농서 지방의 말을 징발해 상서를 돕게 했다 상서가 수일 사이에 오십여 성을 항복 받고 적절산 아래에 군사를 머물게 했는데 갑자기 찬 바람이 일어나며 까치가 진 안으로 들어와 울고 가기에 점을 처보니 나뿐것이 일어난 후에 좋은 일이 일어날 괴였다 상서가 촛불을 밝히고 병서를 보는데 삼경쯤 되어 촛불이 까지며 냉기가 퍼저 낌짝 놀랐다 문득 한 여자가 공중에서 내려 오더니 팔 척의 비수를 들고 상서 앞으로 왔다 상서는 자객 인줄 알고 태연한 기색으로 물었다 " 그대는 어떤 사람 이기에 밤에 군중에 들어 왔는가 ? " " 저는 토번국 찬보의 명으로 상서의 머리를 베러 왔습니다 " 상서가 웃으며 말했다 " 대장부가 어찌 죽기를 두려워 하겠는가 ? " 상서의 안색이 변함 없자 검객은 칼을 땅에 던지고 염려 하지 말라고 했다 상서가 붙들어 일으키며 물었다 " 그대는 무슨 연유로 나를 해치지 않는가 ? " " 첩은 본디 양주 사람인데 이름은 심오연 입니다 일찌기 부모를 여의고 한 도사로 부터 검술을 배웠습니다 진해월, 김채홍과 함께 검술을 배운지 삼년만에 바람을 타고 번개를 쫓아 천리를 가게 되었습니다 스승이 혹 원수를 갚거나 사나운 사람을 죽이고자 하면 항상 해월과 채홍을 보내고 첩을 보내지 아니 하므로 연유를 물으니 스승이 말했습니다 ' 어찌 네 재주가 부족 하겠는가 ? 너는 인간 세상의 귀한 사람이다 대당국 양 상서의 배필이 될것 이니 어찌 사람을 살해 하겠는가 ? 그러면 검술을 배워 무엇 하느냐 ? " 라고 첩이 물었더니 " 양 상서를 백만 군중 에서 만나 연분을 맺을 것이다 또 토번이 천하 자객을 모아 들여 양 상서를 죽이려 하니 네 어서 나가 자객을 물리처 상서를 구원 하라 "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첩이 토번국에 와 모든 자객을 물리 치고 왔는데 어찌 상공을 해 하겠습니까 ? " 상서는 여인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 낭자가 죽어 가는 목슴을 구완 하고 또 몸을 허락하니 이 은혜를 어찌 갚겠는가 ? 낭자와 함께 백년 해로 하겠다 " 하고 옥장(옥 으로 장식한 장막)에 들어가니 달빛이 뜰에 가득하고 옥문관 밖에 봄빛이 향기 로웠다 이때 요연이 문득 하직을 청했다 상서가 말리자 요연이 말했다 " 상공의 용맹 이라면 패한 도적을 쉽게 칠수 있습니다 첩이 돌아가 스승을 모시고 있다가 상서 께서 회군 하신 후에 가서 모시겠습니다 반사곡에 가서 물이 없거든 샘을 파 군사들 에게 먹이고 돌아 가십시오 " 또 무슨 말을 묻고자 했으나 문득 하늘로 올라가 온데 간데가 없었다 상서가 군사를 거느리고 돌아오는 길에 좁은 곳에 이르니 군대가 지나가기 어려웠다 겨우 수백리를 기어나와 들에 군대를 머물게 하니 군사들이 목 말라 했다 마침 못의 물을 먹으니 일시에 몸이 푸르게 되고 말을 못하며 죽어 갔다 상서는 크게 놀라며 문득 요연이 전해준 반사곡 이라는 말을 생각하고 즉시 샘을 팠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상서가 염려해 진을 옮기고자 하는데 갑자기 북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며 산천이 다 응하니 이는 적병이 험한 길을 막아 습격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여러 장수와 군사가 배고품과 목마름이 심해 적병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 상서가 옥장 안에 앉아 묘책을 생각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에 푸른 옷을 입은 여동이 나타나 상서 에게 고했다 " 우리 낭자는 동정 용왕의 작은 따님 이신데 상서께 말씀을 아뢰고자 하니 상서는 잠시 행차 하시지요 " 상서가 여동을 따라 한참 들어가니 용궁의 위의가 찬란 했다 여동 여러 사람이 나와 상서를 맞아 백옥으로 꾸민 의자에 앉첬다 시녀 수십명이 한 낭자를 모시고 나오는데 아름다운 자태와 선명한 의복은 형언 하지 못할 정도 였다 용녀가 들어와 예를 갖춰 무릎을 꿇고 앉자 상서가 물었다 " 양 소유는 인간 천하의 사람이오 낭자는 용궁 선녀 인데 어이 이토록 과히 하십니까 ? "용녀가 일어나 재배 하고 말했다 ? 첩은 동정 용왕의 딸 입니다 부왕이 옥황상제께 조회(임금 에게 문안 드리고 정사를 아뢰는 일) 할때 장 진인을 만나 첩의 팔자를 물어보니 진인이 말 했습니다 ' 이 아기는 천상 선녀 인데 죄를 짓고 용왕의 딸이 되었다 그러나 인간 양 상서의 첩이 되어 백년 해로 하다가 다시 불가로 돌아가 극락 세계 에서 천만년을 지낼 것이다 '
부왕이 이 말을 듣고 첩을 각별히 사랑 하셨는데 뜻밖에 남해 용왕의 태자가 첩의 자색을 듣고 구혼 했습니다 우리 동정은 남해 소속 이라 부왕이 거역 하지 못해 몸소 가서 장 진인의 말을 전 하셨지만 남해왕이 요망하다 하고 구혼을 더욱 재촉 했습니다 첩은 이를 피해 백룡담 이라는 물에 와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물 빛과 맛을 변하게 해 사람과 물상을 통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제 귀하신 분이 오셨으니 첩이 의지 할곳을 얻었습니다 성서의 근심은 첩의 근심 이라 어찌 구완치 않겠습니까 ? 물맛을 다시 달게 할 것이니 군사가 먹으면 병이 나을것 입니다 " 이 말을 듣고 상서가 동침을 원하니 용녀가 말 헀다 " 첩의 몸을 이미 상서께 허락 하기로 했으나 부모께 고하지 아니 했으니 불가하고 또 남해 태자가 수만군을 거느리고 첩을 얻고자 하니 그 우환이 상서께 미칠것 입니다 또한 첩의 몸의 비늘을 벗지 못 했으니 귀인의 몸을 더럽힘이 불가 합니다 " " 낭자의 말씀이 아름 다우나 낭자의 부왕이 나를 기다리니 고하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고 몸에 비늘이 있으나 신선의 연분을 정했으면 관계치 않으며 내 백만 군병을 거느렸으니 남해의 태자를 어찌 두려워 하겠소 ? " 하고 용녀를 이끄니 그 줄거움은 인간 세상 보다 백배나 더했다 날이 새기도 전에 북 소리가 급히 들리거늘 용녀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 앉으니 궁녀가 들어와 급히 고했다 " 지금 남해 태자가 무수한 군병을 거느리고 와 산 산 아래에 진을 치고 양 상서와 사생결단을 다투고자 한다고 말 합니다 " 상서가 크게 웃으며 일어나 보니 남해 군병이 백룡담을 여러 겹으로 에워 싸고 있었고 함성 소리는 천지에 진동했다 남해 태자가 외첬다 " 네 어떤놈 이기에 남의 혼사를 방해 하느냐 ? 너와 사샹결단을 하겠다 " 하자 상서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 동정 용녀와 내가 부부의 인연이 있는것은 하늘과 귀신도 다 아는 일인데 너 같은 놈이 감히 천명을 거스르느냐 ? " 하고 깃발로 지휘해 백만 군병을 몰아 싸우자 천만 수족이 다 패했다 별참군 별주부와 잉어 제독을 한칼에 베고 남해 태자를 사로 잡아 죄를 묻고 놓아 주었다 용녀가 음식을 장만해 축하하고 천석 술과 천필 소로 군사를 먹였다 양 원수가 용녀와 함께 앉았는데 한참 후에 동남쪽 에서 붉은 옷을 입은 사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원수 에게 고해 말했다 " 동정 용왕이 상사의 공덕을 치하 하고자 했지만 맡은 일이 있어 떠나지 못해 지금 응벽전 에서 잔치를 벌려 상서를 청 하십니다 " 상서가 용녀와 함께 수레에 오르니 바람이 수레를 몰아 하늘로 날아가 동정호 용궁에 이르렀다 용왕은 상서를 맞아 장인과 사위의 예를 갖추며 잔을 잡고 상서 에게 사례했다 " 과인이 덕이 없어 딸 하나를 두고 곤런한 일이 많았는데 양 원수의 위엄과 덕망으로 근심을 없애니 어찌 줄겁지 않갰소 ? " " 모두 대왕의 신령함 때문 인데 무슨 사례를 하십니까 ? " 상서는 술에 취해 하직을 고하며 말했다
" 궁중에 일이 많으니 오래 머물지 못 하겠습니다 바라건데 낭자와 훗날 가약을 잊지 마십시오 " 하고 용왕과 함께 궁문 밖으로 나왔다 이때 문득 한 산을 보니 다섯 봉우리가 구름 속에 높이 있는데 붉은 안개가 사변에 둘러 있었다 상서가 용왕 에게 물었다 " 저 산은 무슨 산 입니까 ? " " 남악산 이라 하는데 산천이 아름답고 경계가 거룩 합니다 " " 어떻게 해야 저산에 올라 구경 할수 있겠습니까 ? ' 하고 상서가 수레를 타니 벌써 연화봉에 이르렀다 죽장을 짚고 천봉만학(수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을 차례대로 구경 하며 전쟁을 한탄했다 이때 갑자기 종 소리가 들려 그곳으로 올라가니 절이 보였는데 법당이 아주 맑고 깨끗하고 중은 더 신선 같았다 눈섭이 긴 한 노승은 골격이 푸르고 정신이 맑아 보였으나 그 나이를 헤아려 보기는 어려웠다 노승은 모든 제자를 거느리고 상서 에게 예를 표했다 " 깊은 산중에 있는 중이 귀 먹어 대원수의 행차를 알지 못해 산문 밖에 나가 대령치 못했습니다 청컨데 상공은 허물 하지 마십시오 또 이번은 대원수가 아주 오신 길이 아니니 어서 법당에 올라 예불 하고 가십시오 " 상서는 즉시 불전 으로 가 향을 피우고 두번 절 하고 계단을 내려 왔다 이때 발을 헛 디디는 바람에 잠에서 깨니 몸이 옥장(옥으로 장식한 장막) 속에 앉아 있었다 상서가 장수들 에게 꿈속 일을 말한 다음 함께 물가로 가보니 부서진 비늘이 땅에 깔려 있고 피가 흘러 물 색갈이 붉었다 상서가 물을 맛보니 과연 달거늘 군사와 말에게 먹이니 병에 즉시 효험이 있었다 적병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즉시 항복했다 상서가 전령을 시켜 승전한 첩서( 싸움 에서 승리한 것을 보고하는 글)를 올리자 천자가 크게 기뻐했다 하루는 천자가 황태후에게 아뢰었다 양 상서의 공은 만고에 의뜸이니 돌아온 후에 승상 으로 봉할 생각 입니다 기왕이면 난양과의 혼사 문제 또한 양 상서가 마음을 바꾸어 허락 하면 좋겠습니다만 만일 고집 하면 공신을 주지 못할 것이요 혼인을 우격 다짐 으로 하지 못할것이니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 " " 양 상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니 정 사도의 여자를 다른 이와 혼인 하게 하면 어떠한가 ? " 황상이 대답 하지 않고 나가니 난양 공주가 이 말을 듣고 태후에게 들어 갔다 태후가 말 했다 " 양 상서는 풍체와 문장이 세상 에서 의뜸 일뿐 아니라 퉁소 한 곡조로 네 연분을 정했으니 어찌 이사람을 버리고 다른 데서 구하겠는냐 ? 양 상서가 돌아오면 먼저 네 혼사를 치르고 정 사도의 여자를 첩 으로 삼게 하면 양 상서가 사양할 바가 없을 턴데 네 뜻을 알지 못해 염려 스럽구나 ? " 공주가 대답했다 " 양 상서가 처음에 납폐 했다가 다시 첩을 삼으면 예가 아니옵니다 또 정 사도는 여러 대에 걸친 재상의 집인데 어찌 남의 첩이 되게 하겠습니까 ? 양 상서가 성공 하고 돌아오면 후왕 으로 봉할 것이니 두 부인을 취함이 마땅치 않겠습니까 ? " 제가 직접 정 소저의 사람됨을 시험해 볼까 합니다 " 한편 혼사를 파할 위기에 놓인 정 소저는 부모를 위해 태연한척 했지만 모습은 초췌 하였다 하루는 한 여동이 비단 족자를 팔러 왔는데 이를 춘옥이 보니 꽃밭 속에 공작이 수놓아 있었다 춘운이 족자를 가지고 들어가 소저 에게 보이며 말했다 " 이 족자는 어떠 합니까 ? " 소저는 족자를 보고 놀라 춘운 으로 하여금 출처를 묻게 했다 " 우리 소저의 재주 인데 우리 소저가 객중에 계서 급히 쓸 곳이 있어 팔러 왔으니 값의 많고 적음은 상관 없습니다 우리 소저는 이 통판(조정 신하가 군에 나아가 정치를 감독하는 직을 가진 사람)의 누이 입니다 이 통판이 절동 땅에 벼슬 하러 갈때 부인과 소저를 모시고 갔는데 소저가 병이 들어 가지 못하니 연지촌 사삼낭 집에 처소를 정하고 계십니다 " 정 소저는 많은 값을 주고 족자를 사서 중당에 걸어두고 족자의 임자를 보고자 했다 시비가 사삼낭 댁 르로 가 임자를 보고 돌아와 말했다 " 세상에 우리 소저 같은 사람은 없었는데 이 소저는 우리 소저와 버금 가게 매우 훌륭 하셨습니다 " 하루는 사삼낭이 부인과 정 소저 에게 와서 이 통판댁 낭자가 소저를 한번 뵙기를 청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이 소저가 시비와 함께 왔다 정 소저가 나와 이 소저를 맞아 침실로 들어가 서로 마주 앉으니 월궁의 선녀를 만난듯 그 광채가 비할데 없었다 정 소저가 말했다 " 저는 팔자가 기박하여 가 뵈옵지 못했는데 이런 누추한 곳에 오시니 매우 감사 합니다 " 이 소저가 말했다 " 저는 본디 초야에 묻힌 사람 입니다 부친을 일찍 여의고 모친을 의지해 배운 일이 없습니다 마침 소저의 아름더운 행실을 듣고 한번 모시어 배움을 청하고자 했는데 저의 더러운 몸을 무시하지 않으시니 평소의 소원을 푼듯 합니다 또 듣자 하니 댁에 춘운이 있다 하오니 만나 볼수 있겠습니까 ? " 이때 춘운이 들어오자 이 소저가 감탄 하며 " 듣던 말과 같구나 정 소저가 저러하고 춘운이 또 저러하니 양 상서가 어찌 부마를 구하겠는가 ? " 라고 생각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