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 두물머리에서 찍은 사진으로...
밤낮의 기온차가 심하면 강에는 물안개가 자욱 일어난다.
이 맘때쯤에는 항상 짙은 안개가 끼니
미리 예상은 하고 갔었지만 특히 내가 좋아하는 멋진 아침이었다.
새벽에 갔었다는 걸 증명하고
양수리 다리를 건너니 날이 밝아온다.
달리는 차안에서 이런 사진을 찍으면 조금 위험하지만
가슴 앞에 카메라를 붙이고 무조건 셔트를 누르면 된다.
백로 한녀석이 배가 고팟는지 새벽부터 먹이를 찾고
양평가는 큰 다리밑에도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 오른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고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니 몹시 추운 날씨였다.
옷도 얇게 입고 가서 사시나무 떨듯하며 다녔다.
모두들 최대 5일동안의 연휴라고
멀리 여행을 갔는지 시내가 조용하다 못해 정적이 감도는 요즘이다.
안개가 짙으니 뒤에 있는 산은 사라지고
망망대해 가운데 섬이 뜨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두물머리의 상징인 작은 섬의 숲에는
오늘도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와 쉬고 있다.
처음 이 작은 숲을 보았을때는
나무에 푸르름이 가득했었고 잎이 울창했으나
새들의 독한 분변으로 인하여 죽었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안개와 작은 섬만 있어도 그만인데
갑자기 섬 주변에 어부가 보이니 풍경이 더욱 좋아졌다.
저 어부는 지금 무아의 경지에 빠져서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고 어떤 물고기가 걸렸는지만
몰두하고 있을 게고 큰 물고기가 잡혔다면 기쁠 것이고
거물이 비었다면 작은 실망을 하며 내일을 기약하고 있을 게다.
짙은 안개가 물러갔다가 다시 몰려오기를 반복하니
강속에서 고기를 낚는 어부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해남의 보길도에서 본
윤선도의 시조인 어부사시사를 낭송하는 소리만 떠 오른다.
한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에
낭랑한 선비의 목소리로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라는
후렴만 생각이 나고 뭔 뜻인가 몹시 궁금했더니...
노젓는 소리를 한문으로 표기한 것이라 한다.
벼슬에의 꿈이나 모든 오욕을 버리고
오로지 자연을 벗삼아 한가롭게 후학을 기르며
사계절을 노래한 시조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지
학창시절에 공부한 내용이 뭔 시조인지 까맣게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다시 그 내용 번역한 것을 적어보고....
봄...
우는 것이 뻐꾹샌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집이 안개속에 들락날락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맑고 깊은 연못에 온갖 고기 뛰어 논다.
여름...
연잎에 밥을 싸고 반찬이랑 장만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삿갓은 썻다마는 도롱이는 가지고 오느냐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무심한 갈매는 나를 쫒는가 저를 쫒는가.
가을...
물위의 맑은 일이 어부생이 아니던가.
배 뛰워라 배 뛰워라
어옹을 비웃지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사청흥치 한가지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
겨울...
간밤에 눈 갠 후에 강물이 다르구나
배 저어라 배저어라
앞에는 유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선계인가 불계인가 인간계가 아니로다.
이 시대에는 사람들이 모두 순진무구하여
선비를 스승으로 모시며 극진히 대접했었으나
요즘에는 모두가 영악하고 이기적이 되어 스승이 없어지고 말았다.
물질만능이 남을 얕보게 만들며
이것이 모두 자업자득이라며 한탄하는 양심적인 선생님도 계셨다.
신속하게 전달되는 정보라는 것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은 게 선생님도 사람이며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만천하에 알리는 건 자제하고
모르게 구속만 시키는 게 사회를 보다 더 정화하는 게 아닐까 한다.
어부가 아침 나절에 고기잡이 거물을
모두 걷고 집으로 돌아갈려고 나오는 줄알았더니
예전에 나를 이 배에 태우고 강안 쪽으로 들어간 적이 있는
지인분이 다른 사진사 분을 태우고 강안쪽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진짜 어부인줄 알고 온갖 상념에
사로잡혀 낭만적으로 생각하며 흥분했었고
어떤 고기가 잡혔는지 궁금했는데 배에 물고기는 없고 선웃음만 나온다.
많은 진사분들이 몰려와 모두 같은 장면을 열심히 담고 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두 꼭 같은
사진을 찍어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찍으나마나한 찍사이긴 하지만....ㅋㅋㅋ
내가 있던 장소가 젤로 좋은데
안개가 걷힐 무렵이 되니 많은 사람들이
내쪽으로 몰려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른 아침에 출근을 하려는데
순진무구하기 이를때 없는 짱뚱어 아줌마 가로되...
"내 친구 누구 알지?
글쎄 그집 사위가 사채놀이를 하는데
그렇게 돈을 잘 벌고 잘 산데 사채놀이가 그렇게 좋은거야?"
"안 봐도 뻔한거야.
최고로 가난하여 화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급전을 빌려주고 회칼을 들고 사람 생명을 위협하며
고율을 이자를 뺏어가는 인간쓰레기들이 사채놀이 업자야.
다음부터는 그런 사람들하고 얼굴도 보지말고 상대도 하지 마세요."
"설마 그럴 리가??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거야.
장모한테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
내 말은 뭐든지 틀렸다하니 할 말이 없다.
안 봐도 뻔한거야.
증권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진짜 좋은 상품이 나왔다며 침을 튀기며
연리 30%가 넘는 이자를 지급한다며 열변을 토한다.
자기 회사에 통장을 개설하고 한 일억만 넣어 놓으란다.
진짜 그런 게 있다면 과부땡 빚을 내서라도
자기 혼자 다해먹지 나한테까지 돌아올 리가 없지.
그의 말을 믿고 그곳에 투자했다가
전재산 2억을 날렸다며 울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나는 돈이 없어서 당하지 않았으니 이도 참 다행이다.
안 봐도 뻔한거야.
이제 팔랑팔랑 뛰어 다니며
한창 말을 배우는 귀여운 친구의 손자 녀석이
방바닥에 음료수를 가득 쏟아놓고 닦아내지는 않고
손으로 방바닥으로 치고 있어서 누가 그랬어요 하고 물었다.
기지도 못하는 젖먹이 동생을 가리키며
동생이 그랬다고 거짓말로 둘러대는 품새가 귀엽다.
말을 제대로 못해도 선악도 알고
제 살아갈 방도는 이미 터득을 했나보다.
안 봐도 뻔한거야.
밤에 야간 경계를 서러 종로에 나왔다는
둘째 놀부에게 전화가 와서 아부지 사랑합니다라고 외친다.
"반갑다. 그런데 어찌 아부지를 다 찾냐?
야 임마!!! 아부진 너 사랑하지 않아. 또 뭐가 필요하지?."
"안 봐도 다 알아요. 반갑다고 했잖아요. 사랑해요 아부지."
오랫만에 전화해서 아부지를 찾아
순간 반가웠지만 다음에 얼마를 뜯겨야할지 겁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