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 ☘️.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 🍵. ☕️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로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로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 💕. 💗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 🌟
참으로 감성적이고, 어찌 보면 낭만적인, 아니 로맨틱한 시입니다.
마치 카페에 앉아 문에 달린 종이 울리기를, 문이 열리고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랑하는 이가 들어서길 기다리는,
그런 누군가가 연상됩니다.
이렇듯 이 시는 연애시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도 연애시인 거 맞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시는 1980년대의 시입니다. 현대시죠. 우리 수능 칠 때, 혹은 전국연합학년평가모의고사 등에 문제로 나오는.
그저 그런 연애시를 문제에 싣겠어요?
️. ️. ️
시의 함의는 더 간절한 기다림입니다.
이 시에서 기다림의 대상은 자유, 평화와 같은 가치들이죠.
결국 화자는 그런 가치들, 평화나 자유 등이 올 것을 믿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갑니다.
네가 너무 늦으니, 먼 데서 오고 있으니, 그렇게 멀리서 오는 너, 자유와 평화를
마중하러 가기 위해서.
🌸. 🌸. 🌸
솔직히 해석은 이렇다는 거고요.
저는 이 시를 접했을 때 단순하게 이렇게 생각했다죠.
- 와, 낭만적인 연애시~!
문제풀이용 해석도 좋지만,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한 함의 찾기도 물론 의미 있습니다만,
가끔은 그저 택스트 그대로, 문자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사랑과 기다림을 노래한 시라고 해도, 괜찮을 만큼
이 시의 문장들, 시어들은 아주 예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