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접경지대인 여주시는 보수적 색채가 뚜렷하다. 특히 전체인구 가운데 60대 이상 유권자가 20%에 이를 정도로 노심(老心)이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독특한 선거구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김춘석 현 시장까지 여당후보가 내리 당선된 야당 ‘무풍지대(無風地帶)’다. 여당 텃밭이지만 요즘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 승격 이후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불만이 팽배하다. 여주시보다 한참 뒤졌다고 평가받아 온 양평군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상대적 박탈감이 지역정서 저변에 깔려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춘석(64) 현 시장, 원경희(58) 조은세무법인 대표, 이병길(58) 전 국회사무차장, 정숙영(62) 전 구리부시장, 이충우(53) 전 누리플랜 대표, 이준규(55) 전 경향신문 기자, 최명수(62) 상지대 교수가 서로 공천을 장담하고 있다.
중앙정부 공직 경력이 화려한 김춘석 현 시장은 스펙 면에서는 도지사 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시 승격을 이뤄내 지역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점, 두터운 중앙정부 인맥을 활용해 예산 확보에 크게 기여한 점, 민원업무 혁신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불통논란과 함께 재임 시
크게 내세울 만한 업적을 남긴 게 없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원경희 조은세무법인 대표는 지난 10년 이상 지역의 현안을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온 ‘준비된 후보’ ‘공부하는 후보’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김춘석 현 시장과 용호상박의 경쟁을 펼친 만큼 이번엔 자신이 필승카드라며 본선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4년 전 한나라당 공천탈락에 반발해 친박 성향의 미래연합으로 출마한 것에 대한 일부 비판여론도 상존한다.
타 후보에 비해 다소 늦게 뛰어든 이병길 전 국회사무차장은 국회·행정부에 쌓아놓은 폭넓은 인적네트워크가 장점. 이를 활용해 사람과 기업, 돈이 모이는 여주를 만들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히고 있다. 국회 사무차장 재직 시 아랫사람을 꼼꼼히 챙겨 따르는 후배 공직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선거사무실에 ‘센 놈이 왔습니다’란 슬로건을 내걸어 ‘겸손치 못한 표현’ ‘그럼 센 자리로 가지’란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홍일점 후보인 정숙영 전 구리부시장은 인구 10만명 안팎의 작은 도시에서는 여성시장이 시정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면사무소 말단 공무원부터 시작해 경기도청 여성가족국장까지 역임한 입지전적 이력은 귀감이 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으로부터 ‘자랑스러운 간부공무원’ ‘닮고 싶은 멘토’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산적한 여주시의 현안을 속 시원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이충우 전 누리플랜 대표는 진정한 시민의 머슴이 되겠다며 밑바닥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남한강 대박’을 모토로 선정한 50개 과제를 실천하면 인구 30만명의 자족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여주토박이인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연일 지역 곳곳을 강행군하며 강철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건설관련 공직경력에 이어 사업가 출신이란 점 때문에 이런저런 무근지설이 나돌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
이준규 쿠엘파밀리에 대표는 발로 뛰는 현장행정을 유난히 강조한다. 공무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행정에 기업마인드를 도입하는 등 공직풍토를 확 뜯어고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쌓은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는 여주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소극적인 선거운동 때문에 벌써부터 차차기를 내다보고 애드벌룬을 띄운 것 아니냐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여주 만족시대’를 기치로 내건 최명수 상지대 교수는 과거만 답습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여주시정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9년부터 여주지역 청소년 글로벌리더십 아카데미를 이끌어 오는 등 나름대로 스킨십을 강화해 왔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특정분야(체육학과 교수) 전문가란 이미지가 너무 강해 ‘종합예술’인 행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는 의문.
대우피아노 노조위원장 출신인 민주당 장학진(60) 의원은 5·6대 여주군의원으로 활동하며 소외된 이웃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고 자부한다. 시 집행부를 향해 쓴 소리를 자주 해 지역에서는 ‘야성(野性)의 대명사’로 각인돼 있다. 당선되면 시청 문턱을 낮춰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역설한다. 걸걸한 성격에 불도저 같은 이미지가 강해 소신파 의원이란 평. 하지만 보수적인 지역에서 투사형 이미지가 너무 강해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이 외에도 김봉익(64·새) 여주미래연구소장, 이희웅(64·민) 전 고양부시장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중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과연 여주시장 선거는 새누리당·민주당 후보가 1대1로 맞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지, 아니면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가 가세하는 3자 대결구도를 형성해 선거판을 예측불허의 명승부로 끌고 갈지, 관심 있게 지켜 볼 대목이다.
/여주=심규정기자 shim6695@<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