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리 역사의 현장서 가을을 기다리다

[노고단]

제암리 역사의 현장서 가을을 기다리다

1년 52주 당일치기 여행 - 경기 화성

추석이 일러서인지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한 8월 말이다. 역사 탐방을 통해 여름 열기 속에 들떴던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해보자. 오는 길, 물놀이공원에서 더위에 지친 몸도 쉬려면 경기도 화성이 딱 좋다.

■ 제암리 교회에서 역사를 되새기다

1919년 4월 15일, 3·1운동이 한달 반 남짓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을 때 경기도 화성의 작은 마을 제암리에서 사건이 터졌다. 인근 발안 장터에서 3·1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난 지 일주일가량 지난 시점, 아리타 도시오(有田俊夫) 일본 육군 중위가 이끄는 일본군이 마을에 들이닥쳐 마을 주민들을 제암리 교회에 몰아넣고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캐나다인 선교사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Schofield)가 현장을 발견하고 전 세계에 알리지 않았다면 묻혔을 학살 사건이었다. 이곳은 1982년 사적 제299호로 지정되었다.

1970년 일본 기독교인과 사회단체들이 사죄의 의미로 보내온 성금을 바탕으로 새 교회가 들어섰고 1982년 대대적인 유해 발굴 작업을 거쳐 순국 묘지가 조성됐다. 지금은 비극의 현장임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말끔하게 잘 정리돼 있다. 제암리 교회는 현재 매주 예배를 드리는, 일반 교회로 사용된다. 교회 아래 3·1운동 순국기념관이 있어 전시관과 시청각 교육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야외에는 희생당한 23인의 순국 묘지를 조성해 놓았다. 당시 사건을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기념관과 묘지를 둘러보다 보면 오래 전 희생에 고개가 숙여진다. 기념관 개장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 이집트풍 테마 파크에서 늦여름 물놀이

"'해피'가 아니고 '하피'?"

하피랜드에 들어서며 명칭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다. 입구에서부터 나타나는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과 람세스상을 본 다음, 이집트 나일강 물의 여신 '하피나일'의 이름을 딴 명칭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문가들이 만든 실물과 비슷한 모습의 이집트 관련 조형물과 그림이 가득하다. 수영장, 분수대가 있는 바데 풀, 스파 시설, 이집트 조각과 그림을 감상하며 즐기는 노천탕 등 다양한 놀거리를 갖췄다. 호텔이나 콘도가 없는 대신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을 설치했다. 찜질방 내 극장 같은 객석 시설을 갖춘 DVD방이 인상적이다.

야외에는 부근 허브아일랜드에서 들어와 운영하는 허브식물공원이 있다. 참숯가마 찜질방에서 문 열고 건너다보며 구경해도 되지만, 아예 하피랜드를 나와 한 바퀴 둘러보거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면 더욱 좋다. 기념으로 허브 화분 하나씩 사 가는 사람들도 많다. 천천히 둘러보면 30분 정도 걸린다. 워터파크 대인 3만원, 소인 2만5000원(찜질방 요금 포함), 주중 오전 10시~오후 6시, 주말·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 찜질방은 24시간 운영.

화성에 갔다면 들렀다 오세요

■ 화성 카트빌

2000년 12월에 생긴 카트(cart) 전용 경기장. 트랙 길이가 700m, 폭이 8m에 달하는데 이리저리 휘어지며 속도와 스릴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땅에 바짝 붙어 달리는 미니 스포츠카 카트를 타고 속도감을 느끼며 한 바퀴 돌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초등학생 이상 탈 수 있다. '카트 레이싱'을 배울 수 있는 '카트 레이싱 교실'은 수시 접수가 가능하지만 예약하고 가는 게 좋다. 10분 이용료 2만원.

■ 점심은 여기서

하피랜드 찜질방 안에 있는 식당은 메뉴 종류가 다양하고 식단이 깔끔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난히 즐기기 좋다. 제육뚝배기 5000원, 돈가스 7000원, 회덮밥 5000원. 찜질방 밖에는 노천에서 바비큐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숯불고기 식당도 있다. 숯가마 찜질로 땀을 낸 다음 바비큐와 맥주 한 잔으로 여름과 작별을 고한다. 허브 삼겹살 숯불 구이 1인분 1만원. 화성시 남양동의 옛날남양불낙지(031-356-8950)는 지나치게 맵지 않은 담백한 맛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인기다. 불낙지 1인분 1만6000원.

경기 화성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으로:지하철 4호선 사당역 4번 출구로 나가 발안·조암행 시외버스(약 20분 간격 운행)를 이용, 발안을 지나 '제암리'에서 내려 도보로 5분 정도 가면 제암리 교회. 같은 버스로 '발안 바다마트' 앞에서 내린 후 그 자리에서 11번 버스를 타면 5분 만에 하피랜드 바로 앞에 선다. 하피랜드만 간다면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1호선 수원역 매시 정각(오전 10시~오후 6시, 오후 1시 제외)에 셔틀버스가 출발한다. 화성 카트빌까지는 하피랜드 앞에서 11번 버스를 타고 '발안'으로 간 다음, 발안에서 봉담행 32, 33번 버스 이용. '가재리 버스 정류장'(덕우공단 입구)에서 내려 길을 건넌 후 걸어서 300m 정도 가면 나온다.

자가용으로: 제암리교회는 서해안고속도로 발안 나들목으로 나오자마자 삼거리에서 좌회전, 200m 직진 후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한 다음 500m 정도 간다. 하피랜드는 제암리교회 입구 삼거리에서 발안 방향으로 직진 후 사거리에서 좌회전, 39번 국도를 따라 안산· 의왕 방향으로 가다가 318번 지방도로 '화성시청'방향으로 나온다.(서해안고속도로 비봉 나들목에서 나와 313번 지방도로 매송 방향→39번 국도 팔탄발안 방향→팔탄 교차로→318번 '화성시청' 방향. 화성 카트빌은 하피랜드를 나와 팔탄교차로에서 직진→가재교차로에서 좌회전→약 1㎞ 진행 후 좌측 덕우공단 입구로 좌회전(가재리 버스정류장 건너편) 덕우공단으로 가다가 오른쪽.

제암리 기념관 (031)369 -1663, www.jeam.go.kr 하피랜드 화성시 팔탄면 율암리, 1577-5752, www.hapyspaland.com 화성 카트빌 (031)227-7020, www.kartvil.com 화성시청 문화홍보과 (031)369-2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