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니까 좋은거야 저자기무라 유이치출판계수나무발매2018.12.25.
사노 요코의 책 <태어난 아이>를 의미 있게 읽고
그녀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봤다.
검색을 하다가 황진희씨가 번역한
<너니까 좋은 거야>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한 첫 인상은
책값이 비싸다는 것이었고,
책 제목이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그게 너라면......
지금 그대로의 네가 좋아.
그게 너니까”
도대체 어떤 모습을 좋아한다는 뜻일까?
여기서 반전이 나타난다.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아침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눈이 퉁퉁 부어도,
맨 얼굴에 구겨진 옷을 입어도,
구멍난 양말에 더러운 신발을 신어도,
멋진 엑세서리로 꾸미지 않아도,
덤벙거려도,
불안해 보여도,
한자를 쓸 줄 몰라도,
뚱뚱해도,
남들이 못 생겼다고 말해도,
할머니가 되어도,
고집쟁이가 되어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내 스타일에 있지 않았다.
그 사람 자체에 있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반적인 항목과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상대방을 있는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 과정에서 이중 삼중 충돌 사고가 발생한다.
“너니까 좋은 거야”라는 말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기준을 내밀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이 정도 수준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려면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나는 2007년도에 결혼을 했다.
결혼 서약서에는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지 않겠다”는
다짐이 들어 있었다.
감사하게도 아내는, 내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노력 중이다.
나는 14년 동안 아내와 함께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내의 부스스한 모습은 여전히 귀엽다.
한 번도 그 모습이 추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결혼을 하면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을 자주 먹을 줄 알았는데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 했다.
그것은 평생에 걸쳐 몸에 베인 것이었다.
나는 그런 아내를 위해 14년 동안 아침상을 차리고 있다.
새벽 묵상과 기도를 마치면
아내를 깨우고 아침을 준비한다.
물론 저녁은 아내가 책임진다.
쉬는 날도 아내가 끼니를 챙겨준다.
아내는 요리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내가 먹고 싶다고 말하면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요리를 해준다.
그런데 정리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정리는 내가 한다.
설거지, 청소, 물건 정리 등은 주로 내 역할이다.
그런데 <신박한 정리>를 함께 본 후로
아내가 달라졌다.
옷 정리, 냉장고 정리,
창고 정리의 달인이 되어 버렸다.
한번 하면 나보다 더 잘 하는 것 같다.
사람은 강요로 변화되지 않는 다는 말이 맞았다.
아내는 일상의 작은 선택을 어려워한다.
예를 들면 아내는 장 볼 때 물건 고르는 것,
외식할 때 메뉴 선택하는 것,
집에서 저녁 메뉴를 고를 때 어려워한다.
나는 그 반대다.
물건 선택, 음식 메뉴 선택은 너무나 쉽다.
한편 아내는
큰 선택 앞에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다.
물론 그것이 의미 있다고 느껴질 때다.
그러나 나는 큰 선택 앞에서
더 오래 동안 머물고 생각한다.
이상한 것은 서로가 있는 그대로 살아가니까
결핍이 아니라 보완이 된다.
나와 아내는 서로 다른 게 많지만
그 덕에 보완이 잘 된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말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채우는 것 같다.
부모가 자식을
부부가 서로를
교사가 학생을
동료가 동료를
있는 모습 그대로 대해준다면
결핍이 생길까? 보완이 될까?
달라서 싸우는 관계가 아니라
달라서 서로 보완이 되는 관계가 되면 참 좋겠다.
글을 마치려고 하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분은 다혈질이었다.
나는 우울질이라 서로 맞지 않아
힘든 점도 많았었다.
그러나 그분 덕분에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으로 이 글을 맺으려고 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상대방의 과거, 현재, 미래, 부서진 마음을
있는 모습 그대로 봐주면
그 관계는 언제나 환대가 되지 않을까?
첫댓글 그래, 너니까 좋은거야~^^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지 않기!!